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전통시장 노인보호구역’부터 만들자
지난 13일 경기 부천시 원종동 제일시장에서 발생한 트럭 돌진 사고로 2명이 숨지고 19명이 다쳤다. 경찰조사 결과 사고 차량 운전자 김 모(67)씨가 변속기어를 주행에 놓고 내렸다가 화물차가 앞으로 이동하자 급하게 올라탄 뒤 브레이크가 아닌 가속페달을 잘못 밟은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 직전 화물차를 몰고 후진하다 다른 가게 가판에 부딪히는 사고를 내 이를 확인하다 벌어진 일이었다.
사실 이번 사고는 예견된 사고였다. 이미 비슷한 사고를 여러번 겪었고 당국은 그때마다 재발방지 대책도 내놨었다. 재발방지 대책이 시행됐다면 막을 수도 있었다는 얘기다.
가깝게는 지난 5월 서울 강동구 전통시장에서 비슷한 사고가 나 12명이 다쳤다. 지난해 12월 31일 서울 양천구 목동깨비시장에선 70대 남성이 몰던 승용차가 돌진해 13명이 부상을 입었고 같은 해 2월 전북 전통시장에서도 시장통을 덮친 차량에 행인 4명이 다쳤다. 4년 전에는 부산 팔도시장에서 60대 할머니와 손녀가 차량에 치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전통시장에서 발생한 이들 사고는 공통점이 있다. 사고 차량 운전자가 65세 이상 고령자이고 피해자도 대부분 고령자란 점이다. 이와 관련해 행정안전부가 2020년 10~11월 노인 보행자 교통사고 다발지역 43곳을 조사한 결과 총 313건의 노인 보행자 교통사고 중 204건(65%)이 전통시장이었다. 서울시도 2021년 노인 보행사고 중 가장 많은 40%가 전통시장 주변에서 발생한다고 밝힌 바 있다.
행안부와 서울시는 당시 ‘노인보호구역’ 지정을 노인 보행자 교통사고 예방 대책으로 내놨다. 이미 4~5년 전부터 전통시장 주변 노인 보행자 사고 예방을 위해 ‘노인보호구역’ 지정을 추진한 것이다. 하지만 서울시가 첫 대상지로 선정한 4곳 중 노인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전통시장은 2곳뿐이다. 부산시도 3년 전 조례로 전통시장을 노인보호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했지만 실제 지정된 곳은 없다. 조례는 강제성이 없기 때문이다.
다행히 국회가 전통시장 주변을 노인보호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도로교통법 개정에 나섰다. 개정안은 전통시장을 명시적으로 노인보호구역 지정 대상에 추가해 제한속도 하향과 교통안전 시설 보강을 가능하게 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전통시장 주변은 시속 30㎞ 이하로 차량 통행속도가 제한되고 과태료도 최대 2배까지 가중 부과할 수 있게 된다. 도로 일대에는 속도를 제한하기 위한 과속방지턱과 무인 단속 카메라도 추가로 설치할 수 있다.
이재명정부의 국정과제 72번은 ‘국민 안전 보장을 위한 재난 안전관리 체계 확립’이다. 또 다시 전통시장에서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국회는 해당 법안부터 신속히 처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