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2차 공공기관 유치전쟁 시작됐다
내년 상반기 결정, 2027년 이전 가시화
지자체마다 전담조직 만들어 경쟁 돌입
내년 6.3지방선거 ‘태풍의 눈’ 될 수도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이 가시화되면서 지자체들의 유치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저마다 전담 조직을 만들고 유치 대상 기관을 재정비하는 등 분주한 모습이다. 내년 상반기에는 이전 기관이 확정될 가능성이 높아 지자체간 유치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18일 내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2차 공공기관 이전 대상인 비수도권 지자체들이 공개적인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다. 그동안 물밑에서 전략을 세우던 것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부산시는 18일 미래혁신부시장 주재로 전담조직과 관계부서 합동 회의를 열었다. 부산시는 이날 회의에서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등 핵심 공략 기관에 대한 공개적인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부산시는 또 해양수산부 이전을 계기로 해양 분야 공공기관 유치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충남도는 지난 14일 도와 시·군 관계자들이 모여 공공기관 유치 전략을 공유하는 토론회를 열었다. 도청이 위치한 내포신도시에 기후환경·탄소중립 문화·체육 경제 세 분야 공공기관 이전을 위한 구체적인 전략을 논의했다. 또 논산·계룡에는 국방기관을, 아산에는 경찰기관을 유치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찾고 있다.
대구시도 시의회와 경제·언론·학계 등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한 유치위원회를 구성하고 지난 5일 첫 회의를 열었다. 대구시는 이날 회의에서 공략할 30개 유치 대상 기관을 선정하고 대상 기관에 맞는 개별 전략을 찾기로 했다. 특히 기존 신서혁신도시 잔여부지는 물론 법원·검찰청 후적지, 수성알파시티 등 지역 내 이전 후보지를 적극 발굴해 이전 대상 기관에 홍보하는 등 선제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다른 지자체들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대전시는 이달 초 행정자치국장을 단장으로 한 전담팀을 구성했다. 다음달에는 단장을 실장급으로 올릴 계획이다. 전북도는 농협중앙회와 한국투자공사 등을 포함한 농생명과 자산운용 금융 분야를 공략할 핵심 기관으로 정하고 세부 계획을 세우는 중이다.
광주·전남도 지난달 마무리된 광주연구원과 전남연구원 공동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이전 후보군을 선제적으로 압축하고 본격적인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광주·전남은 에너지·인공지능(AI) 등 6개 분야 30여개 기관 유치가 목표다. 강원도는 33개 공공기관을 유치 대상으로 새로 선정하고 전략 마련을 위한 물밑 준비에 나섰다.
경북도도 조만간 유치위원회를 발족하고 본격적인 유치활동에 나서기로 했다.
이처럼 지자체들의 움직임이 빨라진 것은 2차 공공기관 이전 시기가 가시화됐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2일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했다. 앞서 김경수 위원장은 이전 시기를 2027년으로 못 박기도 했다. 올해 국토부에서 이전 대상 기관에 대한 전수조사를 마치면 내년 상반기에는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수립하고, 2027년에는 본격적인 이전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국토부는 지난 9월 ‘2차 공공기관 이전 실행 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에 착수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이재명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이전 의지는 확고해 보인다”며 “이전 시기가 가시화된 만큼 공개적인 유치 경쟁이 불가피해졌다”고 말했다.
한편 지자체들은 이전계획이 확정되는 시기에도 주목하고 있다. 현재 드러난 계획대로 내년 상반기 이전 규모와 대상 지역이 발표되면 6.3지방선거의 최대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충청권 한 지방의원은 “공공기관 유치 결과는 현역 단체장들이 받아들 성적표가 될 수도 있고, 반대로 소외된 지역에서는 주민들이 집단 반발할 가능성도 있다”며 “결국 내년 지방선거의 최대 변수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신일·최세호·윤여운·곽재우·이명환 기자 ddhn21@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