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조 예산 심사 “거대양당 밀실 담합”
양당 간사·기재부만 모여 증액·감액
회의록 없고 소수 정당은 참여 배제
예결위 의결 없이 본회의 직행 ‘관행’
내년도 예산안이 국회 예산결산특위 전체회의 의결 없이 본회의에 상정돼 통과됐다. 이는 11월 30일에 자동상정된 후 이뤄진 거대양당간 합의안이 그대로 본회의로 직행한 때문이다. 2015년부터 만들어진 이같은 관행은 거대양당의 ‘밀실 담합’과 ‘소수정당 소외’를 용인해 주고 있다.
교섭단체 간사들과 기획재정부 차관이 참여하는 ‘소소위’는 심사과정을 공개하지도 않고 기록도 남기지 않아 불투명한 심사라는 지적이 줄곧 제기돼 왔지만 거대양당은 바꾸지 않고 있다.
2일 예산결산특위 위원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은 “헌법과 국회법에 따른 예산안 국회 논의과정은 예결위 소위 및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논의되는 것”이라며 “하지만 법적 근거도 없는 민주당-국민의힘 비공개 간사협의체라는 밀실에서 논의된 안으로 국회 본회의에 상정했다”고 했다.
이어 “비록 밀실 협의가 있었다 하더라도, 예결위 전체회의를 소집해 국민과 예결위원에게 그 내용을 상세히 보고해야 한다”며 “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당은 국민과 예결위원도 모르게 밀실에서 협의한 내용을 예결위 전체회의를 거치지 않고 본회의 수정안 형식으로 내년도 예산안을 본회의에 상정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본회의 수정안이라는, 2015년 이후 지속적으로 반복된 잘못된 관행을 일소하고 정상적인 예결위 논의 관행을 수립해야 한다”고도 했다.
전 의원뿐만 아니라 다른 예결특위 위원들도 거대양당 간사와 기재부 차관 간의 합의로 이뤄진 증액과 감액 심사결과를 알기 어려웠다. 실제로 거대야당이었던 민주당이 단독으로 통과시킨 올해 예산안은 예결위 전체회의 의결을 거쳤지만 2015년이후엔 예결위 소소위 합의 후 예결위 소위나 전체회의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본회의에 상정하는 ‘관행’이 이어졌다.
참여연대는 “위법적인 소소위를 통한 밀실 담합”을 지적하면서 “12.3 내란사태 1주년을 맞는 지금, 비상상황을 초래하는 데 일조했던 국회가 제 역할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거대양당은 지금까지 충분한 토론과 숙의 없이 밀실에서 비공개로 졸속 의결을 반복해왔다”며 “시민들은 그동안 처리된 부자감세가 어떠한 논의와 토론을 통해 합의가 이뤄졌는지 알 수 없다”고도 했다. “의회민주주의의 심각한 훼손”이라는 지적이다.
이같은 문제의식은 의원들 내부에서도 팽배하지만 거대양당은 ‘기득권’을 놓지 않았다.
2019년에 2020년도 예산안을 심의하던 예결위 소위 마지막 회의에서 소소위로 협상을 넘기려고 하자 당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소속의 김재원 소위원장은 “과거의 잘못된 관행인 법률에 근거하지 않은 소소위 구성과 국민들로부터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는 밀실 심사, 깜깜이 심사를 없애겠다고 공언해 왔다”면서도 “여야 3당 간사 간 협의가 즉시 가동될 수 있도록 위원님들께 위임을 의결 받고자 한다”고 했다.
이에 같은 당 염동열 의원은 “법적 근거도 없는 예산안을 세 분이서 한다 하는 것은 저는 도저히 용납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