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UAE ‘개발부터 수출까지’ 새 협력 모델
이 대통령, UAE와 정상회담 후 공동선언문 채택
“양국 모두의 열망을 구현할 든든한 주춧돌 될 것”
‘영구·불가역적’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 심화
선언문 이행 위해 ‘고위급 태스크포스(TF)’ 설치
19일 공개된 공동선언문에 따르면 양 정상은 양국의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영구적, 불가역적 수준으로 심화시키기로 했다.
이는 어떤 글로벌 환경 변화가 있더라도 지속적이고 견고하며 회복력 있는 관계를 의미한다.
특히 미래지향적이고 상호 이익에 기여하는 방식으로 계속 진화하는 관계라는 점에서 다양한 분야에서 양국의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이 명시됐다.
산업 분야별로 보면 원전 산업에서는 ‘바라카 원전’ 사례가 협력 모델로 언급됐다. 한국이 수주해 UAE에 건설한 바라카 원전은 현재 4호기까지 상업운전을 시작하며 전 공정이 마무리된 바 있다.
양국은 선언문에서 “‘바라카 모델’을 확대해 글로벌 시장 공동 진출이 가능하도록 하는 상호 호혜적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데 전념하기로 했다”고 명시했다. 이와 함께 ‘포괄적 전략 에너지 파트너십’ 아래 AI 기반 원전 효율 향상 및 인력양성 등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AI 분야에서는 AI 데이터센터 공동 설립·운영, ‘글로벌 AI 스마트 항만 프로젝트’ 등을 검토하기로 했다.
특히 하정우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은 전날 정상회담 성과 설명 브리핑에서 UAE가 추진 중인 대규모 AI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인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우리 정부가 참여하기로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 수석은 “초기 투자 규모만 30조원에 달하는 UAE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우리가 참여해 함께 AI와 에너지 인프라를 구축하기로 했다”면서 “이 사업을 통해 우리나라 스타트업 기업들이 해외 대규모 사업에 많이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초기 투자 규모는 30조원(약 200억 달러)이지만 애초 계획한 대로라면 150조원 규모로 늘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면서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고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원전, 가스, 재생에너지를 활용하는 전력망을 구축한다”며 “반도체 공급망까지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국방 및 방산 분야의 경우 단순한 무기 판매를 넘어 공동개발 및 현지생산, 공동수출 등에 이르기까지 협력의 수준을 한단계 끌어올리기로 했다.
특히 방산 분야 협력 모델에 대해 대통령실은 ‘완성형 가치사슬 협력모델’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전략경제협력특사로 대통령 방문 전 UAE를 미리 찾았던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지금까지의 단순 수출·구매 구조에서 벗어나 산업적인 측면에서 ‘공동 개발, 현지 생산, 제3국 공동 수출’을 추진하고 한국 국방 장비에 대한 UAE의 독자적인 운영 능력 확보를 지원하기로 인식을 함께했다”면서 “이를 통해 150억 달러 이상의 방산 사업에 있어 우리 기업의 수주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중동, 아프리카는 물론이고 유럽, 북미 등 제3국 시장을 확보할 수 있는 교두보가 마련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건·의료 분야에서는 UAE 내 환자를 위한 사전·사후관리센터(PPCC) 신설, K-메디컬 종합클러스터 구축 등을 추진한다.
문화·교육·인적 교류에서는 ‘UAE K-시티’ 조성, 청년 인턴십·학술 교류 확대 등을 명문화했다. 특히 K-시티는 K 컬처, K 푸드 등 한류 산업의 거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강 실장은 “K 시티를 통해 UAE는 미래산업 분야에서 지식·기술 기반 허브로 성장하고, 한국은 신흥시장 확장 및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새로운 교두보를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궁극적으로 양국은 중동, 아프리카, 유럽 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공동 기술·서비스 수출 거점을 함께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같은 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양국의 고위급 인사들이 정기적으로 소통하며 공동 프로젝트를 발굴하기로 했다. 양국 외교부 내에도 별도의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해 합의 이행을 점검한다.
이 대통령은 UAE 방문 마지막 날인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공동선언은 더 풍요롭고 평화로운 미래를 물려주겠다는 양국 모두의 열망을 구현할 든든한 주춧돌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UAE 국빈방문 일정 마무리 후 이 대통령은 이집트 카이로를 향해 출국한다. 한국과 이집트는 올해 수교 30주년을 맞았다.
이 대통령은 20일 공식 환영식을 시작으로 이집트 대통령과 정상회담, 공식 오찬 등을 가질 예정이다. 오후에는 카이로 대학교에서 연설하며 이재명정부의 ‘중동 구상’을 내놓는다.
아부다비=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