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반등 급한데…국힘 발목잡는 ‘장애인 비하’ 발언

2025-11-20 13:00:01 게재

지도부 “자그마한 일” 봉합 시도에도

당내 ‘계파 갈등’으로 번지는 양상

국민의힘이 정체된 지지율을 좀처럼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발생한 ‘장애인 비하 발언’ 논란을 대하는 당의 태도가 외연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하나의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자당 대변인의 부적절한 언행에 대해 지도부는 서둘러 봉합하려는 움직임을 보였지만 상황은 기대와 달리 사회적 약자에 대한 왜곡된 인식 문제를 넘어 당내 계파 갈등 양상으로 번지면서 지지율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논란은 지난 12일 박민영 국민의힘 미디어대변인이 한 유튜브 방송에서 비례대표 재선인 시각장애인 김예지 의원을 겨냥해 “눈이 불편한 것을 빼면 기득권” “장애인을 너무 많이 (비례대표로) 할당해서 문제” “배려를 당연히 여긴다” 등의 발언을 하면서 촉발됐다.

논란이 되자 박 대변인은 사의를 표했으나 장동혁 대표는 이를 반려하고 구두 경고 조치하는 선에서 마무리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도 18일 기자간담회에서 박 대변인을 둘러싼 논란을 ‘자그마한 일’이라고 평가하며 “서로 간의 어떤 내부적인 일을 가지고 이렇게 오랫동안 집착해서 기사화하려고 하느냐”며 언론이 문제를 키우고 있다는 인식을 보였다.

김민수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19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서 “이러한 발언 하나하나로 젊은 청년 정치인의 정치 생명을 끊는다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된다”면서 “당사자가 일단 사과를 했고, 이 부분에 대해서 반성도 하고 있기 때문에 사의를 받아들일 정도의 단계는 아니지 않는가라고 생각된다”면서 박 대변인을 옹호했다.

하지만 발언 논란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감수성 문제를 넘어 당내 계파 갈등으로 비화되는 분위기다. 박 대변인은 김 의원에 대해 “당론을 제일 많이 어긴다. 그런 배은망덕한 사람 처음 본다”고도 했는데 이는 지난 탄핵 정국에서 친한계로 분류되는 김 의원이 탄핵과 특검에 찬성하는 입장에 섰던 것을 문제 삼은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박 대변인이 친한계를 겨냥해 비판적 입장을 표출해온 만큼 박 대변인에 대한 지도부의 엄호는 장동혁 지도부가 친한계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가지고 있는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김종혁 국민의힘 전 최고위원은 20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박민영 대변인을 그냥 끌어안고 가겠다는 것은 장동혁 대표의 정치적 철학이라든가 혹은 현재 처해 있는 입장, 그리고 앞으로 지향점, 이런 것들을 다 반영하는 것”이라면서 “앞장서서 총대 메고 (한동훈계를) 공격해 주는 사람이니까 자를 수 없다 이런 고려가 있었던 게 아닌가, 그런 지적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최근 국민의힘 지도부가 여상원 윤리위원장에게 사퇴를 요구한 것과 관련해서도 윤리위원장 교체 후 당원게시판 논란을 윤리위원회에 회부해 한동훈 전 대표를 징계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 향후 친한동훈계와 현 지도부 간의 갈등이 노골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윤어게인’을 주장하는 유튜버 전한길씨까지 나서서 기름을 붓고 있다. 그는 19일 자신의 유튜브를 통해 “한동훈 손잡고 윤석열 대통령 등에 칼 꽂은 자가 김예지”라면서 “장 대표님, 이번 계기로 친한파들 빨리 내보내라. 내부총질 해대는 친한파 김예지 의원 같은 게 있으니까 국민의힘 지지율이 자꾸 떨어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김 의원은 박 대변인의 발언과 지도부의 조치를 두고 “좋은 방향으로 약자와 동행하는 당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의 직접 사과 여부에 대해서는 “전달받은 바 없다”고 답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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