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현수막 강제철거하고 과태료도 부과

2025-11-27 13:00:02 게재

지자체들 실무지침 만들어 정비

국회도 옥외광고물법 개정 속도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불법·혐오 정당현수막에 대한 철거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지자체들이 과태료 부과와 강제 철거 의지를 다지고 있고, 국회도 법안 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당 현수막 규제를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추석 당시 경남 창원시청 사거리 인근에 지역 정치인들이 내건 추석 인사 현수막. 창원 연합뉴스

27일 내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정당현수막에 대한 국민 불만이 확산하자 지자체들이 강제 철거 등 대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실제 서울 성동구는 정당현수막 정비를 위해 자체 실무지침을 만들어 지난 21일부터 적용하기 시작했다. 정치·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문구를 담고 있는 현수막이 대상인데, 불법 현수막으로 판단되면 즉시 해당 정당에 시정명령을 하고 이행기한을 24시간으로 정해 신속하게 정비하기로 했다.

광주시 5개 자치구는 법령을 위반한 현수막에 대해 예외 없이 과태료를 부과하고 즉시 철거하기로 했다. 철거 대상에는 설치 기준 위반은 물론 인권침해·인종차별·사실왜곡 등 부적절한 내용을 담은 현수막도 포함된다. 구체적인 단속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26일 임 택 동구청장을 비롯해 5개 구청장이 모여 대책회의도 열었다.

이들뿐만 아니라 전국 대부분 지자체들이 속속 불법·혐오 현수막 정비를 위한 실무지침을 마련하는 등 단속을 강행하고 있다.

지자체들이 정치적 부담을 무릅쓰고 정당현수막에 대한 정비 의지를 높이는 것은 그만큼 국민 불만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국에서 제기된 정당현수막에 대한 민원은 1만8016건에 이른다. 특히 서울과 경기에서 발생한 민원이 각각 26.5%(4782건)과 26.3%(4744건)로 많았다. 이 같은 민원에 지자체들이 상반기에만 5만2650건의 정당현수막을 정비했지만 국민 시각에서는 전혀 근절되지 않은 수준이다. 하반기에도 비슷한 규모의 민원이 이어지고 있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행안부도 최근 구체적인 단속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지자체에 내려보냈다. 지자체들에게 금지광고물 판단 기준을 제시한 것이다. 행안부 기준은 △범죄행위를 정당화하거나 잔인하게 표현하는 내용 △음란하거나 퇴폐적인 내용 등으로 미풍양속을 해칠 우려가 있는 내용 △청소년의 보호·선도를 방해할 우려가 있는 내용 △사행산업의 광고물로서 사행심을 부추기는 내용 △인종차별적 또는 성차별적 내용으로 인권침해의 우려가 있는 내용 △그밖에 다른 법률에서 광고를 금지한 내용 등 6가지다.

정치권의 자정 노력도 눈에 띈다. 청주 서원구가 지역구인 이광희 국회의원은 지난 17일 자신의 정치 현수막을 모두 철거한 뒤 입장문을 내고 “상대를 비하하는 혐오 문구로 시민 불쾌감만 키우는 현수막 난립은 멈춰야 한다”며 “저부터 철거를 실천해 정치 현수막 없는 청정 서원구를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당현수막과 관련한 옥외광고물법 개정에도 속도가 붙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1소위원회는 지난 20일 정당현수막 규제가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의 옥외광고물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 개정안은 정당현수막의 내용을 규제하지 못하도록 하는 근거가 담긴 8조 8항을 삭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당 조항은 정당현수막은 읍·면·동별 2개 이내로 지방자치단체장의 허가 등 규제를 받지 않고 설치할 수 있도록 했는데 이를 삭제해 다른 현수막과 마찬가지로 지자체 규제를 받게 하겠다는 것이다. 또 국적·종교·지역 등 특정 집단에 대한 편견이나 증오 조장 또는 선동하는 내용의 옥외광고물을 금지하는 조항도 추가됐다.

국민의힘은 혐오를 조장하는 정당현수막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은 공감했지만 과도한 규제로 또 다른 ‘입틀막’ 법안이 될 수 있다며 반대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법안 통과를 막지는 못했다. 민주당은 이 법안을 27일 행안위 전체회의와 본회의에 상정해 속전속결로 처리할 계획이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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