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보이지 않는 조역, 일본 소재산업

2025-12-03 13:00:04 게재

생산 효율화와 기술혁신을 기반으로 사업 구조 고도화…미래 성장산업 시장에서 존재감 높여

레조낙:반도체 화학소재 전문기업

레조낙(Resonac Corporation)이라는 회사명은 ‘공명하다’ ‘울려퍼지다’라는 뜻의 레저네이트(RESONATE)와 화학(CHEMISTRY)의 ‘C’를 조합한 것이다. 기능성 화학 및 소재 전문 기업으로 반도체·전자재료, 모빌리티 부품, 기능 소재, 기초화학품 등을 폭넓게 다루고 있다. “화학의 힘으로 사회를 바꾼다”라는 미션을 가지고 다양한 사회 과제 해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원래는 히타치 그룹의 대표적인 기업이었으나 현재는 히타치 그룹에서 분리되었다. 2023년 1월에는 쇼와전공과 쇼와전공머티어리얼이 통합되어 레조낙이라는 사명으로 새로 출범했으며, 이를 ‘제2의 창업’으로 보고 있다. 이 통합을 통해 양사의 강점인 반도체와 소재가 결합되어, 반도체 소재 분야에서 업계 최고 수준의 폭넓은 기술력과 제품 라인업을 갖추게 되었다.

최근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능성 화학메이커가 되겠다는 장기비전 2030을 수립하고, 이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포트폴리오 개편을 통한 핵심사업 집중 및 자원 재배치 전략을 채택했다. 종합화학 제조업체는 다양한 사업을 동시에 운영하기 때문에 시장에서 평가가 낮아지는 경향(콩글로머리트 디스카운트)이 있으나, 레조낙은 기능성 화학 제조업체로의 변혁을 통해 사업 방향을 일원화한다는 전략이다. 이러한 전략이 효과인듯 주가는 출범 초기 대비 약 2배 상승했다.

여러 사업 가운데 반도체·전자재료 사업의 매출 비중은 케미컬 사업에 이어 31%를 차지하며, 핵심 사업 중 하나로 자리하고 있다. 반도체 소재 매출은 세계 3위 수준이다. 특히 반도체 후공정에서 사용되는 주요 소재는 약 10~15종인데 그중 레조낙이 7~8종을 보유하고 있으며, 각각의 소재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또는 2위를 차지한다.

앞으로 반도체·전자재료 사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2030년까지 전체 매출의 약 45%를 차지하는 사업으로 성장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레조낙의 최종 목표는 ‘세계에서 경쟁하는 일본 기업’이 되는 것이다. 일본의 반도체 소재 제조업체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개별 사업 규모는 대부분 1000억엔 이하로 글로벌 경쟁에서는 불리한 위치에 놓여 있다.

이에 레조낙은 국내 반도체 소재 업체들의 재편을 염두에 두고 있으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앞으로의 어려운 사업 환경을 극복하면서 성장을 지속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일본의 반도체 소재 기업들이 하나로 통합될 수 있을지 레조낙의 향후 행보에 계속 주목할 필요가 있다.

레조낙 사업 분야는 반도체·전자재료(전공정·후공정용 반도체 소재), 모빌리티(자동차 부품, 리튬 배터리 소재 등), 이노베이션 소재(세라믹스, 기능성 화학제품 등), 케미컬(석유화학, 화학제품, 흑연전극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출처 레조낙 홈페이지

타이요유덴: 고부가가치 전자부품에 집중

타이요유덴(太陽誘電)은 1988년 세계 최초로 CD-R을 개발했으며, 일반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That′s’라는 CD-R 브랜드의 기록 매체 제조사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2015년 말에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CD-R, DVD-R, BD-R 등 기록 매체 광디스크 사업에서 철수했다. 현재 타이요유덴은 일본을 대표하는 전자부품 제조기업으로 주로 수동부품(passive components)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스마트폰에서 전기차까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세상을 지탱하는 부품을 만든다”는 비전 아래 고성능·고신뢰성 부품 개발을 통해 글로벌 전자산업을 지원하고 있다. 주요 제품으로는 스마트폰 자동차 산업기기 등 다양한 전자제품에 사용되는 핵심부품인 다층 세라믹 콘덴서(MLCC)와 전원 회로 및 고주파 회로용 인덕터(Inductor)가 있다.

향후 전략 방향으로는 고부가가치 부품으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스마트폰·PC용 대량생산 부품이 중심이었으나 안정적인 수요가 예상되는 자동차·산업·인프라용 고부가가치 부품으로의 전환을 가속하고 있다. 이는 부품 제조사로서 ‘물량’ 중심에서 ‘품질·신뢰성’ 중심으로 축을 이동시키는 전략이다. EV, 자동차 전장화, AI 서버·데이터센터 등이 앞으로도 성장을 이어간다면 이러한 방향으로의 전환은 타이요유덴이 더욱 안정적인 사업 구조를 유지하게 할 것으로 기대된다.

