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교육부, 분절의 시대를 끝낼 때다

2025-12-02 13:00:01 게재

한국 교육은 위기다. 대학 위기는 지역소멸로 이어지고 인공지능(AI)은 전통적 교육체계를 빠르게 흔든다. 학력·정서문제는 복합적으로 심화하고 산업구조 변동은 인재양성 체계의 전환을 요구한다. 이러한 대전환기 속에서 교육부 조직의 구조적 한계는 더 분명해졌다. 지금의 체계로는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다는 진단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확고해지고 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문제는 조직의 모호성이다. 교육부 실·국 이름에 ‘인재’ ‘정책’ ‘지원’ 같은 추상단어가 반복돼 부서가 무엇을 맡는지조차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내부에서도 국립대·사립대·전문대, 학사제도, 연구, 산학, 지방대 육성 등을 아우르는 대학정책이 인재정책으로 포괄되고 부서간 기능이 모호하게 흩어져 있어 정책 정체성이 사라지고 책임 소재도 불명확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무슨 일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조직구조

이런 구조에서는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어렵다. 기능을 명확히 구분하지 못한 채 이름만 비슷한 조직을 늘려온 결과 정책은 방향을 잃고 신뢰는 떨어졌다. 여기에 더해 기능중복과 분산은 교육정책의 일관성을 무너뜨리는 핵심 요인으로 지목된다. 교육부 내부에서 반복돼 온 비판은 “한 부서에서 할 일을 세 부서가 나눠서 한다”라는 것이다. 기능중복은 정책속도를 늦추고 품질을 불균등하게 만든다.

대학정책은 대표적 사례다. 재정지원 학사운영 산학 연구 지역혁신이 각각 다른 라인에 배치돼 큰 전략을 짜기도, 현장에서 혼선을 피하기도 어렵다. 오랜 기간 축적된 이 비효율로 인해 교육현장에서는 “정책의 주체가 누구인지 모르겠다”라고 하소연한다.

대학–평생–직업–청년정책의 단절도 해결해야 할 구조적 약점이다. 오늘날 인재양성은 생애 전환형 구조다. 대학–전문대–직업교육–평생학습–청년정책은 하나의 흐름이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부서별로 쪼개져 추진되고 있다. 산업전환, AI 수요 증가, 지방대 위기 같은 국가적 과제에 종합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이유다. 초·중등–고등–평생–AI 미래교육을 하나의 정책 축으로 연결하는 연계체계 구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지방대 육성도 마찬가지다. 지역산업·인재 전략과 결합해야 하지만 대학을 ‘교육기관’으로만 다루는 구조 탓에 정책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국가 인재 정책이 하나의 흐름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AI 시대 경쟁에서 뒤처지는 것은 불가피하다.

초·중등 분야에서도 고교학점제·교육과정·수업·평가의 분절이 심각하다. 고교학점제는 교육 패러다임을 바꾸는 사업이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조직은 오랫동안 교육과정–교수학습–평가–학점제 운영이 각각 다른 라인에 놓여 있었다. 복합정책을 분리된 구조로 추진하면 학교 현장의 혼선은 필연적이다.

학생 지원은 복지와 안전을 분리해 전문성을 강화하고, 위기학생을 신속하게 지원하는 체계로 재정렬돼야 한다. 특히 AI 시대에 대응할 전략체계 부재는 교육부 조직의 가장 심각한 한계로 꼽힌다. AI는 교육의 주변이 아니라 중심축이다. 산업수요, 대학 학과 개편, 초중등 교과, 디지털 기반, 교육 데이터 활용까지 모두 연결된다. 그럼에도 교육부 내 AI 관련 기능은 초중등·고등교육·디지털 인프라·산업연계 등 여러 라인에 흩어져 운영돼 왔다.

사회부총리제 폐지 이후 교육부가 다시 ‘교육계 내부부처’로 축소되는 일은 경계해야 한다. 그동안 학교 밖 청소년, 돌봄, 유보통합, 평생교육, 인재양성 등 범부처 정책을 견인해 온 교육부의 역할은 결코 작지 않았다. 사회정책적 교육 어젠다를 주도해온 축이 사라지면 교육문제가 다시 개별 사안으로 흩어질 위험이 크다.

분절의 시대를 끝내고 연결의 시대 열어야

이 모든 비효율의 배경에는 조직문화와 인사 시스템의 경직성이 놓여 있다. 순환이 제한되고 특정 인사에 업무가 집중되면 조직은 경험과 다양성을 잃는다. 직언하기 어려운 분위기에서는 정책 오류가 반복된다. 교육정책의 품질은 조직의 전문성과 현장성에 달려 있는데, 지금의 인사구조는 이를 뒷받침하기 어렵다.

교육부 조직개편이 어떻게 귀결될지 단정할 수는 없지만 한가지는 분명하다. 지금의 행정 체계로는 한국 교육이 직면한 변화를 감당할 수 없다. 정책을 기능 중심이 아니라 목적 중심으로 재정렬하고 국가적 인재 생태계를 하나의 전략으로 묶어야 한다. 교육부는 이제 ‘분절의 시대’를 끝내고 ‘연결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 그것이 한국 교육이 다시 경쟁력을 갖추는 출발점이다.

김기수 정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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