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요금, 주별 최대 3.8배 차이

2025-11-19 13:00:01 게재

하와이·캘리포니아 vs 네바다 격차 커

인프라·발전연료 구성·정책 복합 작용

미국의 전기요금이 주(state)별로 크게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가장 비싼 지역과 가장 싼 지역의 요금격차가 3.8배에 이른다.

지리적 조건과 에너지 인프라 수준, 발전연료 구성, 정책방향 등 복합적 요인이 맞물리며 전기요금의 지역별 편차가 심화됐다는 분석이다.

19일 미국 에너지정보청(EIA)과 온라인비교 사이트 Electric Choice(2025년 10월 기준)에 따르면 미국의 전기요금(주택용·상업용) 평균은 kWh(킬로와트아우워)당 15.2센트다. 하지만 가장 비싼 주인 하와이(Hi, 38.3센트)와 가장 저렴한 주 네바다(NV, 10.1센트)는 3.8배 차이를 보인다.

◆텍사스는 주택용 비싸고 상업용 저렴 = 하와이는 재생에너지 비중이 34%로 꽤 높지만 육지와 떨어진 고립된 지형적 특성 때문에 나머지는 전력연료를 수입 석유에 의존하고 있다. 때문에 발전·수송비용 증가가 높은 전기요금으로 이어지고 있다.

하와이에 이어 전기요금이 높은 상위 2~5위 주는 캘리포니아(CA, 30.1센트), 매사추세츠(MA, 26.7센트), 알래스카(2AK, 4.9센트), 메인(ME, 24.6센트) 순이다. 이들 주는 공통적으로 인구 밀도가 높거나 노후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으며,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망 현대화에 적극적 투자를 해온 지역들이다. 캘리포니아는 재생에너지 비중이 51%에 이르며, 매사추세츠와 메인도 각각 27%, 36%로 높다.

청정에너지 중심의 정책 전환은 장기적으로 비용절감과 환경개선 효과가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전기요금 인상 압력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반대로 전기요금이 가장 낮은 주는 네바다(NV, 10.1센트), 아이다호(ID, 10.5센트), 노스다코타(ND, 10.9센트) 등이다. 이 지역들은 수력·풍력·석탄 등 자국 내에서 안정적으로 생산 가능한 천연자원을 보유해 발전원가가 낮은 편이다. 또 전력망 혼잡도가 낮고 규제 비용도 상대적으로 적어 요금구조가 안정성이다.

텍사스(TX, 11.9센트)는 또 다른 특징을 지녔다. 주택용 전기요금은 15.2센트에 이르고 상업용은 8.6센트로, 두 용도별 격차가 무려 6.6센트에 이른다. 이는 텍사스가 미국에서도 손꼽히는 전력시장 규제완화 지역이라는 점과 맞물린다. 경쟁 기반의 전기요금 체계가 상업용, 특히 기업용 전기요금 인하 효과로 이어진 것으로 관측된다. 텍사스는 재생에너지 비중이 33%에 이르지만 석유·천연가스 등 화석연료도 대량 매장돼 있다.

◆AI 데이터센터 확산에 일부 지역 15% 급등 = 이와 함께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최근 전기요금 상승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스트리밍 서비스의 확대로 미국 전역에 대규모 데이터센터가 생기고 있으며, 이로 인해 일부 주에서는 전기요금이 1년 새 12~16%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경제방송 CNBC 보도내용에 따르면 데이터센터 666곳을 보유한 버지니아(VA)는 2024년 8월 기준 전기요금이 전년 대비 13% 상승했다. 버지니아는 미국에서 데이터센터 밀집도가 가장 높은 지역으로 꼽히며, 대표적인 예로 ‘데이터센터 허브’로 불리는 라우던 카운티가 있다.

일리노이(IL)는 데이터센터 244곳이 운영되고 있으며, 같은 기간 전기요금이 15.8% 상승했다. 오하이오(OH)도 데이터센터 193곳이 들어섰으며, 전기요금이 12%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AI 연산을 수행하는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수만대 이상의 서버를 동시 운영)는 일반 산업시설보다 훨씬 많은 전력을 사용하기 때문에 지역별 전력 수요 급증을 초래한다.

미국 전력업계는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가 앞으로 수년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산, 반도체 공장 건설 증가 등 추가적인 전력 수요까지 겹치면서 일부 주에서는 향후 전기요금이 급등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균형있는 에너지믹스 구성 필요” =

나아가 일부 지역에서는 전력망 혼잡과 발전설비 부족이 현실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처럼 전기요금은 단순히 발전원 구성과 발전단가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해당지역의 자원 여건, 송전 인프라, 전력시장 구조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예를 들어 동부와 서부 연안 지역은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 노후 전력망 교체 등으로 인해 비용이 높게 형성되는 구조를 지녔다. 반면 중서부·산악지대는 저렴한 석탄·수력 자원이 풍부해 요금이 낮은 경향이 있다. 또 전력도매시장이 완전경쟁 체제인지, 규제 중심인지에 따라서도 요금 차이가 발생한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전기요금은 자원보유 여건과 송배전 인프라 비용, 재생에너지 비중 등 전력원 구성, 시장구조와 규제환경, 기후와 수요패턴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이어 “에너지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는 어느 한 두가지 에너지원에 치중하기 보다는 균형있는 에너지믹스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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