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엽 신영증권 대표 금투협회장 출마에 홈플러스 전단채 피해자 분노

2025-11-26 13:00:02 게재

“책임 외면하고 출마, 피해자 우롱 … 신영증권, 개인·중소기업 파산위기 나몰라라”

황성엽 신영증권 대표의 금융투자협회장(금투협회장) 출마 소식에 분노한 홈플러스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전단채) 피해자들이 거리로 나선다. 이들은 홈플러스 대주주 MBK파트너스뿐 아니라 ABSTB를 설계하고 판매한 신영증권도 법적·도의적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데, 그 중심에 있는 황 대표가 금투협회장에 출마하는 것은 피해자들을 우롱하는 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홈플러스 물품구매전단채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27일 신영증권 여의도 본사 앞에서 ‘홈플러스 유동화 전단채 피해 관련 유동성 지원 및 선·가지급 요구 집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집회에 앞서 낸 입장문에서 “황 대표는 홈플러스 유동화 전단채 피해자들의 눈물과 고통을 외면한 채, 금투협회장을 선출하는 선거에 출마했다”며 “이는 자사 투자 고객의 중대한 피해를 해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투자환경 조성’과 ‘자본시장 발전’을 말하는 것으로, 피해자들을 우롱하는 행태”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금투협회는 자본시장 참여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금융투자업계의 윤리와 책임을 확립해야 할 기관”이라면서 “자사의 ABSTB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 혹은 해결하려는 노력을 보여주지 못한 경영자가 업계를 대표하는 자리에 오른다면, 투자환경을 기망하는 행위이고 그동안 금융사고로 상처 입은 수많은 개인 투자자들에게 또 한 번 깊은 상실감과 배신감을 안기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ABSTB는 홈플러스가 물품을 구매할 때 외상으로 결제한 카드 이용대금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했다. 신영증권은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신용카드사들로부터 홈플러스 물품대금 카드채권의 권리를 양도받아 이를 기초로 연 6%, 투자기간 3개월짜리 ABSTB를 발행했다.

신영증권은 이 상품을 자체 리테일 창구를 통해 팔거나 국내 증권사를 통해 개인 등에게 판매했다. 그러나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간 홈플러스가 카드대금을 상환하지 못하면서 투자자들이 손실을 입게 됐다.

이의환 비대위 집행위원장은 내일신문과 통화에서 “신영증권은 ABSTB 발행에 아무런 책임이 없는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직접 피해를 입힌 당사자”라며 “피해 보상에 대한 구체적인 조치가 없는 상황에서 신영증권 대표가 금투협회장 선거에 나섰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개인 투자자는 노후자금·은퇴자금·주택구입자금·자녀 결혼자금·암 치료자금 등을, 중소기업은 단기 유동성 자금을 투자했는데 돌려받지 못하고 있어 사실상 파산 상태”라며 “이 소중한 돈이 하루아침에 날아가게 돼 피해자들은 고통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이유로 비대위는 증권사들에 선·가지급과 유동성 지원을 거듭 요구하였으나, 신영증권은 현재까지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피해자들은 유동성 위기로 생계와 생활 전반이 흔들리는 절박한 처지에 내몰려 있으나, 신영증권은 사실상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이 비대위측의 설명이다.

비대위는 불완전판매 가능성도 제기한다. 증권사가 ABSTB 발행과 판매 과정의 투자위험에 대한 충분한 상품심사와 준법감시, 내부통제, 설명의무, 위험의 고지 등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특히 비대위는 피해자들로부터 불완전판매와 관련한 증언을 상당수 확보했으며 추가 증언도 수집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리테일 창구에서 충분한 설명이 없었다면 신영증권도 그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져야 한다”면서 “발행 당시 대표이사였던 황 대표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황 대표는 제7대 금융투자협회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 그는 1987년 신영증권 입사 후 38년간 줄곧 이곳에서 근무한 ‘정통 신영맨’이다. 지난 2020년 6월 대표이사에 올랐고 임기는 내년 6월까지다.

금투협회장은 성과급 등 7억원대의 연봉을 받는다. 퇴임 후에도 2년간 사무실과 개인비서, 차량과 운전비서를 제공받고 월 약 1900여만원의 고문료를 지급 받는다. 차기 회장은 다음 달 금투협 총회에서 회원사 투표를 통해 확정된다. 새 회장의 임기는 2026년 1월 1일부터 2028년 12월 31일까지 3년이다.

내일신문은 지난 일주일 간 금투협회장 출마와 관련해 ABSTB 피해자들의 반발에 대한 입장을 황 대표와 신영증권에 요청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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