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강성지지층, 공천·정책에 영향력 강해

2025-12-02 13:00:05 게재

문자·전화 폭탄에 의원실 불만에도 ‘침묵’

대의제 무력화하는 ‘1인 1표제’ 논란

정청래식 당원민주주의, 저항에 부딪혀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당대표가 주도하는 ‘1인 1표제’가 저항에 부딪혔다. ‘당원의, 당원에 의한, 당원을 위한 정당’을 만들려는 ‘당원 민주주의’ 제도의 핵심은 ‘대의제 폐지’다. 이는 선출직 지도부뿐만 아니라 선출직 공천에서 당원들이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것으로 예상되면서 반발 목소리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특히 정 대표의 ‘당권 재도전’과 ‘강성 당원들의 요구’가 맞물린 행보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가지면서 비판이 거세지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미 민주당 내부에서 강한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는 강성지지층들의 요구를 거스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 대표 등 당 지도부 강경파에서는 ‘1인 1표제’를 우선 통과시키고 보완책을 만들겠다며 밀어붙일 기세다.

1일 민주당의 ‘1인 1표제’ 토론회에서는 토론자로 나선 김영배 의원이 “의사결정 정족수 조항, 지역 균형 보정 계수 도입, 지구당 부활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며 “당세가 취약한 곳의 의사결정 권한이나 참여도를 제한하는 것이 (1인1표제의) 목표가 아니다”라고 했다. 윤종군 의원도 “1인1표제를 현재 안대로 처리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중앙위가 열리는 오는 5일까지 수정안을 도출하지 못할 경우 1인1표제를 위한 당헌·당규 개정안 논의는 추후로 미뤄야 한다”고 했다. 당 초선 의원 모임인 ‘더민초’는 중앙위 의결을 연기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인사는 “1인 1표제는 대의제를 무력화하는 것으로 당원들에게 책임 없이 권한만 주는 꼴”이라며 “게다가 당대표의 재선, 대선 스케줄과 연결돼 있다면 더욱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고 했다.

민주당의 당원민주주의는 이재명 당대표 시절부터 강화되기 시작했다. ‘계파’가 없었던 당시 이 대표는 강성 지지층의 지원포가 필요했다. 당대표에 당선되는 것뿐만 아니라 당선 이후 당 장악을 위해서도 ‘그들의 힘’이 절실했다. 이후 이 대표는 ‘당원들의 권한’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주요 정책 결정과정뿐만 아니라 지난 2022년 총선 공천(경선)과 이후 당 지도부(당대표, 최고위원)와 원내대표, 국회의장 후보 선출에서도 ‘당원’의 영향력을 확대시켰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당원들의 입김’이 과도하게 강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개딸 등 강성지지층들의 문자, 전화 폭탄 등을 받고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모 의원실 관계자는 “의원과 의원실 보좌진들은 문자나 전화 폭탄을 받고 나면 많은 심리적 타격과 상처를 받게 되고 그렇다고 전화를 끊어버리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그러다보니 말을 하지 않고 대응하지 않는게 상책이라고 생각하고 입을 닫게 된다”고 했다.

따라서 이번 ‘1인 1표제’에 대한 반발은 ‘더 이상은 용인할 수 없다’는 일종의 위기의식이 작용할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정 대표가 대의원제를 폐지해 기존 권한을 무력화한 후 당원들의 지지로 재선을 시도하려 한다는 의혹은 공개적인 반발을 할 수 있는 명분을 제공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한 당원은 “(당 지도부가) 1인1표제를 하려면 내년 8월 전당대회 이후에 하기를 강력히 요구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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