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세계경제 2.9%·한국 2.1% 성장…OECD 보고서

2025-12-03 13:00:12 게재

2027년 세계는 3.1%, 한국은 2.1% 성장 전망

OECD “장기적 재정건전성 계획 없어” 지적

“올해 1.0% 성장 … 부동산 규제, 성장 저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개월 전과 같은 1.0%로 유지했다. 다만 내년 성장률은 당초 전망보다 0.1%P를 낮췄다. 소비쿠폰 등 이재명정부의 확장재정 정책이 내수진작 효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장기적 재정건전성 계획이 없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규제정책과 관련해서는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OECD는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6월 전망치와 같은 수준인 1.0%로 제시했다.

◆올해 0%대 성장률 모면할까 = OECD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2월 2.1%에서 올해 3월 1.5%, 6월 1.0%로 두 차례 연속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지만 9월부터는 유지하고 있다.

이번 전망치는 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 한국은행(각각 0.9%), 국제통화기금(IMF)(각각 0.8%)의 전망보다 다소 높은 수준이다.

다만 OECD는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2.1%로 9월 전망치(2.2%)보다는 0.1%p 낮췄다. 성장률 소폭 하향 조정의 배경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다. 다만 “소비 쿠폰 등 확장적 재정정책과 완화적 통화정책, 실질임금 상승으로 민간소비가 회복되는 가운데 수출이 성장을 뒷받침할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OECD는 중장기적으로 “한·미 관세 협상 불확실성이나 글로벌 공급망 구조 변화 등의 영향으로 수출이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재정 건전성’ 강조 = OECD는 또 “재정 건전성 강화 계획이 없다”고 이례적으로 지적했다.

확장재정 정책이 단기 경기부양에는 효과가 있지만, 중장기적 건전성 계획 아래 추진되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OECD는 “(올해) 2차례의 추가경정예산이 일시적이지만 직접적인 성장 부양 효과를 냈다”면서도 “재정 건전성 강화 계획은 부재하며, 정부는 법인세 수입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향후 수년간 국내총생산(GDP)의 4%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장의 내수 부진을 고려하면 돈 풀기가 단기적으로 효과가 있겠지만, 고령화 등에 따른 지출 증가를 고려하면 중장기적으로 정책 경로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인 셈이다.

OECD는 “단기 지원이 장기적 재정 누수로 이어지면 안 된다”며 “지출 계획에는 공공 재정을 지속 가능한 경로로 되돌리겠다는 초당적 약속이 뒤따라야 한다”고도 했다. 한국 정부는 2022년부터 재정적자 규모를 국내총생산(GDP)의 3% 이하로 유지하는 재정준칙 도입을 추진했지만, 현재 국회 논의가 중단된 상황이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도 비판적으로 서술했다. OECD는 보고서에서 “서울과 인근 지역의 주택 가격 상승은 판매된 주택의 규모와 품질이 향상됐음을 반영한다”고 진단했다. 투기 수요에 초점을 맞춘 정부와는 다른 시각이다. 그러면서 OECD는 한국 정부의 수요 억제책을 두고 “이들 지역의 거시 건전성 규제를 더 강화한 것은 경제 성장은 저해시키는 반면, 규제 효과는 제한적일 수도 있다”며 “고액 자산가를 제외한 계층의 매력적인 주택시장 진입을 제한한다”고 진단했다.

◆인공지능 투자확대에 세계경제↑ = 한편 OECD는 올해 세계 경제 전망을 상향 조정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인상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능(AI) 투자 등 영향으로 세계 경제가 예상보다 견조하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관세 인상이 물가와 투자에 부담으로 작용해 성장세를 다시 둔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OECD는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3.2%로 제시했다. 지난해(2024년) 3.3%보다는 소폭 낮지만, 지난 6월 내놨던 올해 성장률 전망치 2.9%에 비해선 상향 조정된 수치다. OECD는 내년 세계 성장률이 다시 2.9%로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성장 전망도 올라갔다. OECD는 올해 미국 경제 성장률을 2.0%로 예상했다. 6월 전망(1.6%)보다 0.4%p 올렸다. 그러나 미국은 지난해 2.8% 성장에 비해서는 상당 폭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무역장벽과 정책 불확실성이 누적되는 가운데, 미국 경제가 ‘턴다운(성장 둔화)’ 국면으로 진입했다는 신호로 읽힌다.

AI 투자 붐도 트럼프발 무역충격을 덜어주는 버팀목이다. OECD는 미국과 세계 경제가 대규모 인공지능 인프라 및 관련 설비투자로부터 추가적인 성장 동력을 얻고 있다고 분석했다.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인프라, AI 칩 등에 대한 민간 및 공공투자가 활발해지면서 무역전쟁의 부정적 영향을 일정 부분 상쇄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티아스 코르만 OECD 사무총장은 “무역장벽 강화와 상당한 정책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올해 세계 경제는 예상보다 회복탄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향후 관세 인상은 점진적으로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가계 소비와 기업 설비투자 증가율을 떨어뜨릴 것”이라며 중기적으로는 성장 둔화를 피하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국가별로는 중국, 인도 등 아시아 신흥국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OECD는 세계 2위 경제 대국인 중국이 올해 5%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와 동일한 수준이다. 유로화를 사용하는 20개국(유로존)은 내년(2025년) 1.3%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대형 경제로 떠오른 인도는 올해 6.7%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6.5%에서 다시 속도를 높이는 모습이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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