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1주년…기념·사과·곤혹

2025-12-01 13:00:02 게재

여·야 광역지자체들 비상계엄 후과

야 ‘계엄 사과’, 여 ‘내란 협조’ 논란

12.3 불법 비상계엄 1주년을 앞두고 지방자치단체들의 입장이 엇갈렸다. 일부 국민의힘 소속 단체장들이 당의 계엄 사과를 요구하며 거리두기에 나서는가 하면 더불어민주당 일부 단체장들은 뒤늦게 ‘내란 협조’ 논란이 일자 곤혹스러워하는 모습이다. 빛의 혁명 1주년을 기념하는 지자체도 있고, 단체장이 내란 전담 재판부 설치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는 곳도 있다. 12.3 비상계엄이 남긴 그림자가 지자체에도 짙게 드리워진 셈이다.

1일 내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김태흠 충남지사는 지난달 30일 내일신문과 전화통화에서 “계엄 1주년을 맞아 당이 사과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충청권 4명의 국민의힘 소속 시·도지사 중에서는 처음이다. 앞서 같은 당 소속인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이 당 지도부의 사과를 요구한데 이어 김 지사까지 가세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국민의힘 단체장들의 복잡한 마음을 그대로 보여줬다. 오 시장은 지난달 29일 계엄 사과에 대해 “5번 하면 어떻고, 100번 하면 어떻나. 국민의힘의 진심과 진정성이 닿을 때까지 계속해서 진심을 담은 사과와 반성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이 분명하게 국민에게 잘못된 일이고 미안한 일이라고 말해야 한다”며 국민의힘 단체장 중에서 가장 먼저 사과를 요구했다.

국민의힘 소속 단체장들의 생각이 모두 같은 건 아니다. 아예 상황을 외면하려는 단체장들도 있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지금은 시정에 집중해야 할 때”라며 즉답을 피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했던 김두겸 울산시장도 사과를 요구하는 지역 시민사회 요구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1일부터 4일까지 베트남 타이응우옌성과 박닌성 순방길에 나선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단체장들도 속내가 복잡하기는 마찬가지다. 한쪽에서는 빛의 혁명 성과를 얘기하지만 또 다른 곳에서는 내란 동조 의심을 받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광주시는 1일부터 오는 12일까지 ‘빛의 혁명, 민주주의 주간’을 운영한다. 이 기간 광주시청과 광주독립영화관 5.18민주화운동기록관 역사민속박물관 등 지역 곳곳에서 전시·공연이 이어진다. 지난해 비상계엄이 선포됐던 3일에는 5.18민주광장에서 오월단체 등과 함께 공동기자회견을 연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는 10~11일 한 강 작가 노벨문학상 수상을 기념한 국제포럼도 열린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지난달 27일 확대간부회의에서 “그날을 기억하는 손님들과 함께 광주정신을 공유하며 민주주의를 보고 듣고 느끼고 배우는 자리가 될 것”이라며 “이제 우리는 민주의 가치를 지켜낸 것에서 한 발짝 더 뛰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북과 제주에서는 ‘내란 동조’ 논란 때문에 곤혹스러워하는 모습이다. 일각에서 지난해 비상계엄 당일 청사 폐쇄를 문제 삼고 있어서다. 앞서 인천시 부산시 등 단체장이 국민의힘 소속인 지자체에서 청사 폐쇄 문제가 불거진 일이 있지만 민주당 소속 단체장들에게까지 같은 의혹을 제기하자 당사자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실제 전북도와 14개 시·군이 비상계엄 당일 오후 11시 20부터 다음날 오전 2시 18분까지 청사를 폐쇄한 것을 두고 일부 시민단체들이 ‘저항하지 않고 지침을 따랐다’며 동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북도와 공무원노조는 “명백한 허위사실”이라며 법적 조치를 예고하고 나섰다. 제주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같은 논란이 일자 오영훈 제주지사는 의혹을 제기한 고 모 변호사를 명예훼손으로 고발했다.

단체장이 1인 시위에 나선 곳도 있다. 박정현 충남 부여군수는 지난달 27일부터 군청 앞에서 출근길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난 3월 전국 자치단체장 가운데 처음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을 촉구했던 박 군수가 이번에는 내란 전담 재판부 설치를 요구했다. 박 군수는 “내란 발발 1년을 코앞에 두고 있지만 아직 단 한명도 유죄 판결을 받지 않았다”며 “사법부는 내란 전담 재판부를 설치해 조속히 내란 가담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신일·윤여운·최세호·곽태영·방국진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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