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후폭풍, 세계 경제에 연쇄 충격

2025-11-18 13:00:01 게재

수출 둔화·투자 위축

장기적 파장 커질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역 정책이 세계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17일(현지시간) 미 정치 전문 매체 악시오스(Axios)는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가 글로벌 시장을 위축시키고 있으며 인공지능(AI) 투자 붐으로 이를 상쇄하고 있는 미국과 달리 대부분 국가들이 어려움에 처해 있다고 전했다.

대표적인 피해 국가는 일본과 스위스다. 일본 경제는 올해 3분기 연율 기준 2% 가까이 위축됐다. 이는 1년여 만에 처음으로 활동이 축소된 것이며 미일 간 자동차 관세가 25%에서 15%로 인하된 7월 이후에도 수출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악시오스는 일본 기업들이 관세 부담을 피하기 위해 수출을 상반기에 앞당겼고, 그 여파로 하반기에는 자동차 수출이 급감했다고 분석했다.

스위스도 타격이 컸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8월 시계, 초콜릿 등 주요 소비재에 대해 약 40%에 이르는 고율 관세를 부과했고, 그 결과 미국으로의 수출이 급감했다. 스위스 국내총생산(GDP)은 3분기 0.5% 하락하며 2023년 이후 처음으로 역성장을 기록했다.

중국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9년 2월 중국산 제품에 대해 첫 관세 인상을 단행한 이후 중미 무역 갈등은 지속적으로 확대돼 왔다. 최근 발표된 지표에 따르면 중국의 10월 수출은 예상과 달리 1% 이상 감소했으며 미국으로의 수출은 전년 대비 무려 25%나 줄었다.

로이터 통신은 이에 대해 중국이 새로운 수출처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유럽연합(EU) 및 동남아시아로의 수출도 부진하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흐름은 중국 내수 경제의 취약성과 맞물리며 복합적인 위기를 낳고 있다. 중국의 지난달 공장 생산은 전년 대비 약 5% 증가하는 데 그쳤으며, 이는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또 올해 1~10월 동안 건물 및 장비 투자는 1.7% 감소했다. 이는 사상 최대 규모의 감소 폭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단순히 미중 간의 문제를 넘어 세계 경제 전반의 구조적 둔화를 시사한다고 보고 있다. 프랑스 자산운용사 나티시스(Natixis)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알리시아 가르시아-헤레로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수출이 영원히 성장할 수는 없다. 이는 미국 때문만이 아니라 세계 경제 자체가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의 고율 관세는 일부 국가들과의 무역 협정을 통해 부분적으로 인하됐지만 여전히 트럼프 집권 이전보다 현저히 높은 수준이다. 이는 관세 정책이 올해뿐 아니라 중장기적으로도 세계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미중 간의 무역 합의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파기된 바 있으며 최근의 경기 둔화 속에서 미국이 협상에서 다시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악시오스는 트럼프 행정부 시절 체결된 무역 합의의 상징적 조치였던 중국의 미국산 대두 구매 계획도 지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리노이 대두 협회의 시장 개발 책임자 토드 메인은 악시오스 시카고 지국 기자와 인터뷰에서 “중국은 올해 1200만톤의 미국산 대두를 구매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아직까지 그 어떤 계약도 성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은 단기적 정치적 이득을 넘어서 세계 무역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각국 경제에 연쇄적인 충격을 가하고 있다. 미국은 AI 투자 확대로 일정 부분 타격을 완화했지만 다른 주요 경제국들은 회복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관세 인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높은 무역 장벽은 글로벌 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으며, 향후 미 대선 결과에 따라 이러한 기조가 다시 강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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