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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LLM 서비스 회사들의 ‘AI 거품’ 대응능력

2025-11-28 13:00:01 게재

최근 들어 금융시장 안팎에서 ‘인공지능(AI) 회사들에 거품이 많으며 조만간 꺼질 것’이라는 얘기들이 나온다. 기술적 관점에서 엄밀히 이야기하자면 ‘인공지능 회사’라기보다 ‘거대언어모델(LLM) 회사’라고 하는 게 훨씬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그리고 재미있게도 ‘오픈AI’의 샘 올트만과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도 “거품이 있는 것 같고 언젠가는 꺼질 것 같다”고 공개적으로 이야기한다.

이들 ‘LLM 회사’들의 최근 행보를 보면 거품이 꺼지는 것이 당연하고 일부에서는 오히려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왜냐하면 1990년대 말 발생한 ‘인터넷 서비스 회사 거품 붕괴’ 이후 살아남은 회사들이 시장을 거의 장악했기 때문이다.

물론 ‘인터넷 거품’ 시절에는 대부분의 거품이 중소규모 기업들에 끼어 있었고, 이들 회사들은 기술력이라는 측면에서도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이는 현재의 ‘LLM 거품’ 의심받는 회사들에게는 전혀 해당되지 않는다. 이들 회사들은 투입 자본, 인력 측면에서 이미 대기업 수준이며 기술력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과연 ‘LLM 거품’이라 의심받는 미국 내 각 회사들은 어떤 상황에 있을까?

오픈AI, 인프라 자원 확보로 우위 유지

챗GPT를 서비스하고 있는 ‘오픈AI’는 ‘질의/응답’ ‘코드생성’ ‘이미지·영상 생성’ 등의 전 분야에서 최상위권의 성능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LLM을 시적 문구와 같은 중의성이 매우 높은 문장으로 현혹해 기밀을 빼어내는 방식의 공격에 상당한 방어력을 보여준다.

이 회사는 관련 업계의 합종연횡 핵심이다. 연매출은 20조원 정도에 불과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로부터 그동안 20조원의 투자를 받았고 앞으로 365조원을 더 받을 예정이다. 또 오라클로부터 435조원, 아마존으로부터 54조원의 인프라 투자를 약속 받았다.

한마디로 업계의 전장을 ‘소프트웨어 개발 싸움’에서 ‘개발인력 확보 싸움’을 거쳐서 이제는 ‘인프라 자원 확보 싸움’으로 바꾸고 있는 중인데 이는 매우 현명한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경쟁자들이 ‘인프라 자원 확보’를 못하면 이미 확보한 개발인력도 이탈할 것이고, 이로 인해 AI 소프트웨어 개발도 불가능하게 되기 때문이다.

일반 소비자 시장에서 챗GPT는 81%로 압도적 1위, 기업용 API 시장에서 25%의 근소한 차이로 2위의 입지를 가지고 있어서 현재의 재정적 불안정성에도 불구하고 추후 생존 가능성도 꽤 높아 보인다.

구글, 인프라 모두 갖춘 유일한 회사

구글(알파벳)이 최근 출시한 ‘제미나이 3.5 프로’는 매우 뛰어난 성능을 보여준다. 특히 이미지를 생성해주는 ‘나노 바나나’와 웹의 프론트 페이지를 개발해주는 ‘앤티그래비티’는 경쟁자 대비 압도적 성능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리고 구글은 점차 자신들의 인프라를 엔비디아의 GPU로부터 자신들이 만든 TPU로 전환하는 작업에 성공하고 있는데, 이는 큰 비용절감 효과가 있다.

구글은 현재 재정적으로 매우 안정된 회사이지만 회사의 수익 중 55% 이상이 검색에 기반한 광고수익이라는 점이 약점이다. 이미 일반 대중들은 구글 검색엔진보다는 챗GPT에 그냥 질의하는 방식으로 검색하는 것이 대세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구글은 기존 검색엔진 대안으로 ‘인공지능 검색모드’를 제공해왔고, 최근에는 ‘인공지능 검색 모드’에 스폰서 광고를 연동하는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챗GPT가 80%, 구글이 3%를 차지하고 있는 일반 질의/응답 서비스 상황에서 만약 챗GPT에 적절한 광고수익 모델만 붙게 된다면 구글에게는 엄청난 재앙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글은 앞으로도 생존할 확률이 높아 보인다. ‘텐서플로우’라는 기반 라이브러리, ‘제미나이’라는 LLM 서비스, TPU라는 하드웨어, 구글 클라우드라는 인프라까지 알파부터 오메가까지 전부 가지고 있는 유일한 기업이기 때문이다.

