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지지층, ‘계엄 적절’ 68.8%·‘사과 반대’ 74.9%

2025-12-02 13:00:05 게재

“박근혜 탄핵·문재인정부 거치면서 극우 기반 넓어져”

‘매우 보수층’ 집회 참여 확대 … “출정준비 돼 있어”

“계엄 이후 갈등 심화” 60.8% … “국민통합 핵심과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국면이었던 2016년과 2017년을 거치면서 ‘강한 진보’성향을 가진 진영의 집회 참여 양상은 수그러든 반면 ‘강한 보수’ 진영은 꾸준히 집회에 참여하면서 ‘에너지’를 축적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극우 세력’의 토양이 마련돼 있었다는 얘기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국면에서는 이미 내재돼 있던 ‘강한 보수’진영의 현실 참여 분위기가 더욱 강하게 작동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2일 오랫동안 박근혜정부의 촛불집회를 연구해온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민주당의 독주가 계엄을 불렀다는 논리적 구성을 유튜브 등으로부터 공급받은 식자층들이 반발하고 집회에 참여하는 것을 보면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서로 극단화를 만들 수 있는 자양분을 제공해주고 있는 것”이라며 “우리나라 국민 중 30% 이상이 지난 총선이 부정선거였다고 생각할 정도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때 태극기 부대보다 제도의 신뢰가 크게 떨어져 있고 논리적인 무장도 더 강해졌다”고 했다.

실제로 국민의힘 지지층 내에서는 계엄의 적절성을 주장하고 사과하는 데에 반대하는 입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서치뷰가 지난달 28~30일까지 3일간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에게 자동응답전화 방식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보수성향 유권자 중 45.7%는 비상계엄이 ‘매우 적절’했다고 봤고 ‘대체로 적절했다’는 평가도 14.8%였다. ‘계엄 적절’ 의견이 60.6%에 달한 셈이다. 국민의힘 지지층만 따지면 68.8%(매우 적절 49.4%+대체로 적절 19.4%)가 ‘적절’ 의견을 냈다.

국민의힘의 공식사과 요구에 대해서도 보수 유권자 중 63.3%(대체로 비동의 16.6%+전혀 비동의 46.7%)가 동의하지 않았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무려 74.9%(대체로 비동의 19.3%+전혀 비동의 55.6%)가 ‘비동의’ 의견을 내놨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극우세력은 12.3 계엄 이후 상황에 대한 즉각적 반응으로 생겨난 게 아니라 그동안 사회 저변에 구축돼온 극우의 참호들이 12.3 정국을 맞아 형체를 드러낸 것일 뿐”이라며 “최근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문재인정부 시기를 거치면서 극우의 대중적 기반이 크게 넓어졌고 집단행동도 활발해졌다”고 평가했다.

한국행정연구원이 매년 조사해 발표하는 사회통합실태조사를 보면 ‘최근 1년내 집회에 참여한 비중’이 지난해의 경우 10.9%를 기록했다. 10명 중 1명은 대표적인 정치 행동인 집회에 참여했다는 얘기다. 10년 전인 2015년에 7.6%였던 집회 참여비율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시기와 맞물린 2017년에 14.4%까지 뛰어올랐고 2018년엔 4.9%까지 떨어졌다가 2021년엔 11.3%로 치솟았다. 2021년은 문재인정부의 사실상 마지막해다. 그 이후 다시 8%대로 낮아지더니 2024년엔 10%대로 재부상했다. 2024년 조사결과가 2023년 8~9월에 19세 이상 8251명을 대상으로 한 면접 등으로 확보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거대야당의 입법독주와 윤 전 대통령의 거부권이 강력한 맞대결을 펼친 국면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이념성향을 ‘매우 보수’라고 보는 비율과 ‘매우 진보’로 인식하고 있는 비율의 변화도 눈에 띈다. ‘매우 보수’층은 2015년에 전체의 3.5%에서 박 전 대통령 탄핵때인 2017년엔 2.4%로 줄었지만 곧바로 증가하기 시작해 지난해에는 5.1%까지 뛰어올랐다. ‘매우 진보’층은 2015년에 2.2%에서 2017년엔 3.0%로 올랐다가 2022년엔 2.2%로 내려앉았다. 지난해에는 3.2%로 높아졌다.

이념성향과 집회 참여를 교차 분석한 결과 ‘매우 보수’층 중 정치적 목적의 집회나 시위에 참여한 비율은 2017년과 2019년에 15%를 넘어섰다. 신 교수는 “매우 보수라고 응답한 사람들의 집회 참여율이 2017년에 급상승한 것은 당시 탄핵 반대집회의 참여자 역시 적지 않았음을 시사한다”며 “2019년에는 ‘매우 진보’와 ‘매우 보수’의 집회 시위 참여율이 비슷해졌고 윤석열 대통령 당선으로 정권이 교체된 2022년에는 ‘매우 보수’의 집회 시위 참여율이 ‘보수’ ‘진보’ ‘매우 진보’층과 비교할 때 가장 높았다”고 했다. “강경보수성향의 사회세력들은 그들에게 중요한 정치상황이 닥치면 열정적으로 출정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는 해석이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일반인’들이 태극기 집회에 참여하며 앞으로 강력한 보수진영의 정치세력으로 등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는 분석이기도 하다.

한편 위의 리서치뷰 조사에서 ‘비상계엄과 탄핵 이후 우리 사회의 갈등 양상’에 대한 물음에 60.9%가 ‘심화되고 있다’고 답했다. ‘완화되고 있다’(27.1%)는 응답의 2.2배에 달했다.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비상계엄의 위헌성을 명확히 규명·책임화하고 제도적 재발 방지 장치를 신속히 정비하는 한편, 사회적 갈등 완화와 신뢰 회복을 통한 미래지향적 국민통합을 이루는 것이 핵심 과제”라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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