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기본법 제정 시동…규제 공백 메우고 감독 사각지대 차단
내달 법안 발의 추진 … 독립 조직인 회계위원회 신설안 유력
매 회계연도마다 회계감사 의무화, 회계위원회에 시정 요청 권한
법인 형태에 따라 제각각인 회계 관련 규율을 일원화하기 위한 ‘회계기본법 제정’ 논의가 본격화됐다. 회계감독의 사각 지대를 차단하고 사회 전반의 회계투명성 향상을 위한 입법안이 구체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 회관에서는 ‘사회전반의 투명성 제고를 위한 회계기본법 제정’ 공청회가 열렸다. 공청회에서는 회계기본법 제정을 위한 초안이 제시됐다. 지난해 6월 최운열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이 취임한 후 추진이 시작된 회계기본법 제정의 기틀이 마련된 셈이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청회에서 제시된 내용과 의견수렴 등을 반영해 회계기본법 제정 법안을 내달 초 발의할 예정이다.
◆회계 규율, 법인마다 제각각 = 안태준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회계기본법 제정 필요성과 입법안 구상’을 주제로 현재 회계 규율의 문제점과 회계기본법의 입법사항을 발표했다.
영리법인의 경우 기업규모에 따라 회계 관련 법적 규율의 완성도에 상당한 차이가 발생하고, 공공기관 내에서도 유형에 따라 회계규율 체계에 큰 차이가 존재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비영리법인의 경우 △규율체계의 복잡성 △회계처리 기준의 혼란 △회계감사 제도의 실효성 부족 등을 언급하며 회계 규율의 통일성과 명확성이 가장 결여된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상호금융기관은 신협법, 새마을금고법, 농협법, 수협법, 산림조합법 등 각각 별도 법률이 적용되고 일부 기관은 회계감사가 법적으로 의무화되지 않고 의무화된 경우도 매 회계연도마다 받지 않아도 되는 등 규정이 제각각이다.
안 교수는 “회계감사 의무의 불균형과 법령 간 부정합 문제가 공존한다”며 “공동주택 및 집합건물은 유사한 성격의 주거 단체임에도 회계원칙과 감사기준이 이원화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단체 유형별로 규제 공백이 지속되고 규제가 있어도 불완전하고 미비해서 신뢰성 있는 회계정보 생산이 곤란하다”며 “단체별로 주무관청과 근거 법률이 상이해 일관되고 통일된 회계정책 수립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올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회계투명성 평가에서 한국 순위가 69개국 중 60위를 기록한 것으로 문제의 심각성이 입증됐다고도 했다.
◆“일관된 회계 프로세스 확립 필요” = 안 교수는 “모든 단체 유형에 적용 가능한 일관된 회계 프로세스가 필요하다”며 “회계 프로세스 전반에 관한 기본적·공통적 사항을 기본법으로 입법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회계기본법의 적용 범위로 3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적용대상을 △모든 단체(국가, 지자체 포함) △국가와 지자체 제외 △국가, 지자체, 노동조합, 종교단체 유보/제외(현재 적용대상)로 나눈 시나리오다. 주무관청에 대해서도 △금융위원회 △국무총리실 직속 회계정책위원회 △회계위원회(중앙행정기관) 등 3가지 시나리오를 제안했다. 다만 주무관청의 구조와 관련해서 회계위원회 신설을 예로 들어 설명함으로써 독립된 회계감독조직을 만드는 방안을 가장 유력하게 언급했다.
회계위원회는 △법인 등의 회계에 관한 기본정책과 제도 및 그 운영에 관한 기본방향과 중·장기 계획의 수립 및 추진에 관한 사항 △법인 등의 회계처리기준의 제정 또는 개정에 대한 승인 및 수정 △법인 등의 재무제표 및 감사보고서에 대한 감리 업무에 관한 사항 등을 조정·심의·의결하는 기능을 수행하도록 명시했다.
회계기본법의 각론적 입법사항을 보면 △회계처리기준 △회계감사 △공시 △감독(감리) 등이다.
회계처리기준은 모든 단체의 회계처리기준의 제정 권한과 책임을 회계위원회에 귀속시키는 방안과 현행과 같이 회계처리기준의 1차 제정 권한과 책임은 단체별 주무관청에 존치시키되, 회계위원회가 2차적인 승인 내지 수정요청(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2가지 방안이 제시됐다.
회계감사의 경우 매 회계연도마다 회계감사 실시를 의무화하면서 그 이행에 대한 1차적인 감독 권한과 책임은 기존 주무관청에 귀속시키되, 위원회는 해당 주무관청을 상대로 시정 요청 또는 권고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중심으로 입법 예시를 들었다.
안 교수는 회계기본법 제정 의미에 대해 “회계 친화적인 사회 환경을 조성하고 회계 교육 강화, 회계전문인력 양성, 회계 연구기관 육성 등 회계투명성 제고 기반을 조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