두번째로는 사회문제 해결형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급변하는 사업 환경 속에서 “재미있는 과학으로 더 크게, 더 사회적으로”라는 미션을 내세우며, 10년 앞을 내다보는 신사업 창출을 목표로 중기경영계획 2025에서 사회적 과제 해결을 위한 솔루션 창출을 중요 과제로 설정했다. 새로운 사업은 자사 고유기술과 외부자원을 융합해 단순한 부품 공급을 넘어 솔루션을 포함한 플랫폼형 사업 창출을 목표로 한다.

사회적 과제와 자사 기술을 매칭해 신사업화가 가능한 분야를 ‘방범’ ‘인프라 모니터링’ ‘방재’ ‘신규 영역’으로 설정하고, 각 분야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개발과 실증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또한 타이요유덴에게는 AI·데이터센터용 인프라 수요가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정보통신·IT 인프라 및 AI 서버 증가로 전원 회로용 인덕터·콘덴서 수요가 견조하게 유지될 전망이다. 향후 AI용 수요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타이요유덴은 이 분야를 중요 전략 영역으로 보고 있으며 안정적인 수익 축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

미쓰이금속광업: 세계최고의 동박 제조

미쓰이금속광업은 비철금속을 중심으로 제련 사업, 전자 소재 제조, 자동차 부품 생산을 핵심축으로 하는 고기능 소재 제조 기업이다. 비철금속의 채굴·제련기술을 기반으로 기능소재 환경소재 가공품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해 왔으며 구리·아연 등 금속소재와 자동차용 기능 부품, 전자기기용 고기능 재료(박막재 분말 촉매 등), 환경·에너지 관련 소재 등을 포괄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 자동차 반도체 등 첨단산업을 위한 핵심소재를 개발·공급하고 있으며, 자동차 도어락 부품과 동박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현재는 금속 원재료 기반의 기초 소재뿐 아니라 동박(銅箔), 이륜·사륜차 배기가스 정화 촉매, 박막 재료 등의 중간소재, 그리고 자동차 부품을 포함한 조립·가공 영역까지 비즈니스를 확대함으로써 기초 소재부터 고부가가치 부품 생산에 이르는 종합 소재 제조업체의 사업 구조를 갖추고 있다.

2027년도까지의 3개년 중기경영계획인 ‘25중기계획’을 수립했다. 금속과 기능 소재(환경·고기능 소재)라는 두 가지 핵심 사업의 수익 창출력을 강화하고, 사업창조본부에서 개발·양산을 추진 중인 고체 전해질과 차세대 반도체 패키지용 캐리어를 통해 수익을 한층 더 끌어올리는 성장전략을 그리고 있다.

지금까지의 ‘광업·금속 제련 중심’ 사업 모델에서 벗어나 ‘기능 소재’ ‘차세대 소재’, ‘양산체제’ ‘고부가가치 소재’ 등을 포함한 종합적인 소재기업으로 재구축하려 하고 있다. 이를 위해 기존의 제조 역량뿐 아니라 디지털화를 통한 생산 효율화, 품질 관리 강화, 거버넌스 강화, 인재·조직 체질 개선 등 종합적인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이중 눈에 띄는 것이 인재전략이다. 일반적인 일본 기업과 달리 현재 약 70%가 경력 채용으로 신입 채용보다 많다. 경력 채용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면서 조직의 다양성이 높아지고 있다. 또한 직무형 제도를 도입해 동일한 업무 내용이라면 65세까지 처우가 하락하지 않는 체계를 마련했다.

여성 관리직 비율은 아직 저조하지만 2024년도에 5% 목표를 상회한 5.1%를 달성했다. 올해에는 처음으로 ‘나데시코 종목’(여성의 활약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우수 기업)에 선정되어 이러한 노력이 외부로부터도 인정받았다.

소재기업들 새로운 가치 창출자로 변모 중

일본의 소재 제조기업들은 기존의 ‘보이지 않는 조력자’ 역할을 넘어 새로운 가치 창출자로 변모하고 있다. 생산 효율화와 기술혁신을 기반으로 사업구조를 고도화하고, 사회적 과제 해결, 지속가능성, 조직문화 혁신 등 비재무적 영역까지 경영의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동시에 반도체·AI를 비롯한 성장산업과의 연계를 강화하며 미래시장에서의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일본 제조 기업들이 다시 한번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적 진화로 평가된다.

양경렬 Yang GyungYeol 나고야 상과대학(NUCB) 마케팅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