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다시 고향사랑기부금 1조원을 꿈꾼다
고향사랑기부금 1조원 모금이 정말 어려운 일일까. 2023년 고향사랑기부제도가 도입된 해부터 가졌던 가장 큰 의문이다. 내가 모르는 다른 상식과 기준이 있지 않고는 이해되지 않는 상황이라 생각했다.
고향사랑기부금 현재 10만원까지 전액 소득공제 대상이다. 이것만 놓고 보면 정치후원금과 같다. 지난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발표한 국회의원 정치후원금이 589억5000만원이었고, 고향사랑기부금 모금액이 879억3000만원이었다. 이렇게 비교하면 선전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고향사랑기부금의 진짜 효능을 고려하지 않은 계산법이다. 왜냐하면 고향사랑기부금은 정치후원금이 갖지 못한 확실한 효능감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답례품과 지정기부다.
실제 고향사랑기부금은 기부한 금액의 30%, 즉 10만원을 기부하면 3만원 상당의 지역 특산물이나 관광상품이용권 지역사랑상품권 등으로 돌려준다. 고향에 기부하고 받는 사과 한 상자, 된장 한 항아리가 주는 만족감은 의외로 크다.
그렇다고 이것만으로 1조원 모금을 꿈꾸는 건 아니다. 진짜 효능감은 바로 지정기부에서 온다. 기부자들이 낸 돈이 어디에 쓰일지, 어떤 성과를 만들어내는지 바로바로 알 수 있다는 얘기다.
그 효능감은 이미 우리가 확인한 바 있다. 전남 영암군과 곡성군에서 기존에 없던 소아과를 개설했다. 광주 동구는 철거 위기에 놓인 100년 된 광주극장과 관심에서 밀려나 해체 위기를 맞은 장애청소년야구단을 지켜냈다. 지난해 발생한 제주항공여객기참사 때는 무안군에, 올해 영남지역 대형산불재난 때는 경북 영덕·의성군 등 피해지역에 기부금이 몰리면서 상처 입은 주민들을 보듬었다.
그렇다면 다시 계산해보자. 내가 10만원을 내면 전액 환급해주고 다시 3만원 가치의 답례품을 준다. 누가 봐도 남는 장사다.
연말정산이 필요한 급여소득자 숫자는 2000만명을 넘는다. 이 가운데 절반인 1000만명이 10만원씩 기부하면 모금액이 1조원이다. 지금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전액 소득공제액 기준이 20만원으로 상향된다면 2조원, 절반이 아닌 모든 급여소득자가 기부한다면 4조원이다. 희망 모금액을 이렇게 계산하는 게 전혀 무리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랑 비슷한 일본 고향납세의 지난해 모금액은 12조원을 넘어섰다.
12월은 고향사랑기부의 달이다. 연말정산을 앞두고 있고, 연말연시 기부를 고민하는 시기와도 겹친다. 지난해 모금액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434억1000만원이 12월 한달 동안 모금됐다.
이제 남은 건 고향사랑기부의 효능감을 국민들에게 잘 알리는 일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좀 더 노력해서 기적처럼 올해 기부금이 1조원을 넘어서면 좋겠다. 소멸위기에 놓인 지자체에 최소한 희망을 품을 기회가 주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