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절연 vs 체제 전쟁’ 국민의힘 ‘혁신’ 방향 어디로

2025-11-26 13:00:02 게재

초선 의원들 “과거 절연, 사과 메시지 필요”

장동혁 “지금은 이재명·민주당과 싸울 때”

‘당심’에 무게 둔 지방선거 경선 룰도 불씨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가운데 국민의힘이 당의 근본적인 노선과 정체성을 둘러싼 내부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12·3 비상계엄 1주년을 계기로 터져 나온 ‘과거와의 절연 및 사과’ 요구와 장동혁 지도부가 강조하는 ‘체제 수호’ 노선이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는 것. 여기에 지방선거 경선 룰을 두고 ‘민심 대 당심’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당의 혁신 방향을 놓고 내홍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경북서 국민대회 이어가는 장동혁 대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5일 구미역 광장에서 열린 민생회복과 법치수호 경북 국민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구미 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장동혁 지도부의 ‘체제 전쟁’에 맞서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은 당이 과거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야 지방선거 승리는 물론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며 쓴소리를 쏟아냈다.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은 25일 KBS 라디오 전격시사 인터뷰에서 “국민의힘이 정부 여당에 대해 올바른 비판을 해도 그 메시지에 힘이 실리지 않는 이유는 과거 국민의힘이 윤석열 전 대통령에 종속적이었던 모습들이 떠오르기 때문”이라면서 “1년 동안 비상계엄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그것이 규명되면 사과와 반성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12월 3일을 기점으로 국민의힘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까지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성국 의원도 “진정성 있는 사과의 메시지를 미래를 바라보면서 던지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한 정 의원은 “진정성이 느껴지려면 진솔한 사과의 표현이 들어가야 한다”며 “윤어게인, 부정선거와는 절연의 의미가 담겨야 한다”며 ‘과거와의 절연’을 주문했다.

박정훈 의원도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서 “우리가 과거와 절연해서 우리가 주장하는 목소리에 초점이 맞춰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수민 의원은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에서 비롯해 결국 탄핵이 있었고 정권을 잃었다”면서 “우리 당이 내세울 핵심 메시지는 ‘죄송하고 다시는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재창당 수준의 혁신을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기 위해 ‘과거 청산’ 요구가 제기되고 있지만 장동혁 대표를 중심으로 한 지도부는 내부 쇄신보다는 대여 투쟁과 보수 가치 수호에 방점을 찍고 있는 상황이다.

장동혁 대표는 25일 경북 구미의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자리에서 12.3 계엄에 대한 사과 메시지를 내야 한다는 당내 의견과 관련해 “지금 말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면서 “무도한 이재명 정권과 의회 폭거를 계속하는 민주당과 싸울 때”라고 강조했다.

장 대표는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서 손가락질하고 비판하는 것이 부끄러운 것”이라며 “내년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하나로 뭉쳐서 전진할 때”라며 대여 투쟁에 집중할 것을 요구했다.

이러한 갈등 속에 ‘민심’보다 ‘당심’을 강화하는 쪽으로 지방선거 경선 룰이 개정될 것으로 알려지며 전선은 더욱 확대되는 모습이다.

25일 당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에서 내놓은 ‘당심 70%·민심 30%’ 경선룰에 대해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윤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방선거는 당 대표를 뽑는 선거가 아니다. 국민이 직접 표를 행사하는 민의의 경쟁장”이라면서 “민심이 곧 천심이다.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 당원투표 비율 상향은 재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용태 의원도 KBS 라디오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당원 1인 1표제라는 폐쇄적인 이야기를 나눌 때일수록 국민의힘은 유권자 지향 정당으로 바뀌어야 한다. 지지층을 보는 정치가 아니라 열린 정당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개인적으로 일반 국민 여론조사 100%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반면 장 대표는 ‘당심 반영 70% 상향 안’에 대해 “저는 그동안 당 대표로서 당성을 강조해왔고 당원 권리를 확대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그런 차원에서 기획단에서 그런 안을 제안한 것 같고, 여러 의견을 잘 담아내서 기획단에서 잘 결정하리라 본다”며 동의 입장을 내비쳤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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