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추석 연휴·기저효과에 10월 반도체생산 26.5% 급락

2025-11-28 13:00:02 게재

43년 만에 최대 폭 감소

산업생산 전달대비 2.5%↓

건설기성 -20.9% 최대감소 소매판매만 3.5% 올라 반등 “반도체 업황은 좋은 흐름”

지난달 산업생산이 5년 8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긴 추석 연휴로 생산일수가 줄어든 영향이 컸다. 여기에 기저효과가 작용한 반도체 생산이 43년 만에 최대 폭으로 줄었다. 건설투자는 역대 최대 감소율을 기록하는 등 생산·투자 지표가 일제히 고꾸라졌다.

다만 내수 대표 지표인 소비는 ‘추석 대목’과 정책 효과 등에 힘입어 2년8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반등했다. 국가데이터처는 “반도체 생산이 역대최대 폭 줄었지만 기저효과와 생산일수 영향이 크다. 반도체 업황 자체는 좋은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종합적인 경기상황을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전월대비 0.4 하락했고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보합에 머물렀다. 최근 5~6개월 이어진 경기회복 흐름이 끊기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수출 기다리는 자동차 긴 추석 연휴로 인한 조업일수 감소와 기저효과 영향으로 10월 산업생산이 감소로 전환됐다. 경기도 평택항에 수출용 자동차가 세워져 있는 모습. 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생산 2.5% 큰 폭 감소 = 국가데이터처가 28일 발표한 ‘2025년 10월 산업활동동향’울 보면 지난달 전(全)산업 생산지수(농림어업 제외)는 112.9(2020년=100)로 전월 대비 2.5% 감소했다. 코로나19가 국내에서 처음 확산하기 시작하며 경기가 급격히 얼어붙었던 2020년 2월(-2.9%) 이후 5년 8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이다.

부문별로 보면 광공업 생산이 전월 대비 4.0% 줄었다. 특히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반도체 생산이 26.5%나 급감했다. 이는 1982년 10월(-33.3%) 이후 43년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이다.

다만 정부는 이같은 수치 급락이 업황 부진이 아닌 기저효과 때문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두원 국가데이터처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반도체는 최근 호황으로 생산이 크게 늘어왔고, 지난달 지수 수준이 역대 최대였던 데 따른 기저효과가 작용했다”며 “분기 초에는 늘고 분기 말에는 줄어드는 계절적 특성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심의관은 “지수 자체는 하락했지만, 가격 상승 흐름 등으로 미뤄볼 때 시장 자체는 견조한 호황”이라며 “수치는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오지만 일시적인 현상이며 업황 자체는 좋다”고 했다.

건설 부문의 타격은 더 컸다. 건설기성은 전월 대비 20.9% 급감하며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97년 7월 이후 역대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 건축(-23.0%)과 토목(-15.1%) 공사 실적이 모두 급락했다. 건설 수주(경상) 역시 주택 등 건축(-46.7%)과 기계설치 등 토목(-29.1%)에서 모두 줄어 전년 동월 대비 41.6% 감소했다.

정부는 업황 악화와 긴 연휴를 건설업 부진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국가데이터처는 “건설 업황 자체가 좋지 않았던 영향도 있지만, 10월에 긴 추석 연휴와 징검다리 연휴가 있었다”며 “명목상 조업일수보다 실제 공사 현장에서 쉬는 날이 더 길게 발생하면서 기성 실적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설비투자 역시 기계류(-12.2%)와 운송장비(-18.4%) 투자가 모두 줄어 전월 대비 14.1% 감소했다.

◆소비는 뚜렷한 회복세 = 반면 내수 지표인 소비는 뚜렷한 회복세를 보였다. 소매판매액지수(계절조정)는 103.8로 전월 대비 3.5% 증가했다. 이는 2023년 2월(6.1%) 이후 32개월 만에 최대 증가 폭이다. 지난 8월(-2.4%)과 9월(-0.1%) 연속된 감소세에서도 벗어났다.

승용차 등 내구재(-4.9%) 판매는 줄었으나, 의복 등 준내구재(5.1%)와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7.0%) 판매가 늘며 전체 지수를 끌어올렸다. 특히 음식료품 판매는 전월 대비 12.6%나 급증했다.

이 심의관은 “내구재는 승용차 판매 감소와 영업일수 축소 영향으로 부진했지만, 준내구재와 비내구재는 추석 명절 효과와 정부의 소비 쿠폰 등 다양한 소비 진작 정책의 영향으로 판매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며 “겨울을 앞두고 의복 판매가 늘고 소비 심리가 개선된 점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99.0으로 전월보다 0.4포인트(p) 하락했다. 7월(99.0) 이후 두달 연속 상승하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간 모습이다. 소매판매액지수 등은 증가했지만 건설기성액, 내수출하지수 등이 감소한 영향이다. 향후 경기 흐름을 예고하는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102.2로 전월과 같은 수준(보합)을 유지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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