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어슨, 수익성 회복하며 재평가 기대

2025-11-25 13:00:21 게재

출판→평생학습 플랫폼 전환

AI 시대에도 경쟁력 유지

글로벌 교육 기업 피어슨(Pearson plc, NYSE: PSO)이 3~4년에 걸친 체질 개선을 통해 다시 안정적인 이익 흐름을 되찾고 있다. 종이 교재 중심 사업의 한계로 부진했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디지털 평가와 영어 학습, 직무 재교육 등 수익성이 높은 사업 비중이 빠르게 확대되며 회사의 체력도 크게 개선된 모습이다.

오마르 아보쉬 피어슨 최고경영자(CEO)는 FT와의 인터뷰에서 “회사 자체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강조했다. 전임 앤디 버드 CEO가 추진한 디지털 전환 작업이 마무리되면서 피어슨은 영국 FTSE 지수 내에서도 이익 회복이 두드러진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아보쉬 CEO는 변화의 중심을 “기술보다 실행력”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액센추어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고객이 원하는 학습 서비스를 직접 만들고 판매하는 구조가 정착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피어슨의 조정 영업이익은 지난해 10퍼센트 늘어 수익 개선 흐름을 이어갔다.

회사의 핵심 수익원은 학생 평가와 자격시험이다. GCSE·A레벨 같은 공인시험부터 임상심리·전문직 시험까지 폭넓게 운영하며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가져다주는 ‘캐시카우(지속적으로 돈을 벌어들이는 사업 부문)’ 역할을 하고 있다. 의료인·기술직 시험 등은 보안과 정확성이 필수적인데, 아보쉬 CEO는 이를 “피어슨만의 확실한 차별점”이라고 설명했다.

영어 학습 부문도 발음·문장 오류를 AI가 즉시 교정하는 학습 방식이 확산되며 중요한 수익 기반을 형성하고 있다. 그는 “AI가 교실에서 제공하기 어려운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피어슨은 최근 기업 대상 직무 재교육 프로그램을 새로운 성장 축으로 키우고 있다. 이 사업은 아직 초기 단계지만, 직장인의 경력 전환·기술 재교육 수요가 꾸준히 늘면서 이익 기여도가 점차 커지는 분야로 평가된다. 피어슨은 코그니전트·세일즈포스·딜로이트 등과 협력해 실무 중심의 교육 과정을 기업 단위로 제공하고 있다.

아보쉬 CEO는 이러한 프로그램이 미국 경제에서만 연간 1조1000억달러 규모로 추산되는 ‘경력 미스매치’ 문제를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기업이 원하는 기술과 근로자가 가진 기술 사이의 간극을 줄여 노동 생산성을 높이는 역할이라는 것이다.

AI가 교육 시장을 잠식할 것이라는 일부 우려에 대해 아보쉬 CEO는 신중한 입장을 보인다. 그는 팬데믹 기간 빠르게 성장했던 에듀테크(교육기술 기반 학습 서비스) 기업 상당수가 이후 80~90% 가치가 하락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단순 화면 기반 학습은 동기가 부족해 지속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반면 AI는 피어슨의 기존 평가·진단 역량을 강화하는 기술로, 학생의 학습 목표를 세분화해 부족한 부분을 즉시 파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본다.

피어슨은 미국에서 온라인 방식으로 운영하는 가상학교 사업도 직접 확대하고 있다. 학생 모집부터 교사 채용까지 회사가 전담하는 방식이다. 아보쉬 CEO는 “이 모델은 미국뿐 아니라 다른 국가로도 확산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ADHD·자폐 등 신경다양성 진단 도구 역시 꾸준한 수요 증가로 회사의 안정적 수익원 역할을 하고 있다.

회사는 이익 회복을 바탕으로 주주환원도 강화하고 있다. 꾸준한 자사주 매입으로 유통 주식 수가 줄었고, 배당도 점진적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정책이 피어슨의 장기 투자 매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비록 여전히 전통 출판기업 이미지가 남아 있어 주가수익비율(PER)은 12~14배 수준에 머물지만, 실제 사업 구조는 평가·자격증·영어교육·직무훈련 등 반복 매출 기반의 디지털 서비스 중심으로 이미 전환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체질 개선이 향후 주가 재평가의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기술과 교육이 만나는 전환기에서 피어슨은 이익 개선 중심의 ‘가치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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