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와 타협 실종이 ‘정치의 실종’으로
거대양당, ‘비판’에서 ‘제거’ 대상 돼 … 불신과 혐오의 일상화
12.3 비상계엄 이전부터 더불어민주당과 윤석열 전 대통령은 입법독주와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맞대결을 펼치며 강한 ‘불신’을 키워왔다. 민주당은 ‘대통령의 불통’을 공략하면서 국무위원 등에 대한 ‘탄핵’에 나섰고 윤 전 대통령은 민주당의 독주를 지목하며 임기 2년 반 만에 계엄선포로 맞섰다.
위성비례정당에 참여한 소수정당과 함께 180석 이상의 의석을 확보한 ‘거대야당’과 ‘제왕적 대통령’은 자신들이 쓸 수 있는 모든 카드를 동원해 상대방 압박에 나섰다. 상대방이 ‘비판’과 ‘비난’을 넘어 ‘제거’의 대상이 된 셈이다. 충돌의 결과는 불신과 함께 혐오로 번졌다. ‘대화와 타협’은 사라지고 욕설과 억압, 폭력이 일상화됐다. 불신과 혐오는 강성지지층과 상호작용을 일으키며 확대재생산됐다. 중재자는 없었다.
3일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00여석이나 갖고 있는 데도 무기력하고 여전히 비상계엄과 탄핵에 매달리고 있는 국민의힘의 행태에 대해서도 비판할 수 있지만 영향력 측면에서는 여당의 역할이 중요했다”면서 “강력한 의석을 가진 거대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정치를 복원하고 자신들이 야당일 때 주장했던 ‘힘 있는 자가 손을 내밀어야 한다’는 요구를 여당이 된 다음엔 자신들이 실천했어야 했다”고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강성지지층의 요구인 ‘적폐청산’에 매달리다가 민생과 통합에 실패한 ‘문재인정부 시즌2’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경고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