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와 타협 실종이 ‘정치의 실종’으로

2025-12-03 13:00:55 게재

거대양당, ‘비판’에서 ‘제거’ 대상 돼 … 불신과 혐오의 일상화

12.3 비상계엄 이전부터 더불어민주당과 윤석열 전 대통령은 입법독주와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맞대결을 펼치며 강한 ‘불신’을 키워왔다. 민주당은 ‘대통령의 불통’을 공략하면서 국무위원 등에 대한 ‘탄핵’에 나섰고 윤 전 대통령은 민주당의 독주를 지목하며 임기 2년 반 만에 계엄선포로 맞섰다.

위성비례정당에 참여한 소수정당과 함께 180석 이상의 의석을 확보한 ‘거대야당’과 ‘제왕적 대통령’은 자신들이 쓸 수 있는 모든 카드를 동원해 상대방 압박에 나섰다. 상대방이 ‘비판’과 ‘비난’을 넘어 ‘제거’의 대상이 된 셈이다. 충돌의 결과는 불신과 함께 혐오로 번졌다. ‘대화와 타협’은 사라지고 욕설과 억압, 폭력이 일상화됐다. 불신과 혐오는 강성지지층과 상호작용을 일으키며 확대재생산됐다. 중재자는 없었다.

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장동혁 대표 등 국민의힘 의원들이 추경호 의원 구속 심사 규탄대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3일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00여석이나 갖고 있는 데도 무기력하고 여전히 비상계엄과 탄핵에 매달리고 있는 국민의힘의 행태에 대해서도 비판할 수 있지만 영향력 측면에서는 여당의 역할이 중요했다”면서 “강력한 의석을 가진 거대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정치를 복원하고 자신들이 야당일 때 주장했던 ‘힘 있는 자가 손을 내밀어야 한다’는 요구를 여당이 된 다음엔 자신들이 실천했어야 했다”고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강성지지층의 요구인 ‘적폐청산’에 매달리다가 민생과 통합에 실패한 ‘문재인정부 시즌2’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경고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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