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토륨 원자로’ 성공이 의미하는 것

2025-11-18 00:00:00 게재

우라늄 원전의 한계 뛰어넘을 수 있는 기술 … 에너지 패권경쟁 게임체인저 될지 관심

중국이 최근 고비사막 한복판에서 차세대 토륨 원자로 실증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물 한방울 없는 지역에서 원전을 가동한 것은 세계 최초로, 기존 우라늄 원전의 구조적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기술이라는 점에서 국제 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상하이 응용물리연구소 연구팀은 750℃가 넘는 용융염 속에 토륨 연료를 녹인 채 중성자를 쏘아 토륨이 핵분열 가능한 우라늄-233으로 바뀌는 과정을 확인했다. 마치 뜨거운 소금물 안에서 연료가 스스로 변환되는 식이다.

이번 실험장치에는 전기를 만드는 터빈도, 거대한 원자로 건물도, 기존 원전에 필수적인 고압 냉각수 시스템도 없었다. 그저 연구소 안 작은 플랫폼에 불과했으나 채굴 우라늄에 거의 의존하지 않고도 전기와 산업용 열을 생산할 수 있는 새로운 원자로 계열이 현실성이 있음을 실증했다.

하지만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토륨을 넣으면 우라늄-233이 만들어지고, 그 우라늄이 다시 에너지를 내면서 새로운 토륨을 우라늄으로 바꾸는 ‘자가증식’ 사이클이 실제 운전 환경에서 돌아간다는 것을 세계 최초로 입증했기 때문이다. 연료를 스스로 만들어내는 원자로가 이론이 아닌 현실에서 작동한다는 걸 보여준 셈이다.

토륨 원전, 왜 ‘게임 체인저’인가

토륨 기반 원자력이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 이유는 발전량이 아니라 질적 우수성 때문이다. 우선 토륨의 원재료인 모자나이트(Monazite)는 모래에 풍부하게 존재한다. 토륨은 우라늄보다 지구상에 3~4배 많고, 전세계 매장량만 약 600만톤으로 수천년간 인류 에너지 수요를 감당할 수 있다.

효율은 압도적이다. 토륨 1톤이 우라늄 250톤과 맞먹는 에너지를 낸다. 게다가 현재 경수로는 우라늄의 0.7%만 쓰고 나머지는 버린다. 반면 토륨 용융염 원자로는 토륨-232를 우라늄-233으로 바꿔 연료의 99% 이상을 활용한다. 중국은 희토류 정제 과정에서 부산물로 나오는 토륨을 원전 연료로 전환해 환경문제까지 해결하려는 계획도 있다. 안전성은 더욱 탁월하다. 기존 경수로는 물을 냉각재로 써서 높은 압력 하에서 운전되기 때문에 냉각 시스템이 손상되면 수증기 폭발이나 냉각수 유출로 이어질 위험이 항상 존재한다.

반면 용융염 원자로(MSR)는 핵연료를 액체 소금에 녹여 대기압에 가까운 압력에서 운전한다. 온도가 위험수준으로 오르면 연료가 담긴 액체 소금이 자동으로 비상 저장 탱크로 흘러나가 반응이 멈춘다. 이는 전력 공급이 완전히 끊기더라도 원자로 스스로 안전을 확보하는 피동형 안전(Passive Safety) 시스템이며, 노심 용융(Meltdown) 사고의 위험을 사실상 제거한다. 후쿠시마 같은 노심 용융 사고 가능성이 구조적으로 낮다. 핵폐기물도 획기적으로 줄어든다. 기존 우라늄 원전에서 나오는 플루토늄 같은 수십만 년에 걸쳐 발생하는 독성 물질이 거의 생기지 않는다.

‘2030년대 상용화’ 목표로 제시

미국은 이미 1960년대 토륨 원자로 연구를 진행했으나 경제성 문제로 중단했다. 인도 역시 독자 개발을 추진하지만 핵확산금지조약(NPT) 미가입국인 인도에 대한 기술 공유는 철저히 차단된다.

반면 중국은 ‘2030년대 상용화’를 목표로 실증을 강행하며 기술 격차를 빠르게 벌리고 있다. 상하이 응용물리연구소는 지난 11월 4일 간쑤성 우웨이시의 2메가와트급 실험로에서 토륨을 우라늄-233으로 변환하는 데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연구소는 이를 발판 삼아 2030년대 초 100메가와트급 시범 발전소 건설에 착수하고, 2035년까지 상업운영 체제를 갖춘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4세대 원자력기술 분야에서 글로벌 선두를 굳히겠다는 야심이다.

