내일의 눈
당원 민주주의의 함정
더불어민주당이 이달 중 ‘당원민주주의 강화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지방선거 후보 결정과정에서 당원들의 권한을 확대하는 게 골자다.
당원민주주의는 당의 주인인 당원들이 주요 정책뿐만 아니라 선출직 후보나 지도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기존의 대의원이나 국회의원들이 주도해 온 ‘대의민주주의’를 대체하겠다는 의지다.
하지만 강성 권리당원의 목소리가 과다 대표되면서 ‘그들의 정책’과 ‘그들의 인물’이 채택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이 당대표 재임기간 중 구축한 권리당원의 힘이 이 대통령과 현재의 당대표·최고위원·원내대표 등 지도부, 국회의원들을 만들어냈다. ‘강성 지지층에게 잘 보여야 뭐든 될 수 있다’는 건 민주당의 ‘국룰’이 됐다.
그러면서 주장하는 게 ‘당심은 민심’이다. 민주당 주요 인사는 “여론조사를 해보면 일반 국민들의 생각과 민주당 당원들의 생각이 거의 일치한다”고 주장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민주당 당원은 500만명, 6개월 이상 월 1000원을 낸 권리당원은 83만명이다.
하지만 민주당 당원이 아무리 많다하더라도 이들의 판단이 유권자 전체의 판단과 같을 수는 없다. 강성 지지층이 주도하는 ‘편향된 표본’이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기는 어렵다. 당원민주주의의 확대가 유권자들과 멀어지게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 총선에서 강성지지층 주도로 뽑은 민주당 후보가 많이 당선된 것은 윤석열정부에 대한 심판론이 작동한 ‘결과’였다. 이를 ‘민심’으로 해석하는 것은 ‘아전인수’다.
최근 국회 국정감사나 상임위 운영에서 보여준 일부 인사들의 폭주는 민주당식 당원민주주의의 부작용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고함과 삿대질로 만들어낸 유튜브용 ‘클립’(짧은 장면)의 소비자는 민주당 강성지지층들뿐이다. 누가 더 크게, 누가 더 부끄럼없이 강하게 막말을 쏟아내는지 경쟁하다가 급기야 배치기 등 ‘동물국회’까지 만들어냈다.
국민들이 혀를 차더라도 강성지지층은 두둑한 ‘후원금’과 ‘좋아요’로 응원을 보냈다. 강성지지층과 이에 호응하는 강성 의원들이 만들어낸 악순환의 고리가 작동 중인 셈이다. 게다가 강성 당원들은 내부의 비판에 문자와 전화 폭탄, 댓글 등으로 ‘입틀막’한다. 당원민주주의 강화가 당내 민주주의의 뿌리마저 흔드는 역설이 현실이 됐다.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사회 양극화를 정치가 부추기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 중심에는 아직까지 내란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는 국민의힘 못지않게 거대정당으로 ‘대화와 타협’이라는 ‘정치’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민주당의 책임도 크다. 당원 민주주의를 앞세우기 전에 ‘민주주의란 무엇인지’를 국회 안에서, 당 내에서 보여주는 게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