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입법, ‘표현의 자유’ 자기부정 논란
여당 주도 집시법·옥외광고물법 개정안
헌재 결정에 역행 … ‘내로남불’ 비판도
최근 여당 주도로 추진되는 일부 법안들을 두고 ‘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와 ‘자기부정’ 비판이 커지고 있다. 논란이 된 법안은 지난달 말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개정안과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옥외광고물법) 개정안이다. 조국혁신당 등 야4당과 시민사회는 이 개정안들이 집회의 자유와 정당 활동의 자유 등을 옥죄는 법안이라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특히 법안에 담긴 조항들은 과거 더불어민주당이 반대했던 내용들이어서 ‘내로남불’ 논란에서도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대통령 관저 100m 이내의 옥외 집회를 금지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집시법 11조 3호는 지난 2022년 12월 헌법재판소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개정이 추진돼 왔다. 당시 헌재는 “국민이 집회를 통해 대통령에게 의견을 표명하고자 할 때 대통령 관저 인근이 가장 효과적으로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장소”라며 “집회를 전면적·일률적으로 금지한 것은 집회의 자유에 대한 핵심적인 부분을 제한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지난 2023년 용산 대통령실 주변에서 집회가 자주 열리자 윤석열정부가 집시법 시행령을 개정해 대통령실 집무실 주변 집회를 막으려 하자 민주당은 “대통령 눈치 보기”라며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에 기존 금지 구역인 ‘대통령 관저, 국회의장 공관, 대법원장 공관, 헌법재판소장 공관’에 ‘대통령 집무실’을 추가해 자기모순은 물론 헌재 결정에도 역행한 것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2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헌법 위배 기본권 침해 집시법 개악안 국회 처리 반대’ 기자회견에서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는 “사법부는 그간 완전하지는 않더라도 집회 시위의 자유를 점차 확장하는 방향의 판결을 내려왔다”면서 “그런데 입법부가, 그리고 빛의 혁명으로 탄생한 국민주권 정부가 이에 역행하는 법안을 주도했다는 점은 매우 개탄스럽다”고 밝혔다.
권영국 정의당 대표도 전날 성명을 통해 “시위의 자유가 윤석열의 불법 계엄을 막아 세웠다. 집회할 권리가 내란수괴를 끌어내렸다”면서 “국회는 위헌적이고 시대정신에도 역행하는 집시법 개악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같은 날 참여연대는 △헌법이 보장한 집회의 자유 침해 △경찰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집회 개최 여부가 결정돼 사실상 허가제의 부활 등의 이유를 들어 국회 법사위에 집시법 개정안 처리에 반대할 것을 요구하는 긴급 의견서를 제출했다.
정당 현수막을 제한하는 옥외광고물법 개정안도 표현의 자유와 정당 활동의 자유를 막는다는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2022년 ‘정당 현수막은 옥외광고물법의 규제를 받지 않도록’ 법을 개정했으나 3년 만에 이를 되돌리는 법안을 내놓았다. 개정안은 정당 현수막을 옥외물광고법 적용에서 제외한다는 조항을 삭제하고, 종교·출신 국가·지역 등을 차별하는 내용의 현수막은 게시할 수 없다는 조항을 추가했다.
이와 관련해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23일 “이재명 대통령이 ‘제가 민주당 대표일 때 만든 법’이라고 직접 인정했듯 이 제도는 민주당이 설계하고 민주당이 정치적으로 활용해온 것”이라면서 “윤석열정부를 향해 ‘대통령은 오므라이스, 국민은 방사능 밥상’, ‘이완용 부활’ 같은 조롱 현수막을 걸 때는 표현의 자유라며 치켜세우던 민주당이 자신들에 대한 비판 현수막이 늘자 갑자기 ‘저질’이라 규정하며 규제를 들고 나오는 것은 명백한 자기부정이자 내로남불”이라고 비판했다.
소수정당들도 정당 현수막 규제 강화로 인해 정당 홍보 활동이 위축될 것을 우려하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조국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은 지난달 26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필요한 것은 혐오·차별·허위 현수막 규제이지 정당 활동의 자유 침해가 아니다”라며 “원 취지에서 벗어나 정당 활동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옥외광고물법 개정안에 분명하게 반대한다”고 밝혔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