11월 10일 아시아타임즈에 따르면 중국은 이미 토륨 원자로로 움직이는 컨테이너선 개발에도 착수했다고 전했다. 장난조선소 그룹의 기술 총책임자 후커이에 따르면 곧 건조될 선박은 200메가와트급 원자로로 50메가와트 전기를 생산하며 연료 재장전 없이 수년간 운항할 수 있다. 밀봉된 모듈형 원자로는 대기압에서 작동해 폭발 위험이 없고, 비상시 용융 연료가 스스로 굳어지는 안전장치를 갖췄다.

변환 효율 45~50%를 자랑하는 중국의 토륨 프로젝트는 우라늄 수입 의존도 80%에서 벗어나 내몽골에 매장된 막대한 토륨을 활용할 수 있게 할 것이다.

토륨 원자로, 핵추진 쇄빙선 적용도 추진

중국의 토륨 원자로 야심은 북극 진출과도 맞물려 있다. 2018년 백서에서 스스로를 ‘근접 북극국가’로 규정한 중국은 북극해를 통해 유럽과 연결되는 ‘극지 실크로드’ 구축을 선언했다. 토륨 원자로를 핵추진 쇄빙선에 적용해 북극항로를 개척하겠다는 복안이다. 인공지능(AI) 전략과도 긴밀하게 연결된다. 중국은 AI 프로세서 생산을 대폭 늘리고, 주요 국산칩을 위한 데이터센터를 수백 개 규모로 건설했다. AI 연산 능력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까지 올라섰지만 막대한 전력 수요가 새로운 병목이 됐다.

현재 중국은 수십 기의 상업용 원전을 운영하지만 원자력 비중은 전체 전력의 4%에 불과하다. 토륨 원자로처럼 폐쇄형 연료 사이클을 가진 자체 기술을 확보하면 우라늄 수입 의존을 줄이고 데이터센터 같은 전략 인프라를 제재와 공급 충격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 칩 기술이 미국보다 한세대 뒤처지더라도 다수의 칩과 저렴하고 안정적인 전력을 결합하면 AI 역량을 방어할 수 있다는 ‘양으로 질을 제압하는’ 전략이다.

실험단계로 상업 운전 안정성은 불확실

국제 에너지 시장에서는 중국의 행보가 화석연료 패권 탈피와 직결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토륨 원자로가 상용화되면 인류는 수백년간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다만 토륨 원자로는 아직 실험로와 실증 단계에 머물러 상업운전으로 안정적으로 확장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중국의 야심 찬 토륨 전략이 실질적 혁신으로 이어질지, 정치적 상징에 머물지 여부는 향후 상업용 설비의 성패가 가를 전망이다.

중국만 차세대 원자로에 올인하는 건 아니다. 미국과 유럽도 소형모듈원전(SMR)을 앞세워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원자재 전문 매체 어헤드 오브 더 허드는 원자력이 다시 호황 산업이 된 세 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서방 국가들이 독립적 전력원을 찾기 시작했고, 빅테크기업들이 친환경이면서도 안정적인 전력을 요구하며, 새로운 금융 모델이 원전에 대한 낙관론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글로벌 원전 설비가 2035년까지 최소 1/3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AI 기술 확산에 따라 미국 빅테크기업들은 여러 데이터센터를 소형모듈원전(SMR)로 가동하길 원한다. 구글은 이미 SMR 7기를 주문했고,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메타도 뒤따를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빅테크, SMR에 대규모 투자

빌 게이츠가 이끄는 테라파워는 2024년 와이오밍주 옛 석탄발전소 부지에서 차세대 원전 건설에 착수했다. 2030년 말 워런 버핏의 전력회사 퍼시피코프에 전력 공급을 시작하는 것이 목표다. 가장 큰 특징은 물 대신 액체 금속인 나트륨을 냉각재로 쓴다는 점이다. 중국 토륨 원자로가 액체 소금(용융염)을 쓰는 것과 비교하면 냉각 물질은 다르지만 ‘물 없는 원자로’라는 기술적 지향점은 같다. 둘 다 기존 경수로의 고압 냉각수 시스템이 갖는 구조적 위험을 제거하고 안전성과 효율을 동시에 높이려는 시도다.

네덜란드 원자력 스타트업 서라이존도 용융염형 SMR 개발에 나섰다. 100메가와트급 ‘서라이존 원’을 건설 중이며 2030년대 중반 실증 플랜트 가동을 목표로 한다. 우라늄도 쓸 수 있지만 토륨을 사용할 때 가장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자재 전문 매체 어헤드 오브 더 허드는 명확한 결론을 내놓는다. “앞으로 우리가 소형 원자로에서 사용해야 할 연료는 다른 대부분의 에너지원이 아니라 토륨이다.”

중국이 실증에 성공하고 미국과 유럽이 뒤따르며 빅테크가 막대한 자본을 쏟아붓는 지금, 토륨은 더 이상 ‘꿈의 연료’가 아니라 현실이 되고 있다. 수백 년간 안정적이고 안전한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다는 토륨의 약속이 실현될지 세계는 지금 그 기로에 서 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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