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투자특별법 논쟁, ‘투자 압박 차단용’으로 활용되나

2025-11-27 13:00:01 게재

민주당 “투자 방식 등 국익 차원서 수정” 예고

국힘, 손실 부담 등 비판하며 ‘비준동의’ 요구

‘신속안건처리’에서 선회, “시한 두지 않는다”

한미통상협상 결과에 대한 비준동의 논쟁이 ‘한미 전략적 투자관리를 위한 특별법안’ 발의와 함께 더욱 가열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손실 부담 등을 지적하며 ‘비준동의’를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미 관세율 인하를 확보한 상황에서 이러한 야당의 강도 높은 비판과 지적이 오히려 대미 협상에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다. 미국의 대미투자 압박을 회피하거나 완화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법안 처리 시점을 따로 정하지 않고 열어뒀다.

27일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대미투자특별법은 우리나라의 법 등과의 조율을 위해 만드는 것으로 순전히 국익차원에서 이뤄지는 대미 투자 지원 관련 법안”이라며 “한미협상 결과에 따른 MOU에 대해 우리나라만 비준을 하게 되면 스스로 발목을 잡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대미투자특별법은 우리나라가 앞으로 미국과의 협상에서 유리하게 협상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무엇보다 국익을 우선순위에 둬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애초 야당이 반대한다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상정해 속도감 있게 처리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시한을 두지 않겠다”는 쪽으로 선회한 것도 ‘미국과의 투자 실무협상’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보인다. 이달 내에 법안 발의만 하면 자동차와 부품의 대미 수출 관세율을 25%에서 15%로 낮춰 소급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급할 게 없다는 얘기다.

또다른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서둘러 일단 법안을 내놓기는 했지만 세부적인 투자방식이나 내용을 보면 고치거나 덧붙일 게 적지 않다”면서 “차근차근 법안을 수정할 것이고 이 후에도 많은 법안이 제출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관세율 인하 혜택 때문에 일단 법안 제출에 주력했다는 설명이다.

허 영 민주당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전날 법안내용을 설명하면서 “여야가 함께 머리를 맞대서 조금 더 완벽한 대미투자법으로서 통과되기를 기대하는 차원에서 (처리) 시간을 정하지 않고, 꼼꼼하게 심의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패스트트랙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국회 비준 동의가 우선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 그러면서 양국 간의 양해각서(MOU)를 비준동의 없이 구속력 있는 국내법으로 발의한 것은 문제라고 비판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전날 “국민 경제에 부담이 되는 외국과의 조약이나 협약, MOU를 비롯해서 어떤 것이라도 국회 비준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야당 간사인 김 건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정부는 그동안 MOU에 대해 법적 구속력이 없어 국회 비준 동의가 필요 없다더니 정작 구속력 있는 국내법으로 발의했다”며 “이렇게 되면 미국은 여전히 법적으로 구속되지 않는 데 반해 우리만 구속력이 생기게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법안은 국회 기획재정위에 상정되겠지만 곧바로 심사에 들어갈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현재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은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이다. 심사과정에서 다양한 쟁점들이 여야간 공방 중에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김 의원은 대미 투자 재원에 대해 “특별법을 보면 정부가 3조원을 출자해 한미전략투자공사를 만들고 공사가 손실을 내면 정부가 전부 보전하도록 했다. 사실상 모든 투자 리스크를 국민 세금으로 떠안겠다는 구조”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수익배분 ‘5대 5’나 손실에 대한 부담 등이 주요 쟁점으로 부상하면서 세부적인 ‘안전장치’가 추가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민주당은 이같은 국민의힘이나 시민단체 등의 반발이 오히려 국익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의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여야간 국회에서의 논쟁과 논란이 미국의 투자처를 찾고 투자금 집행에 상당한 압박요인이나 협상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수익을 낼 수 있어야 투자하겠다’는 투자처에 대한 ‘상업적 합리성’ 확보 기준이나 외환시장 안정화를 위한 추가적인 안전장치 등이 국회에서 세세하게 논의된다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이뤄진 한미 투자협상 결과를 이행과정에서 보완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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