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노인·장애인 예산 삭감 후폭풍

2025-11-24 13:00:25 게재

시민사회·정치권 등 비판 고조되자

도 “필수예산 복원” 진화 나섰으나

도·의회 갈등에 본예산 의결 불투명

경기도가 내년도 노인·장애인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한 것을 놓고 관련단체와 정치권 등의 비판이 거세자 ‘필수 복지예산 복원’을 약속하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도지사 비서실 등 집행부가 성희롱 혐의로 기소된 운영위원장 주재 행정사무감사 출석을 거부한 것에 맞서 국민의힘이 예산안 의결 불참을 결정, 복지예산 복구도 어렵게 됐다.

24일 경기도와 도의회 등에 따르면 도는 내년도 예산안에 시·군 노인상담센터 지원비, 노인복지관 운영비, 장애인지역사회재활시설 지원, 긴급복지예산 등 214개 사업 예산을 전액 삭감 또는 감액 편성했다. 삭감된 복지예산은 모두 2440억원에 달한다.

경기도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가 지난 21일 낮 12시 경기도청 앞에서 ‘경기도 지원예산 현실화 투쟁결의대회’를 열었다. 사진 연합회 제공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관련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사단법인 경기도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경자연)와 경기장애인차별연대는 최근 도청 앞 집회와 기자회견을 각각 열고 장애인 관련예산 삭감에 대해 김동연 경기지사의 책임 규명과 시정을 요구했다.

이민선 경자연 권리보장위원장은 “경기도는 내년도 장애인자립생활지원 예산뿐 아니라 장애인가족지원, 장애인쉼터 등 장애인복지 전 분야의 예산을 무분별하게 삭감했다”며 “이는 장애인을 경기도민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선언이자 장애인복지를 10년 전으로 퇴행시키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앞서 경기복지시민연대는 지난 18일 성명을 내 “도는 복지예산 삭감 사유로 세수 부족 등을 내세우고 있지만 현장에선 ‘복지정책의 근간을 흔드는 칼질’이란 비판이 나오고 여야 도의원들조차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면서 “재정 부족이 아닌 정책 우선순위 왜곡과 복지경시 태도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회와 도의회 등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강득구(안양 만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6일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세수가 부족해 각 부문을 일률적으로 깎다 보니 복지까지 잘려 나갔다는 경기도의 해명은 책임 회피”라며 “2440억원 삭감이 지사에게 제대로 보고되지 않았다는 해명도 도정 시스템 붕괴의 자백”이라고 비판했다. 같은당 김병주 최고위원은 지난 7일 청주 현장 최고위원 회의에서 “노인상담센터 지원비와 노인복지관 운영비를 삭감하는 것은 이재명 정부의 복지정책을 부정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고영인 경기도 경제부지사가 지난 21일 내년도 복지예산 관련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경기도 제공

복지예산 삭감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자 경기도는 도의회와 협력해 필수 복지예산을 복원하겠다며 진화에 나섰다.

고영인 경제부지사는 지난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도 예산에 노인상담센터 지원비, 노인복지관 운영비 예산 등 필수불가결한 예산이 온전히 반영되지 못한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도의회와 협력하고 복지관련 단체들과도 협의해 필수불가결한 예산이 복원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김동연 지사는 심각성을 인지하고 최대한 의회와 협력해 복원률을 높이라는 지침을 주셨다”며 “이번 예산의 복원 노력에 이어 추후 집행이 가능한 사항을 추경을 통해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도와 의회 간 갈등이 깊어지면서 예산안 통과가 불투명해졌다. 도지사 비서실장과 보좌진의 도의회 행정사무감사 보이콧에 맞서 도의회 국민의힘이 예산안 심사만 참여하고 의결에 불참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도의회 13개 상임위원회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모두 동수로 배치돼 국민의힘이 의결에 불참할 경우 안건 통과는 불가능해진다.

이와 관련해 고영인 경제부지사는 “의회 파행 사태와 연동된 측면이 있는데 예산은 집행부 자체의 이해관계뿐 아니라 도민의 삶, 도정 방향과 연관돼 있는 것이기 때문에 단순히 갈등 문제로 볼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의원님들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 최대한 예산이 복원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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