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칭찬한 김민석·정성호 ‘이이제이’?
한 “숟가락 얹기” 비판에
“소신 있는 결정” 치하
정작 국힘에선 언급 없어
최근 론스타 국제투자분쟁(ISDS)에서 한국 정부가 승소한 가운데 여야 정치권의 상반된 반응이 눈길을 끈다. 상대당인 여권에서는 취소소송을 주도했던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공로를 치하하고 있는 반면 소속당인 국민의힘에서는 한 전 대표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어 대비되고 있는 것.
김민석 국무총리는 20일 페이스북을 통해 “언제 한동훈 전 장관을 만나면 취소신청 잘하셨다고 말씀드릴 생각”이라면서 “이런 일이야말로 정치적으로 시비할 일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어떤 한 사람의 이야기를 이유 삼아 한 쪽을 다 매도할 필요도 없고, 의례적 검찰 항소처럼 취소 신청한 것 외에 뭐가 있냐 폄하할 필요도 없다”고 덧붙였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같은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 사건 중재취소 신청을 할 때에는 과거 사례 등에 비추어 승소 가능성이 매우 낮은데 왜 많은 비용을 들여 가며 취소신청을 하느냐는 주장도 있었다”면서 “그러나 당시 한동훈 법무장관은 가능성을 믿고 취소신청하기로 결정했다”고 썼다. 이어 “잘 하신 일이다. 소신 있는 결정으로 평가 받을 결단이었다”고 치켜세웠다.
국민의힘 지도부와 한 전 대표와의 관계가 편치 않은 상황에서 여권의 이러한 반응은 한 전 대표의 입지를 키워주면서 야당 내부의 역학 관계에 영향을 주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나온다.
앞서 한 전 대표는 승소 소식이 전해진 18일 “제가 법무부 장관 당시 론스타 ISDS 소송을 추진하자 민주당은 승소가능성 등을 트집 잡으며 강력 반대했다”면서 “민주당 정권은 뒤늦게 숟가락 얹으려 하지 말고 당시 이 소송을 트집 잡으며 반대한 것에 대해 국민께 사과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특히 김 총리를 가리켜 “서울시 때리기에 전념하던 김민석 총리가 뜬금없이 직접 브리핑했던데, 속보이게 숟가락 얹지 말고 대표로 사과하라”고 직격하기도 했다.
‘숟가락 얹지 말라’는 비판에 여권은 화답했지만 정작 소속당인 국민의힘에서는 한 전 대표의 업적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다. 국민의힘은 19일 논평을 통해 “이번 승리는 대한민국이 법리에 근거해 끝까지 싸워 얻어낸 성과” “이번 승소는 전 정권에서부터 이어진 공직자들의 노고로 빚어진 성과”라고만 했을 뿐이다.
이와 관련해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지난 정부에서 한 일을 현 정부가 한 것처럼 생색낸다는 비판이 있었는데 지난 정부가 잘 한 일에 대해서 인정한 것은 성숙한 태도라고 본다”면서 “국민의힘에서는 현 장동혁 지도부가 한 전 대표와 대척점에 있기 때문에 한 전 대표에 대한 칭찬은 나오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