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12.3 계엄 1년 ‘1인1표제·내란재판부’ 밀어붙인다
정청래 “대통령도 원했다” 강조
“내란전담 재판부, 국민의 명령”
더불어민주당이 권리당원 권한을 강화하는 ‘1인1표제’ 관련 당헌·당규 개정안 최종 결정을 연기했다. 숙의 과정이 없는 밀어붙이기라는 반발이 일자 ‘이 대통령도 원했다’고 강행 의지를 밝혔던 정청래 대표가 속도조절에 나선 양상이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법사위원 등 당내 강경파 요구인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포함한 사법개혁안을 이 대통령 귀국 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여당 지도부가 중동·아프리카 4개국 순방에 나선 이재명 대통령이 돌아오는 날만 기다리는 형국이 됐다.
민주당은 24일 대의원과 권리당원 의결권을 동등하게 하는 ‘1인1표제’를 포함한 당헌·당규 개정안 처리를 위한 중앙위를 오는 12월 5일로 변경했다. 당초 오는 28일 중앙위에서 개정안 처리를 마무리하기로 했지만, 개정이 충분한 숙의 없이 졸속으로 진행된다는 당내 비판이 나오자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이다.
1인1표제 추진에 대해 절차적 정당성, 취약지역에 대한 전략적 문제 와 추진 시점 등을 놓고 당 안에서 반발이 확산됐다. 친명계 인사들까지 가세하면서 정 대표의 운신이 폭이 좁아졌다. 정 대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 시절 “대의원, 권리당원 비율 1대1로 가야” “1인 1표 열망이 큰 건 사실”이라고 했던 발언 등을 인용하며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반박했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필요성을 강조하며 이 대통령 귀국 후 처리를 공식화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지난 8월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취임한 뒤로 내란전담재판부 도입을 추진했으나 ‘진행 중인 법원 재판을 지켜보자’는 여론과 당의 사법제도 개혁에 우선 초점이 맞춰지며 수면 아래로 내려갔었다. 당내 강경파와 처리 시점 등을 놓고 이견이 불거지면서 ‘지도부가 전담재판부 설치에 미온적’이라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김 원내대표는 24일 “내란전담재판부는 당연히 설치한다. 국민의 명령”이라면서 “대통령께서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시면 차질 없이 처리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어 “내란사범이 시간이 조금 지나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의 이같은 입장은 대통령 순방 중에 논란을 자초해 성과를 가린다는 지적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12.3 계엄 1주년이 되는 시점과 맞물려 ‘내란심판론’을 부각시켜 쟁점의제를 처리하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민생 중심’을 강조하는 대통령을 정치쟁점으로 끌어들인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으나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정청래 대표는 24일 “무관용의 원칙으로 12.3 불법 계엄 내란 잔재를 확실하게 청산하고 이 땅의 민주주의와 헌정 질서를 바로 세울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예사롭지 않다. 민주당은 내년도 예산안을 법정 기한(12월 2일) 내에 반드시 처리한 후 쟁점 법안 등을 집중적으로 처리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사법개혁안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관계자는 “12월 25일 전까지 의원들에게 국내에 대기할 것을 권고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