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30 폐막

탈화석연료 이행안 합의 또 실패…적응 재원 3배 확대

2025-11-24 13:00:01 게재

핵심 쟁점 회피하고 과학 무시한 기후변화총회 비판 … 무역 장벽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기후-무역 대화체’ 신설

‘기후재정 논의는 활발했지만 정작 핵심은 피했다’. 22일(현지시간) 브라질 벨렝에서 막을 내린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COP30)에 대한 평이다. 이번에 채택된 벨렝 패키지와 핵심 결정문에 ‘화석연료 퇴출 이행안’에 대한 직접적인 내용이 포함되지 않으면서 COP 무용론이 다시금 고개를 들었다.

23일 세계자연기금(WWF)은 “진전은 있었지만 화석연료 전환을 위한 실질적인 이행안 마련에 실패해 기후위기 대응 방향을 제시하는 데 큰 한계를 드러냈다”며 “각국 정부가 과학과 시민사회 요구를 외면한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페르난다 데 카르발류 WWF 국제 기후·에너지 정책 총괄은 “파리협정 10주년을 맞은 올해 국제사회가 전환의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한 것은 뼈아픈 실패”라고 비판했다.

앙드레 코헤아 두 라구(사진 가운데)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 의장이 22일(현지시간) 브라질 벨렝에서 열린 전체회의 시작 전 자리에 앉아 있다. AP=연합뉴스

18일 공개된 공동선언문 초안 문서에서는 화석 연료에서 벗어나는 전환의 필요성을 명확히 설명했다. 하지만 최종 버전에서는 해당 언어가 약화돼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기후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처하는 개발을 향한 세계적 전환은 돌이킬 수 없으며 미래의 추세”라고만 인정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 주요 석유 생산국은 과거 COP 때와 마찬가지로 화석연료 퇴출 이행안에 반대했다. 탄소포집 등 기술 개발을 통해 배출량 자체를 줄이는데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을 강하게 했다. 결국 이번 합의문은 2023년 제28차 UNFCCC 당사국 총회(COP28)에서 합의된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을 상기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22일(현지시간) 사이먼 스틸 UNFCCC 사무총장은 폐회 연설에서 “COP30이 격동의 정치적 물살 속에서 열린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기후변화 부정과 분열, 지정학은 올해 국제 협력에 큰 타격을 주었다”며 “더욱이 허위정보가 정치 지형을 왜곡하고 기후변화의 진짜 원인 대신 다른 사항을 비난하도록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진실의 COP’은 이에 맞서 싸우고 있으며,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막을 수 없는 흐름"이라고 덧붙였다.

◆과학 토대 없으면 ‘외교쇼’ 전락 우려 = COP이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갖는 여러 이유 중 하나는 탄탄한 과학적 토대가 있기 때문이다. COP의 정당성과 실효성은 과학에 대한 신뢰에서 나온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과학을 무시하는 순간, COP은 단순한 외교 쇼로 전락하고 기후위기 대응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1988년 설립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의 경우 과학자 수천명이 참여해 기후변화의 원인과 영향, 대응 방안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IPCC 보고서는 COP 협상의 과학적 근거로 작용한다. 1992년 UNFCCC 체결 이후 모든 주요 결정은 이 과학적 평가에 기반을 둔다.

실제로 파리협정 제14조는 ‘최상의 과학’에 기반한 이행점검을 명시했다. 2023년 완료된 제1차 전지구적 이행점검(Global Stocktake)은 IPCC 제6차 평가보고서의 과학적 발견을 정책에 반영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COP28에서는 IPCC가 명확히 밝힌 ‘화석연료가 온실가스 배출의 최대 원인’이라는 과학적 사실을 토대로, 역사상 처음으로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을 공식 합의하기도 했다. IPCC는 “파리협정 1.5℃ 목표 달성을 위해 2050년까지 전 세계 이산화탄소 순배출량이 ‘0’이 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화석연료 사용의 급격한 감축이 필수”라고 명확히 제시했다.

COP30에서 화석연료 퇴출 이행안은 결정문에서 제외됐지만 ‘벨렝 1.5℃ 미션’이 출범했다. 벨렝 1.5℃ 미션은 파리협정 목표 달성을 위해 △COP29(아제르바이잔) △COP30(브라질) △제31차 UNFCCC 당사국 총회(COP31·튀르키예) 의장국들이 협력해 운영하는 실행 중심 플랫폼이다. △온실가스 감축 △기후적응 △ 재원 투자 분야에서 각국의 야심을 높이고 국제협력 촉진을 목표로 한다. 향후 화석연료 퇴출 이행안을 위한 발판을 제공할 전망이다.

