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개편안 본격 국회심의…배당소득 분리과세 논의 관심
국회심의 이전에 정부안 후퇴 거듭, 이례적 상황
오늘부터 조세소위 … 11월 말까지 심사 마쳐야
국회가 이재명정부의 첫 세제개편안에 대해 본격 심의를 시작했다. 예년과 다른 큰 폭의 조정 가능성이 예고되고 있다. 국회 심의 전부터 일부 정부안이 후퇴하는 양상을 보였기 때문이다. 정부안에 담기지 않은 내용도 국회 심의에 올랐다.
17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지난 12일부터 조세소위원회를 열어 주요 세제개편안을 논의 중이다. 법인세와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 쟁점사항들은 이날부터 열리는 조세소위에 안건으로 상정된다. 조세소위는 여야가 세법의 주요 쟁점들을 논의하는 협의체다.
◆정부 세제개편안 후퇴 = 여야의 본격 심의가 이뤄지기도 전에 일부 정부안은 후퇴했다. 지난 7월31일에 공개된 정부 세제개편안의 주요 내용은 △법인세 정상화 △배당소득 분리과세 △상장주식 양도소득세 부과기준 조정 등이었다.
이 중에서 상장주식 양도소득세 부과기준은 9월에 일찌감치 정부안이 철회됐다. 상장주식의 양도소득세는 대주주에게만 부과한다. 윤석열정부는 대주주 기준을 종목당 10억원에서 50억원으로 완화했다. 이재명정부는 이를 다시 10억원으로 되돌리는 방안을 세제개편안에 담았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이 냉담하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이견이 나왔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 9월 정부안을 철회했다. 조세소위에 올리기도 전에 정부안을 철회한 건 이례적이다. 당시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자본시장 활성화에 대한 국민의 열망과 대주주 기준 유지가 필요하다는 당의 입장 등을 고려해 50억원으로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당소득 분리과세도 수정 눈앞 = 배당소득 분리과세도 정부안에서 후퇴할 전망이다.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배당을 종합소득에서 분리해 저율과세하는 제도다.
정부는 세제개편안에 △2000만원 이하 14% △3억원 이하 20% △3억원 초과 35% 등의 세율을 제시했다. 이 역시 민주당 내부에서 이견이 나왔다. 최고세율을 25% 정도로 더 낮춰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정부와 여당은 지난 9일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이 문제를 논의했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국민들이 제시한 의견에 화답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정부안의 조정 가능성을 내비쳤다. 기재부도 ‘제로베이스’(원점) 등의 표현을 언급하며 기존 안을 고수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여야 논의과정에서 주요 세법의 세율 등이 조정된 사례는 많지만 조세소위가 열리기 전에 정부안의 주요 내용이 수정된 사례는 흔치 않다.
◆정부안에 없던 상속세도 논의 = 상속세는 정부안에 없던 내용이지만, 국회 심의과정의 주요 논의사항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정치권 내부에선 배우자 공제한도 등을 올리는 방안이 올해 정기국회에서 처리될 것이라고 본다. 이는 정부안에 없던 내용으로 정부안에는 상속세 개편안 자체가 담기지 않았다.
박금철 기재부 세제실장은 “정부 안은 없지만 여러 의원의 안이 있기 때문에 조세소위에서 논의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부자 감세’ 논란에도 여당 내에선 상속세 개편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정일영 민주당 의원도 일괄 공제를 5억원에서 7억원으로, 배우자 공제를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상향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9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가족이 사망한 뒤 (세금 때문에) 집을 팔고 떠나게 한다는 것은 너무 잔인하다는 생각한다”며 개편 논의를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현행 5억원씩인 상속세 일괄ㆍ배우자공제 한도를 각각 8억과 10억원으로 늘리는 내용을 공약했다.
국민의힘은 배우자의 상속세를 전액 면제하는 방안을 당론으로 채택한 상태다. 박수영 의원은 이날 토론회에서 “부부 간 상속세 과세는 완전히 없애야 한다”며 “부부 간 상속 후 평균 7년 내 자녀에 대한 상속이 이뤄지는 데 세금을 7년간 두 번 내는 건 이중과세”라고 말했다.
국회에서 세제개편안을 논의할 시간은 불과 2주도 남지 않았다. 국회법은 각 위원회가 매년 11월30일까지 예산안과 세입예산안 부수법안의 심사를 마쳐야 한다고 규정했다. 여야가 합의에 이르지 못해 심사를 마치지 못하면 정부안이 예산 부수법안으로 본회의에 자동부의된다. 정부가 철회한 안까지도 본회의에 상정될 가능성이 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