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양당 ‘적대적 공생’…정쟁땐 서로 “악마” 기득권은 ‘야합’
‘잘하기 경쟁’ 아닌 ‘덜 못하기 경쟁’ … 상대방 끌어내리기 주력
교섭단체·소선거구제·국고보조금 ‘기득권’, ‘제3당’ 진입 차단
거대양당, 선거 거칠수록 현금부자 … 건물도 사고 월세도 받아
‘적대적’이면서 ‘공생’하는 거대양당 구도가 극단적 형태로 옮겨가고 있다. 거대양당은 상대방을 ‘악마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잘하기’ 경쟁이 아니다. ‘덜 못하기’ 경쟁이다. 상대방을 ‘잘 못하게’ 만들거나 상대방의 약점을 공략하기만 하면 된다. 그게 ‘프레임’전략이다. 그러면서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공생의 카르텔’을 유지하고 있다. 제3정당의 진입을 막기 위해서다.
3일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거대양당의 카르텔은 적대적 공생관계를 보여준다”며 “잘하기 경쟁이 아니라 덜 못하기 경쟁이기 때문에 민생이나 국민들이 원하는 길과 상관없이 정쟁으로 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승자독식 구조는 조금만 잘 해도 권력을 모두 가져가는 구조”라며 “상대방보다 조금만 더 잘 하면 된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잘하려는 경쟁보다 상대방을 프레임에 가두고 유권자들로부터 부정적인 평가를 받도록 유도하는 쪽에 에너지를 집중하게 된다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해에 치러진 22대 총선 직전만 해도 민주당은 정당지지율에서 국민의힘에 밀렸는데도 절대과반 의석을 확보할 수 있었다. 지난해 3월 마지막주 한국갤럽 여론조사를 보면 정당지지율은 국민의힘이 37%, 민주당 29%로 오차범위(±3.1%p)를 넘는 차이로 민주당이 국민의힘에 뒤졌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34%(부정 58%)로 낮은 수준에 머물면서 야당 다수 당선을 원하는 정권심판론이 49%로, 여당이 다수 당선돼야 한다는 정권지지론(40%)을 앞선 상태였다. 민주당이 지역구에서 63.4%인 161석을 얻는 등 비례대표까지 175석을 가져갈 수 있었던 것은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추락했고 1표라도 많이 얻으면 모든 권한을 가져가는 ‘승자독식’ 원리에 따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권력을 확보하는 과정에서는 상대를 ‘악마화’하는 데에 집중하던 거대양당은 자신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정치구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손을 잡았다.
거대양당은 높은 ‘교섭단체 기준’을 규정한 국회법과 승자독식을 가능케하는 ‘소선거구제’의 선거법, 그리고 국고보조금을 지급하는 정치자금법을 틀어쥐고 있다. 이는 제3당의 진입을 철저하게 차단하면서 양당제를 확고하게 만드는 토양이다.
민주당은 12석을 확보한 조국혁신당의 교섭단체 진입을 외면하고 있다. 민주당은 대선 직전에 조국혁신당, 기본소득당, 진보당, 사회민주당 등 ‘내란 종식 민주헌정 수호 원탁회의’를 만들고 ‘20석 이상의 의석’이 필요한 교섭단체 기준을 낮추기로 합의한 바 있다. 민주당 지도부 한 인사는 “조국혁신당을 교섭단체로 들어오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조국혁신당이 교섭단체가 되면 민주당에게 도움이 되겠나”라고 했다.
교섭단체가 2개에서 3개로 늘어나면 ‘거대양당 카르텔’이 무너진다. 과거 자민련에 이어 국민의당, 바른정당 그리고 이들이 합당해 만든 바른미래당 등이 20석 이상의 의석으로 ‘제3당’에 올라 ‘캐스팅 보터’로 역할을 톡톡히 했다. 거대양당에게는 여간 거추장스러운 게 아니었다. 교섭단체 한 곳이 더 생기면 국회 의사진행뿐만 아니라 각 상임위원장이나 야당몫 간사의 일부를 내줘야 한다. 국고보조금 배분 비율도 크게 달라진다. 국고보조금의 절반은 교섭단체들에 먼저 ‘균등’ 배분되기 때문이다.
소선구제는 한 지역구에서 한명의 당선자만 내는 것으로, ‘승자독식’을 통한 거대양당구도를 만드는 강력한 토대다. 민주당은 과거 정치개혁의 일환으로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주장하거나 공약으로 내놓기도 했지만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는 전혀 거론되지 않았다. 20대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내놓았던 ‘지방선거 중대선거구제 도입’도 외면당하고 있다.
국고보조금 제도는 거대정당이 여의도에 자기 건물을 확보하고 선거를 치를 때마다 부를 축적하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박 교수는 “거대양당은 평상시엔 경상보조금을 받고 선거가 있는 해엔 선거보조금을 추가로 받는 이중 혜택을 누린다. 게다가 선거비용은 사실상 전부 보전 받는다”며 “선거를 치를수록 거대양당의 곳간은 차고 넘친다”고 했다. 박 교수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 기준으로 민주당은 공시지가로 67억원의 건물과 125억원 규모의 토지를 보유하고 예금과 현금으로 450억8919만원에 부동산 임대료 수입이 2억5000만원을 확보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215억원짜리 건물과 642억원 규모의 토지를 갖고 있다. 예금과 현금으로는 72억601만원을 보유하고 있고 11억4000만원의 임대료 수입도 있다. 모두 여의도 소재 부동산의 공시지가 기준이다. 2015년 민주당의 재산 총액은 77억8500만원이고 건물도 없었지만 10년 만에 657억 3100만원으로 8.4배 늘었다. 10년 전에 445억4600만원이었던 국민의힘은 1198억 5400만원으로 2.7배 증가했다.
박 교수는 “양당은 공적 자금으로 운영하면서 의사결정은 소수가 독점하는 ‘사유화된 공기업’”이라며 “국민 혈세를 쓴다면 국민에게 책임을 져야한다. 정당 재정의 공공성에 상응하는 시민 참여가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