◆감축 목표 달성 시 공정한 전환 중요 = COP30은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COP’이라 불릴 정도로 당사국별 온실가스 감축 현황과 2035년 목표 설정에 대한 관심이 컸다. 하지만 실제 성과는 크지 못한 상황이다. 10일 발표된 ‘UNFCCC NDC 종합 보고서(2025)’에 따르면, 113개국이 제출한 NDC를 모두 이행할 경우 203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9년 대비 약 12% 감축할 수는 있다. 하지만 과학자들이 1.5℃ 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하다고 제시한 60% 감축에는 크게 미치지 못했다. 보고서에서는 지구온난화 억제를 위한 움직임에 진전이 있지만 1.5℃ 목표 달성에는 ‘무서운 격차(frightening gap)’가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COP30에서 파리협정 10주년을 맞아 이제 ‘협상 단계’에서 ‘실행 단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선언이 이뤄진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COP30과 COP31 의장국이 공동으로 주도하는 ‘국제 이행 가속기(Global Implementation Accelerator)’를 통해 NDC와 국가적응계획(NAP) 이행을 돕기로 했다. 물론 국제 이행 가속기는 자발적 이니셔티브로 법적 구속력은 없다.

COP30에서는 기후재원을 둘러싼 논쟁도 활발했다. 2025년 대비 2035년까지 적응재원을 3배로 늘리기로 했으며, 2035년까지 개도국에 연간 1조3000억달러를 지원한다는 목표를 재확인했다. 기후재원 논의에서 개도국은 파리협정 제9조 1항에 명시된 선진국의 공적 재원 제공 의무를 별도로 다뤄 이행을 강화하자고 주장했다. 반면 선진국은 신규 기후재원 목표(NCQG)는 모든 당사국과 민간 재원을 포함한 공동 노력이어야 하며, 제9조 1항만이 아니라 제9조 전체를 포괄해야 한다고 맞섰다. 결과적으로 양측의 입장 차이를 감안해 제9조 전체를 다루는 2년 기한의 기후재원 작업 프로그램을 수립하기로 합의했다.

다자개발은행 개혁 가속화와 혁신적 금융 수단(△보증 △혼합금융 △부채-기후 스와프 등) 확대도 촉구했다. 또한 기후재원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강화하기 위한 ‘국제 기후금융 책임성 프레임워크’를 출범시켰다. 무역 분야에서는 기후조치가 무역 장벽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세계무역기구(WTO) 유엔무역개발기구(UNCTAD) 등이 참여하는 기후-무역 대화체를 신설했다. 또한 화석연료에서 청정에너지로의 전환 과정에서 노동자와 지역사회를 지원하는 ‘공정한 전환 메커니즘’을 새로 설립했다.

2026년 COP31은 튀르키예 안탈리아에서 열릴 예정이다. COP31과 관련해 호주와 튀르키예가 모두 유치 의사를 밝히면서, 양국 간 협의를 통해 역할을 분담하기로 결정됐다. 통상 5개 지역그룹이 순환하며 COP 개최국이 된다. 이번에는 같은 지역권 내 경쟁국들이 타협안을 도출했다. 이에 따라 튀르키예가 공식 개최국이자 의장국을 맡고, 실제 의제 협상 총괄은 호주가 수행하기로 했다. 또한 본회의 전 준비회의 성격의 사전 당사국총회(Pre-COP)는 기후위기에 가장 취약한 태평양 도서국에서 진행된다. 2027년 제32차 UNFCCC 당사국 총회는 아프리카 지역 순번에 따라 에티오피아에서 열릴 예정이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알기 쉬운 용어설명

■파리협정 =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195개국이 채택한 기후변화협약이다. 2020년 만료된 교토의정서를 대체하는 신기후체제다. 전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1.5℃ 이하로 제한하기 위해 노력하는 게 목표다. 선진국에만 감축 의무를 부과한 교토의정서와 달리 모든 국가가 자국 상황을 반영해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스스로 설정하는 상향식 방식을 채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