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줄어드는 서울, 지방의원 줄어든다
서울 선거구획정위 “구의원 4명 줄여라”
종로 동대문 강서 서초…구의회는 반발
갈수록 줄어드는 인구 문제가 지방의회 규모 축소로 이어지고 있다. 27일 내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서울시 자치구선거구획정위원회는 25개 자치구와 구의회에 구의원 정수 조정안을 발송했다.
위원회가 제시한 의원 수 조정안에 따르면 종로구 동대문구 강서구 서초구 구의원은 각각 1명씩 줄어들게 된다. 종로구는 비례의원 자리를, 나머지 3개 구는 지역구 구의원 자리를 한개씩 내놓아야 한다. 조정안이 바로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국회의원 선거구와 시의원 선거구가 확정되는 상황에 따라 변동이 발생할 수 있다.
의석 수 감소는 정치권 반발로 이어졌다. 종로구의회는 지난 21일 구의원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구획정안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위원회는 “인구지표와 지역의 행정동수를 기준으로 의원 수를 조정했다”고 밝혔다.
종로구의 경우 인구가 지난 2021년 약 14만5000명에서 올해 같은달 기준 13만7000여명으로 5.47% 감소해 기존 2명이던 비례대표를 1명으로 줄였다는 게 위원회의 설명이다.
의석 수가 줄어든 다른 자치구의회도 반발하긴 마찬가지다. 다만 상황은 조금 다르다. 특례제도에 의해 중대선거구제를 시범실시하는 과정에서 지역구 의석 수를 한개씩 늘렸던 것이고 이를 원상복구하는 형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계자들은 늘렸던 의석수를 줄이는 일은 간단치 않다고 말한다. 의원 수 축소를 통보 받은 한 구의회 관계자는 “종로구와는 상황이 다르긴 하지만 향후 조정 과정에서 기존 숫자를 유지하자는 쪽으로 반발이 구체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인구 10년간 70만명 감소 = 전문가들은 “당장은 4개 구 의원 수가 영향을 받지만 향후 의원 수 감소는 서울 모든 자치구에 해당되는 문제로 확산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서울 인구의 지속적인 감소에 따라 지방의원 의석 축소는 정해진 미래라는 것이다.
내일신문이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와 법무부 등록외국인 통계를 기반으로 최근 10년간 서울 자치구 인구 변화를 분석한 결과 강동구를 제외한 24개 자치구 전체 인구가 축소됐다. 강남 3구는 물론 신흥상업지구나 대규모 재건축 재개발로 인구 유입이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됐던 지역도 예외가 없었다.
가장 많이 줄어든 곳은 노원구로 2015년 58만명이던 주민이 올해 49만명까지 줄었다. ‘마용성’으로 불리며 떠오르는 부동산 인기지역인 마포와 용산 성동구도 인구 감소를 피해가지 못했다. 마포구는 10년 사이 3만명, 용산구와 성동구도 각각 3만3000명, 2만4000명이 줄었다.
지방의원 규모가 줄어드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인구 변화에 따라 선거구 조정은 불가피하며 이는 의원 수 증감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구에 비례한 의원들의 주민 대표성 문제는 또다른 접근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서울에는 373개 구의원 지역구가 있고 이를 서울 전체 인구를 대입해 나누면 한 지역구당 인구는 약 19만6000명이 된다. 선거구획정위는 통상 이를 기준으로 의원 수 증감을 논하는데 단순한 숫자 대입만으로는 지역 특성을 반영한 대의제 실현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도심 복판에 위치해 지속적인 인구 감소를 겪고 있는 종로구와 중구가 대표적 지역으로 꼽힌다. 특히 중구는 인구 부족 문제가 심각해 인근 성동구와 선거구가 섞여 행정과 주민 대표성에 혼선을 겪기도 한다.
숫자보다 주민 신뢰 회복이 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구의회 관계자는 “최근 모 구의회가 국외출장 항공비 부풀리기로 경찰 조사를 받는 등 여전히 지방의회의 위상을 추락시키는 퇴행적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며 “주민에게 꼭 필요한 지방의회로 거듭나고 주민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의원수 감소 문제를 극복하는 근본적 해법”이라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