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연말 가계대출 문턱 더 높인다

2025-11-24 13:00:20 게재

연간 대출총량 증가목표 30%나 넘게 웃돌아

KB국민 하나은행은 신규대출 접수 중단 조치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비롯한 가계대출 문턱이 더 높아질 전망이다. 다수의 시중은행이 올해 목표로 한 가계대출 총량을 이미 넘어서면서 대출 여력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일부 은행은 아예 주담대와 신용대출을 내주지 않기로 결정해 당장 자금이 필요한 가계를 압박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4대 시중은행인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의 연간 가계대출 증가가 목표치를 크게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4대 은행이 제시한 연간 증가목표는 총 5조9493억원이었지만, 지난 20일까지 실제 늘어난 금액은 7조8953억원이다. 당초 목표치를 32.7%나 웃돌았다.

개별 은행별로는 4대 은행 모두 개별 목표를 초과했다. 적게는 9.3%에서 많게 59.5%까지 목표치를 넘어섰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10·15 부동산대책 이전에 늘어난 주택거래가 몇개월 시차를 두고 실행되는 경우가 많다”며 “주담대가 꾸준히 취급되고 신용대출 수요도 많아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주요 은행들이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실패하면서 당장 대출 접수를 중단하는 은행이 생기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2일 비대면으로 진행하던 주담대 신규 접수를 중단했다. 국민은행은 24일부터 대면 접수에 의한 주담대도 중단한다. 하나은행도 25일부터 올해 실행되는 주담대와 전세대출 신규 접수를 제한한다는 방침이다.

아직 신규대출 접수를 유지하는 신한은행과 우리은행도 조만간 대출 중단에 나설 수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다른 은행의 대출 제한으로 인해 신한은행으로 쏠림이 나타나면 비슷한 조치를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우리은행 관계자도 “향후 가계대출 증가세에 따라 비대면 채널 판매 중단 등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계속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4대 시중은행에 NH농협은행을 포함한 주요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이달 20일 기준 769조2738억원이다. 이달 들어서만 전달 대비 2조6519억원 증가했다. 이미 지난달 월간 증가규모(2조5270억원)를 넘어섰다. 하루 평균 증가액(1326억원)도 7월(1335억원) 이후 가장 많다.

주담대는 1조1062억원 증가해 아직 전달(1조6613억원) 수준에 미치지 못했지만 하루 증가폭은 553억원으로 전달(536억원)보다 많다. 신용대출은 이달 20일까지 1조3843억원 늘었다. 아직 월말까지 열흘이나 남았는 데도 2021년 7월(1조8637억원) 이후 4년4개월 만에 월간 기준 최대 증가세를 넘어설 수도 있는 흐름이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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