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글로벌 사우스’로 외교 다각화

2025-11-21 13:00:17 게재

UAE·이집트 거쳐 남아공 G20 참석

미국 “정상선언문 채택 반대” 어깃장

이재명 대통령이 7박 10일 간의 중동·아프리카 순방 일정 절반을 마무리하고 21일(이하 현지시간) 오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로 떠난다. 미국 중국 러시아 등 주요국 정상들의 불참에도 불구하고 이번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것은 미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정세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되 기존 다자외교의 끈도 놓지 않는 실용외교로 평가된다.

이집트를 공식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카이로대학에서 ‘함께 여는 빛나는 미래’를 주제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22~23일까지 G20 정상회의에 참석해 이번 회의의 주제인 ‘연대, 평등, 지속가능성’에 대해 타국 정상들과 논의한다. 프랑스 독일과 양자회담, 중견국 모임인 믹타(MIKTA) 정상회담도 갖는다.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전날 이집트 카이로 현지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정상회의에 참석해 글로벌 책임강국으로서 위상을 강화하고 다자무역체제 복원을 위한 여건을 조성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G20 계기에 여는 프랑스 독일 등과 양자회담에선 각국에 맞는 협력을 모색할 예정이다. 프랑스와는 내년 한불 수교 140주년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국제정세 및 다양한 경제, 안보 현안에 대해 논의할 전망이다. 독일은 유럽 내 최대 교역국이자 양국 모두 제조강국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 만큼 국제·경제질서 변화에 대응한 경제협력 강화 방안이 논의될 계획이다.

멕시코 인도네시아 한국 튀르키예 호주로 구성된 믹타 회동도 주재한다. 올해는 우리나라가 의장국인 만큼 주도적으로 정상회동을 개최하되 다자주의 강화와 국제협력 촉진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 대통령의 이같은 외교 다각화 행보는 이번 중동·아프리카 순방에서 일관되게 드러난 특징이다. 기존 대통령들이 임기 초반에는 주요국 대상 외교 행보에 주력하되 임기 중후반으로 넘어가서야 이른바 ‘글로벌 사우스’로 시선을 돌렸다면 이번엔 사뭇 다르다. 미국과의 관세협상이라는 주요국과 굵직한 외교 이슈를 가지고 가면서도 아세안정상회의 참석,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회의(APEC) 정상회의 개최 등 다자외교를 소홀히하지 않았다.

특히 취임 해에 이집트를 방문한 것은 이 대통령이 처음이다. 이 대통령은 내년 중 알시시 대통령을 한국으로 초청해 이번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내용의 후속조치를 강구해 나갈 예정이다. 카이로대학 연설에서는 중동 지역에 특화된 ‘SHINE 이니셔티브’를 천명했다.

위 실장은 “국익 중심 실용외교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한반도와 동북아를 넘어서 우리의 외교 지평을 더욱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다자주의 힘싣기 행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행정부 출범 후 보호주의 무역이 강화되는 흐름과는 다소 결이 다르다. 최근 미국은 이번 G20 정상회의에 대해 대놓고 불편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AFP보도에 따르면 주남아공 미국대사관은 남아공 정부에 공문을 통해 “G20의 우선순위는 미국의 정책 입장과 상충한다”면서 “어떤 정상회의 결과문서도 미국의 동의 없이 채택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G20 시작 전부터 어깃장을 놨다.

위 실장은 “어떠한 여건 하에서도 기존의 국제적인 다자외교 무대에서 역할을 하고 기여를 하려고 한다”면서 “그렇게 함으로써 참여하는 나라들 사이에서 무역 원활화, 무역 기회 창출에 참여하려고 하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고 실용주의 노선을 강조했다.

카이로=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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