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6개월동안 윤리특위도 없는 22대 국회
징계안만 45건, 한달에 2.5건씩
“자정능력 소홀 … 명백한 퇴행”
비상설 전락 후 최장기간 ‘미설치’
22대 국회는 임기가 1년 6개월이 지나도록 윤리특위를 만들지도 못하고 있다. 윤리특위가 있다해도 사실상 심사를 해오지 않았던 관행이 문제됐지만 윤리특위 자체를 이같이 오랫동안 설치하지 하지 않은 경우는 거의 없었다.
국회 거대양당이 ‘동물국회’로 변질돼 가면서도 자정의지조차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28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여야 의원들이 제기한 ‘의원징계안’은 모두 45건이 올라와 있다. 22대 국회의원 임기가 18개월이 지나는 동안 매월 2.5건이 올라온 셈이다. 하지만 이를 심사할 윤리특위가 없다.
윤리특위는 1991년에 상설기구로 이어오다가 20대 국회 후반기인 2018년부터 비상설 상임위로 전환됐다. 필요에 따라 여야가 합의를 통해 운영할 수 있게 된 셈이다.
결국 2019년 6월말~2020년 5월말까지 거의 1년 동안 가동을 멈췄고 21대 국회 후반기에도 2022년 6월말 이후 여야가 연장하지 않아 11월까지 운영을 중단하기도 했다. 2024년 5월 말부터 임기를 시작한 22대 국회는 윤리위 없이 전반기를 시작해 지금껏 도입하지 못하고 있다. 윤리특위 미 가동시간만 따지면 비상임위로 전락한 이후 최장기간이다.
물론 그동안 윤리특위가 논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무용론’이 꾸준히 제기된 것도 사실이다. 21대 국회 후반기인 2022년 11월 이후 겨우 윤리특위를 재구성됐지만 2023년 8월부터는 단 한 차례의 회의도 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리특위가 없는 것과 있는데도 제 역할을 못하는 것은 전혀 다른 얘기다.
무엇보다 여야간 경쟁적으로 올린 징계안이 너무 빠르게 늘고 있어 국회 자정능력에 ‘빨간불’이 켜졌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등록된 징계요구안은 19대 39건, 20대 47건, 21대 51건으로 증가하더니 22대 들어서는 임기가 절반도 지나지 않았는데 19대 국회에서 4년간 올라온 것보다 많다.
이같은 속도라면 4년간 100건을 돌파할 수도 있다.
지난 7월 국회 운영위에서 거대양당이 내년 5월 29일까지 운영하는 윤리특위 구성에 합의하고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각 6명씩의 위원자리를 차지하는 방식을 채택했지만 여당의 강성지지층들의 반대로 무산된 대목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윤리특위 도입 조차 ‘정쟁’의 도구로 활용되고 있는 모습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하상응 정치개혁위원회 위원장(서강대 정외과 교수)은 “22대 국회에서 여러 의원들이 행정부와 사법부의 책임을 추궁하고 있지만, 정작 입법부 스스로에 대한 자정 노력은 소홀하다”고 지적했다.
한성민 경실련 정치개혁위원회 위원(한국외대 정외과 교수)은 “거대 양당이 합의로 윤리특위를 비상설화한 것은 명백한 제도적 퇴행”이라며 “원내대표 간 50:50 구성에 합의했음에도 정청래 위원장이 이를 부결시킨 것은, 윤리특위가 비상설화되어 명확한 규칙이 부재한 구조적 문제의 결과”라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