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과제 예산 무더기 보류…밀실로 가나
예결소위, 국민펀드 등 국정과제 예산 미뤄
여야, 다음주 ‘소소위 깜깜이 협상’에서 결론
여야가 국회 예결위에서 이재명정부 첫 예산안을 놓고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 국정과제 예산심사가 줄줄이 보류됐다. 이 대통령 공약 예산을 지키려는 여당과 삭감하려는 야당이 접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음주 진행될 증액 심사에서도 비슷한 대립이 이어질 전망이다. 올해도 예결위 간사와 원내지도부가 참여해 비공식으로 가동하는 ‘소소위 깜깜이 협상’을 통해 쟁점 예산을 결정할 공산이 크다.
19일 여야에 따르면 예결위는 지난 17일부터 예산안조정소위원회(예산소위)를 가동해 정부 내년 예산안을 심사하고 있다. 각 상임위 예비 심사를 거쳐 올라온 예산안이지만 이 대통령의 국정과제와 관련한 예산을 놓고 여야가 접점을 찾지 못해 무더기로 보류 처리했다. 1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 예산안이 대표적이다. 야당은 국가 채무 증가와 함께 준비사항 미비 등을 들어 반대하고, 여당은 민간 참여를 유인하기 위한 마중물 개념이라며 정부 원안 처리를 주장했다. 농어촌 기본소득(1703억원) 국가농업 인공지능 전환 플랫폼 사업(705억원) 등도 이견이 커 미뤄졌다. 이재명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미래 첨단 전략산업과 관련한 예산들이다.
‘서울대 10개 만들기’ 관련 공약 예산도 비슷한 처지다. 국립대학 육성사업(8735억5000만원 규모) 예산에 대해 국민의힘 의원들은 사립대와의 형평성 문제 등을 들어 반대 입장을 내놨다. 민주당 예결소위 위원들은 지역 거점대에 대한 투자를 통해 교육여건을 개선하려는 정책적 시도라며 맞섰다.
지난해 예산심사에서도 쟁점이었던 지역화폐 예산은 올해도 도마에 올랐다. 해당 상임위인 행안위 예산심사에서부터 부딪혔다. 정부가 1조1500만원을 편성한 가운데 국민의힘은 8500억원 삭감을 주장하고 있다.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행안위는 2개안을 병기하는 의견을 달아 예결위로 넘겨 놓은 상황이다. 여야는 관련 부대 의견으로 “행안부는 인구 감소 지역의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여건을 고려해 보통교부세 교부시 인구 감소 지역에 대한 지원율 상향 등의 국비 지원을 통해 지역 간의 형평성을 확보한다”며 “지역사랑상품권 지원이 수도권에 편중되지 않도록 관리한다”고 명시했다.
대통령실·검찰·경찰 등의 특수활동비와 관련한 예산안도 쟁점이다. 윤석열정부 당시 민주당이 삭감을 주도했던 특수활동비가 이재명정부에서 부활한 것을 두고 야당이 ‘공개 사과’를 요구하며 반발하고 있다.
예결위 핵심 관계자는 “쟁점이 된 예산안을 건건이 논의할 수 없는 형편이어서 합의가 되지 않은 안은 추후 심사로 보류할 수밖에 없다”면서 “여야의 입장을 확인한 만큼 소소위 등에서 심도있는 논의를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여당 9인, 야당 6인이 참여하는 예결위 소위는 이번주 감액 심사를 마친 후 다음주 초에는 증액 심사를 벌일 계획이다. 정부 국정과제 예산은 물론 지역관련 예산에 대한 증액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후 예결위원장과 여야 간사, 원내 지도부 등이 참여하는 ‘소소위’에서 쟁점 예산안에 대한 결정을 내리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예결위 소소위는 여야 핵심관계자들만 참여하는 비공식 회의체로 회의록 등을 남기지 않고 정부와 국회, 여야가 각각 감액과 증액을 주고받는 ‘깜깜이 협상’ 창구로 통한다.
이명환 박소원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