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사모펀드 기업인수시 차입비율 200% 초과하면 보고 의무화 검토”
MBK·홈플러스 사태로 PEF 규제 강화 추세
차입한도 400→200% 하향조정 법률개정안
금융위, 구조조정 위축 우려 ‘한도축소 부정적’
홈플러스·MBK 사태로 사모펀드(PEF)에 대한 규제 강화가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사모펀드의 기업인수 차입 비율이 순자산 대비 200%를 초과할 경우 보고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27일 국회에 따르면 사모펀드 규제 강화를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현재 4건이 발의돼 있다. 개정안은 △사모펀드의 차입한도 축소 △사모펀드의 투명성 제고 △사모펀드의 운용규제 강화 등 사모펀드의 규율체계를 강화하는 내용이다.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의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위는 사모펀드의 차입비율이 200%를 초과하는 경우 사모펀드에게 차입한도 초과사유, 집합투자재산 운용에 미치는 영향, 향후 관리방안 등을 금융당국에 보고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사모펀드의 차입한도를 순자산 대비 400%에서 200%로 하향조정하려는 법안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판단했다.
금융위는 “개정안의 입법취지에 공감하나, 사모펀드의 차입비율 제한은 해외에는 없는 규제로서, 이를 강화할 경우 국내 PEF가 해외 PEF에 의해 대체되는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고, 현재에도 대다수 PEF가 차입비율을 200% 이하로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규제를 강화할 경우 구조조정 기업에 대한 유동성 공급 등 PEF 역할이 필요한 상황에 대한 대응이 어려워질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피인수기업에 대한 경영권 참여 등을 목적으로 집합투자재산을 운용하는 경우 피인수기업의 차입 규모와 순자산 규모를 포함해 차입한도를 적용하도록 하는 방안(한창민 의원안)과 관련해, 피인수기업의 추가 차입이 크게 제한될 수 있어 자금조달을 통한 경영 정상화에 어려움이 발생할 우려가 있으므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해 관계자인 금융투자협회는 “기관전용 사모펀드의 과다차입에 따라 발생하는 문제를 방지하려는 개정안의 입법취지를 감안해 규제 강화의 대상을 기관전용 사모펀드로 한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지난해말 기준 사모펀드의 차입비율 분포 현황을 보면 일반 사모펀드와 기관전용 사모펀드의 차입비율은 각각 20.7%, 38.7% 수준이다. 차입비율이 200% 이하인 일반 사모펀드는 99.7%, 기관전용 사모펀드는 97.5%로 대부분의 사모펀드가 200% 이하의 차입비율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개정안이 발의된 것은 MBK 파트너스가 피인수 대상 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한 LBO(차입인수) 방식으로 과다하게 차입해 홈플러스의 자산 매각, 재무구조 악화 등으로 파산 위험을 초래했다는 비판에 따른 것이다.
이와함께 개정안은 사모펀드의 금융당국에 대한 보고의무 강화, 투자자 정보제공 확대, 공시 및 회계감사 의무 부과를 담고 있다.
보고서는 “현행법상 회계감사 의무는 원칙적으로는 배제되고 있으나,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일반 사모펀드의 경우에는 회계감사를 의무화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의무 적용대상의 확대 여부를 논의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
사모펀드의 운용규제 강화 관련 법개정안에는 금융위와 법무부, 금융투자협회가 모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현재 발의된 개정안 내용은 사모펀드가 다른 회사를 인수하는 경우 피인수기업의 지분을 5년 이상 소유하도록 하고 사모펀드나 투자목적회사(SPC)가 투자한 기업이 금융위의 사전승인 없이는 제3의 기업을 인수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또 사모펀드의 집합투자재산에 속하는 다른 회사의 주식에 대해 취득일로부터 2년간 자기주식의 취득, 이익의 배당, 자본금 감소 등에 관한 결의에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도 있다.
금융위는 “사모펀드의 핵심적 경영판단 사항(지분 처분 등)을 일률적으로 제한할 경우 모험자본 공급, 기업 구조조정 등 사모펀드의 순기능이 크게 약화될 수 있다”며 “상법상 주식양도 자유를 사모펀드에 대해서만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으므로 개정안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사모펀드의 지배권 취득 여부와 무관하게 의결권을 일률적으로 배제할 경우 비례의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 재산권의 침해 또는 주주평등원칙 위반에 해당할 우려가 있다”며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