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부동산펀드 설계부터 실사·심사까지 미흡

2025-12-04 13:00:08 게재

금감원, 실태점검 ‘강력 경고’ … 실사점검 보고서 의무화 등 개선

‘핵심 투자위험 상세 기재’ 표준안 마련 … 운용사 CEO 간담회

전액 손실이 발생한 벨기에펀드의 불완전판매 문제가 불거진 가운데 금융당국의 실태점검 결과, 해외 부동산펀드의 설계·제조 단계의 내부통제체계 미흡 사례가 다수 드러났다.

금감원은 4일 해외 부동산펀드를 취급하는 자산운용사 대표 등을 불러 점검 결과를 공유하고 제도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서재완 금감원 부원장보는 “최근 실시한 해외 부동산펀드 설계·제조 단계 내부통제체계 실태점검 결과 운영상 미비점을 다수 확인했다”며 “수탁자책임 및 신뢰 회복 차원에서 마련된 최소한의 기준인 모범규준을 지키는 시늉만 하는 행태에 대해서는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서 부원장보는 “대표이사가 핵심 정보 제공을 위해 본인 책임 하에 직접 나서서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체계를 확립해 달라”고 당부했다.

금감원 실태점검 결과 펀드의 투자 대상 발굴과 투자자산 실사, 투자 심사 단계에서 운영상 미흡한 점이 적발됐다. 현지 투자대상건물에 문제 발생시 대응 역량을 갖춘 현지관리업체를 선정하기 위한 적격 판단 기준이 불충분했다. 적격 판단 기준은 현지 운용업 인가 보유, 현지 부동산 운용업 순위 또는 수탁고 규모 일정 이상 등이다.

또 실사 과정에서 입수된 정보를 바탕으로 한 투자자산의 개별적·구체적 위험 요인 분석 및 평가 결과 문서화가 부족했다. 실사보고서가 위험에 대한 분석·평가없이 시장 개황 소개에 그치는 등 전반적으로 불충분했다는 것이다.

투자심사에서도 파악된 주요 위험요인에 대한 대응계획이 미흡했고 주요 계약 조건에 대한 비교 검토 등 생략, 계량적 위험 평가를 위한 시나리오 분석의 형식적 수행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시나리오 분석시 펀드 성과에 영향을 주는 주요 변수(임대율, 이자율, 환율)의 변동 폭을 매우 좁게 상정하는 등 합리적 근거 없이 낙관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발견됐다.

금감원은 “투자자 특성을 고려해 상품을 설계하고, 투자자 눈높이에 맞는 상세한 투자위험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운영 측면에서 대폭 개선을 이뤄야 하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4가지 개선안을 마련했다. 먼저 실사점검 보고서 등의 펀드신고서 첨부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자산운용사가 위험을 보다 체계적이고 면밀하게 파악하도록 펀드 출시 단계에서 자체 검증 내역을 작성해 신고서에 첨부하도록 한 것이다. 현지 실사 및 자체 심사 수행 내역, 준법감시, 리스크관리부서의 독립적 평가의견을 첨부하되, 각각 대표이사 서명 또는 준법감시인, 위험관리책임자 서명을 받도록 함으로써 자체 검증 체계를 구축하도록 했다. 또 해외 부동산펀드의 핵심 투자위험을 기재한 표준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일반인도 해외 부동산펀드의 전형적 투자위험을 직관적으로 인식하도록 핵심 투자위험을 기재하도록 하는 것이다. 자금차입, 임대차 공실, 현금유보조항(Cash Trap), 채무불이행(EoD) 강제매각 등이 발생할 수 있는 구체적 위험을 한데 모아 기재하는 방식이다.

이와함께 투자결정시 감수해야 할 최대 손실을 계량적·직관적으로 인식하도록 상황별 손실규모를 기재하는 ‘시나리오 분석 결과 기재 의무화’도 추진된다. 부동산 가치 하락에 따른 펀드 성과를 그래프화해 시각적으로 손실 가능 구간을 제시하는 방식이다.

금감원은 해외 부동산펀드에 대해 복수심사담당자 지정 및 신고서 수리 전결권 상향 등 집중심사제를 도입해 면밀히 심사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이날 간담회에서 제기된 의견과 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구체적 개선방안을 확정, 조속히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또 추가적으로 투자위험이 누락 없이 인수인계될 수 있도록 향후 운용사·판매사 각자의 역할 정의 및 책임 소재와 범위 획정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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