앤트로픽과 퍼플렉시티, 재정적 불안감

‘앤트로픽’은 최근 출시한 ‘클로드 오퍼스 4.5(Claude Opus 4.5)’를 통해 ‘코드생성’에서 경쟁사 대비 가장 뛰어난 성능을 보였고 점차 이 분야에 특화하고 있다. 한때 아마존으로부터 8000억원을 투자받기도 했지만 재정적으로 불안정하다고 볼 수 있다. 기업용 API 시장에서 32%로 챗GPT(25%)를 넘어선 1위이지만 일반 사용자 시장에서는 존재감이 없다는 것이 큰 약점이다.

‘퍼플렉시티’는 최초의 인공지능 기반 검색 서비스이지만 현재는 다른 LLM 회사들도 ‘인공지능 기반 검색 서비스’로 전환되었기 때문에 차별성이 없어져 버렸다. 최초의 인공지능 브라우저 ‘코멧’을 출시했으나 오픈AI가 최근 ‘아틀라스’라는 인공지능 브라우저를 출시하면서 차별성이 희석됐다. 또 구글의 웹브라우저 ‘크롬’ 인수를 노렸으나 이 시도 또한 실패했다. 일반 사용자 시장에서 11%로 2위이지만 재정적 불안정성도 약점이라고 할 수 있다.

MS와 아마존, 안정적 재정이 강점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AI와 협력구조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자체적으로도 AI 기술 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특히 기존의 자산인 운영체제 윈도우(Windows) 오피스(Office)와 인공지능 기능 결합에 중점을 두고 있는데, 인공지능 에이전트인 코파일럿을 이들과 결합하는 전략에 주력하고 있다. 만약 이 시도가 성공한다면 상당한 파괴력이 예상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재정적으로 매우 안정되어 있으며 인공지능 서비스의 1위가 되지 않더라도 생존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아마존’은 이미 앤트로픽과 오픈AI 등의 LLM 회사에 매우 큰 금액을 투자해왔다. 최근 창업자인 제프 베조스가 ‘물리기반 AI’ 회사인 ‘프로젝트 프로메테우스’에 투자하며 공동 CEO에 올랐다. 만약 프로젝트 프로메테우스에서 제대로 된 성과를 내고 이를 베조스의 다른 회사들인 아마존 블루오리진 등과 연계에 성공하면 상당한 파괴력을 보여줄 것이다. 아마존은 재정적으로 매우 안정적이라 생존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애플, 협력과 독자 모델 개발 동시 추동

‘애플’은 인공지능 서비스의 수준에 가장 높은 기준을 가진 회사인데 특히 개인정보 보안(기계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AI 서비스가 구동되어야 함)과 서비스 수준에 대한 기준은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애플의 DNA이기 때문이다. 현재는 오픈AI와 LLM 서비스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는데, 구글의 제미나이도 도입하기로 확정되어 있다. 그러면서도 자체적인 인공지능 서비스인 ‘애플 인텔리전스’도 꾸준히 개발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애플 인텔리전스’의 개발 로드맵이 상당히 지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폰 아이패드 맥 등 제품이 아주 잘 팔리고 있다는 점이다. 애플은 재정적으로 매우 안정되어 있으며 인공지능 서비스 시장에서의 생존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메타와 X, 광고 일변도 수익모델의 한계

‘메타(페이스북)’는 전세계 인공지능 서비스들의 핵심 근간 라이브러리인 ‘파이토치’를 제공하고 있고, LLM ‘라마’를 오픈소스(모두 공개한 건 아니지만)로 공개했다. 하지만 실제 서비스에서는 기업용 API 시장의 9% 정도를 차지해 파괴력이 없다.

최근에는 메타 내부의 인공지능 관련 조직과 인력들이 크게 동요하고 있는데 그 동안 인공지능 분야를 이끌던 수장이 ‘얀 르쿤’에서 ‘알렉산더 왕’으로 주도권이 교체돼 후유증을 앓고 있다. 현재는 재정적으로 안정되어 있지만 광고 일변도 수익모델이라 앞으로는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

X(트위터)에서 출시한 그록의 성능은 GPT 제미나이 클로드에 견줄 만하지만 일반 사용자 시장과 기업용 API 시장 모두에서 존재감이 없다. 현재는 재정적으로 안정되어 있지만 앞으로 어려워질 수 있다.

이해성 내일e비즈 CTO/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