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1년 ‘내란종식’ 언급뿐 … 헌법 개정 논의는 ‘실종’
“진정한 내란 종식 위해 개헌해야”
여야 대립에 개헌특위 구성도 ‘감감’
12·3 비상계엄 사태 1년을 맞아 각계각층에서 진정한 내란 종식을 위한 헌법 개정 요구가 분출하고 있다. 하지만 개헌의 열쇠를 쥐고 있는 정부여당과 제1야당은 개헌 논의 대신 ‘내란세력 청산’ 대 ‘내란몰이 탄압’ 정쟁에만 갇혀 있는 모습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집권 후 개헌을 ‘국정과제 1호’로 꼽으며 개헌에 대해 강한 의지를 보였으나 계엄 1년을 맞아 3일 내놓은 대국민 특별성명에서 개헌에 대한 언급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 대통령은 “다시는 쿠데타를 꿈조차 꿀 수 없는 나라, 누구도 국민 주권의 빛을 위협할 수 없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정의로운 통합은 필수”라면서 “친위 쿠데타 가담자들에 대한 엄정한 처벌은 그 시작”이라며 내란 가담자들에 대한 심판을 강조했을 뿐이다.
지난 대선에서 거대 양당 모두 개헌을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개헌 논의는 사라지고 ‘내란세력 청산·야당탄압’ 공방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같은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의 12·3 내란은 아직도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면서 “내란 잔재를 확실하게 청산하고 사법개혁을 반드시 완수해 이 땅의 민주주의와 헌정 질서를 바로 세우겠다는 다짐을 새롭게 한다”고 강조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을 열어 “이재명 정권은 끊임없이 야당 탄압, 내란몰이 공세를 펼치고 있고 교회, 군, 경찰, 검찰, 사법부, 공직사회 전체로 내란몰이를 확장하고 있다”면서 “내란몰이 종식과 무능한 경제 실정을 바로잡기 위해 여당 정권에 맞서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국회 내 대표적인 개헌론자로 꼽히는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날 ‘12.3 비상계엄 해제 1주년 공동학술대회’ 기조연설에서 “권력의 과도한 집중과 승자독식을 완화하고, 변화된 사회상과 국민적 요구를 담아내는 것도 시급하다”며 재차 개헌을 거론했다. 지난달 27일 의장 주재 양당 원내대표 회동에서도 우 의장은 “개헌특위, 윤리특위 등 정치개혁에 관한 논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특위 논의를 본격 가동하길 당부한다”고 했지만 여야간 극한 대립 속에 개헌특위 구성 논의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당과 제1야당의 외면 속에 소수정당과 시민사회에서는 개헌 요구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말 당 대표에 취임한 조 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와 동시에 지방분권 개헌 투표를 진행할 것을 주장했다. 조 대표는 우 의장을 만난 자리에서도 개헌 및 국민투표법 논의가 진척되지 않는 상황을 두고 “입법부 역할 방기”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전종덕 의원(진보당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위원장)도 3일 기자회견을 열어 “시대정신을 반영하지 못한 87년 헌정체제가 결국 극우 권력 윤석열을 탄생시켰다”면서 “내란의 정치적 종식은 정권교체가 아니라 개헌을 통해서만 비로소 완성될 수 있다”면서 국회 개헌특위 즉각 구성과 개헌 추진을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사회민주당·기본소득당·정의당 등 6개 정당과 시민주도 헌법개정 전국 네트워크(시민개헌넷)는 지난 2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에게 권한이 집중된 우리 헌법을 고치지 않는다면 민주주의의 위기 상황은 완전히 해소됐다 장담할 수 없다”면서 “내란을 완전히 종식하고 대한민국의 새로운 시작을 만들기 위해서는 헌법개정 논의를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회견에서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개헌이 이뤄지려면 국회 개헌안이 오는 2월에는 마련돼야 한다”며 “최소한의 합의를 갖고 지방선거에서 1차 개헌을 하자”고 제안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