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숨고르기’…이 대통령 심기 불편 눈치?
현안 표명 크게 줄어
여권 내부경쟁 시각도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숨고르기가 길어지고 있다. 공식 회의나 SNS 등에 현안에 대한 강경한 입장과 대응을 주도하던 모습과 다른 행보다. 당정대의 협력파트너인 김민석 총리와 강훈식 비서실장이 수시로 등장하는 것과 비교된다. 정 대표를 지근거리서 보좌하는 당직자들도 “등판 횟수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며 “대통령의 시간을 고려한 것 아니겠느냐”고 평가했다.
정청래 대표는 19일 대구에서 현장최고위를 개최하고 기업인들과 간담회를 열 예정이다. 지난 14일에는 부산에서 최고위를 열었다. 정 대표는 지난 11일 전국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지방선거 승리·이재명정부 성공’을 강조한 후 ‘당정대 원팀’을 주문하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현장활동을 강화한 측면이 강하지만 개혁 현안을 앞장서 끌어가던 이전 모습과는 대비된다.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와 관련한 정국 대응도 정 대표 보다는 김병기 원내대표가 주도하는 느낌이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원내에서 주로 논의할 사안이 많고 (김 원내대표가) 국정원에서 인사업무 등을 다뤄 전문성이 있는 분야라는 점 등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취임 100일을 기점으로 ‘당청 엇박자’ 논란이 있었던 것과 연관지어 해석하기도 한다. 이 대통령 관련 이른바 ‘재판중지법’과 관련해 대통령실과 공개적인 충돌이 있었던 것과 관련해 정 대표의 ‘숨고르기’ 연장이라는 것이다. 여당이 대장동 항소 포기 논란을 정면돌파로 결정한 상황에서도 정 대표는 본인 목소리를 높이기 보다 김병기 원내대표의 말이 덧붙이는 수준에게 힘을 싣고 있다는 평가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대통령실과 불협화음이나 엇박자라는 평가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개혁과 민생을 동시에 챙겨야 하는 여당답게 좀 더 신중하고 치밀하게 가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발언의 강도나 횟수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며 “정부의 성공을 위해 필요한 일을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말했다.
스스로 ‘최대 과제’라고 정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기반 다지기에 전력을 쏟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있다. 정 대표가 주도하는 민주당 지도부는 지난 11일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내년 6월 지방선거에 적용할 공천 규정 초안을 보고했다. 이르면 이달 내 ‘공천 룰’ 최종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정 대표는 ‘당원주권’을 보장한 공천룰을 강조했다. ‘상향식 공천’을 명문화 하면서 후보자에 대한 검증기능을 한층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기존 지역위원장·국회의원들과의 적잖은 갈등을 예상하기도 한다. 정 대표의 당 장악력이 충돌 강도를 높이는 변수가 될 수 있다.
정 대표의 메시지와 행보가 로우키라면 정부를 이끄는 김민석 총리와 대통령실 강훈식 비서실장의 행보는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김민석 총리는 APEC 정상회의 이후 서울과 관련한 현안에 집중적으로 관여하고 있다. 종묘 인근 재개발에 대한 문제제기에 이어 한강버스 멈춤 사고에 대해 안전점검 특별 지시를 내렸다. 안전 행정에 대한 정부 차원의 사전 대응을 강조하는 취지지만 국민의힘 소속인 오세훈 시장이 공개적으로 “조정자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고 언급할 정도다.
강훈식 대통령 실장의 활동도 이례적으로 늘고 있다.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백악관과 사전 접촉을 한데 이어 경제협력 특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16일에도 대통령 전략경제협력 특사 자격으로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에게 이재명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강 실장은 한-UAE 협력관계를 총괄하는 한국 담당 특사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아부다비행정청장과 아부다비국영석유공사(ADNOC) 사장을 겸하는 술탄 알 자베르 산업첨단기술부 장관을 만나고, UAE 국부펀드인 무바달라 등이 투자해 설립한 AI 및 첨단기술 전문 투자회사 등을 방문했다고 전했다.
이같은 움직임을 놓고 당정대를 중심으로 한 여권 내부 경쟁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이명환 박준규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