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돈벌지만 법적 책임 안져”
국회, 쿠팡 김범석 의장 고발 검토 … 금융당국은 결제정보 유출 조사 착수
3000만건이 넘는 개인정보 유출로 쿠팡 창업자인 김범석 쿠팡Inc(미국 본사) 의장의 책임론이 확산되고 있다. 국회 일부에선 고발까지 검토하고 있다. 여기에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을 확인하고 그 정보를 축소하거나 감춘 것 아니냐는 도덕성 논란까지 제기된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쿠팡 개인정보 유출 관련 긴급 현안질의를 열었다.
이날 정무위에서는 전날 국회 과학기술방송정보통신위원회 현안질의와 마찬가지로 국회 출석을 회피하는 쿠팡 창업자이자 실질적 오너인 김 의장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됐다.
이날 쿠팡측에서는 박대준 대표이사, 브랫 매티스 최고정보보안책임자(CISO) 등이 참석했다. 김 의장은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이날 출석하지 않았다.
이에 여야 의원들은 국회의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은 김 의장에 대한 고발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윤한홍 정무위원장은 “정무위에서 김 의장의 출석을 요구했지만 출석하지 않았다”며 “위원장으로서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은 “국적이 미국이고 미국 상장사란 이유로 국회와 국민의 부름에 답하지 않는 김 의장을 고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검은머리 외국인 김범석은 한국에서 돈을 벌고 있다”며 “한국 국민의 개인 정보를 활용하고 한국의 물류 배송 인프라를 사용하지만 법적 책임은 전혀 지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의장의 행방을 묻는 의원들의 질문에 박대준 대표는 “개인적으로 (김 의장의) 귀국 여부는 모르겠다”면서 “올해 김 의장을 국내에서 만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유출 공지’도 축소·은폐 의혹 = 또한 국회 등에선 쿠팡이 고객들에게 개인정보 유출피해 내용을 공지하면서 축소하거나 은폐했다며 법적 책임 회피 목적 의혹이 제기됐다.
개인정보 대규모 유출 사고 발표 당일, 쿠팡은 고객들에게 “개인 정보가 일부 ‘노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는 내용의 문자를 발송했다. 이튿날 홈페이지에 올린 사과문에도 ‘유출’이라는 단어 대신 ‘무단 접근’이라고 표현했다.
이를 두고 국회에서 처벌을 피하려는 ‘꼼수’라는 지적이 나왔다.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현안질의에서 “법적으로 ‘유출’에 대해서만 처벌 규정이 있다”면서 “이거를 쿠팡이 알고 의도적으로 ‘노출’을 여기저기에 썼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의 ‘부실 통지’에 제동을 걸었다.
개인정보위는 3일 오전 긴급 전체회의를 열고 쿠팡에 개인정보 ‘노출’ 통지를 ‘유출’ 통지로 수정하고, 공동현관 비밀번호 등 유출 항목을 빠짐없이 반영해 재통지하라고 요구했다. 당초 쿠팡은 유출된 정보 범위를 고객 이름과 이메일, 전화번호, 주소 등이라고만 했다.
개인정보위는 이와 함께 비밀번호 변경 권고 등 추가 피해 예방 요령도 안내하고, 이틀 동안 홈페이지에 게시했던 사과문도 충분히 공지하라고도 요구했다.
개인정보위는 쿠팡에 7일 이내 조치 결과를 제출하도록 하고 이행 상황을 지속 점검할 방침이다.
개인정보위는 “국민 다수의 연락처, 주소 등이 유출된 사안의 중대성을 무겁게 인식하고 있다”며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경위, 규모·항목, 안전조치 의무 위반 등을 신속·철저히 조사하고 위반사항 확인 시 엄정 제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사고 쿠팡 전현직 임원진이 최근 쿠팡 주식을 대량으로 매각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내부자 거래 의혹이 일었다. 쿠팡이 사고인지 시점이라고 당국에 신고한 날보다 빠르지만 논란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쿠팡측은 “주로 특정 납세 의무를 충족하기 위해 사전 거래 계획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며 내부자 거래 논란을 일축하고 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정무위 현안 질의에서 이와 관련해 “필요하다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공조하겠다”며 조사 가능성을 남겼다.
◆금융당국도 현장점검 나서 = 쿠팡과 그 경영진을 둘러싼 도덕성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카드 결제정보 유출 우려를 확인하기 위한 현장 점검에 나섰다.
이찬진 원장은 정무위 현안 질의에서 쿠팡페이 현장점검에서 결제정보 유출 정황이 확인되는 즉시 검사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결제정보 유출과 관련한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어제부터 점검에 들어가 정밀하게 보고 있다”면서 “의심되는 부분이 있으면 곧바로 검사로 전환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검사는 이후 기관 제재 절차로 이어질 수 있다.
이 원장은 “쿠팡은 ‘원아이디’ 정책을 하고 있어 쿠팡과 쿠팡페이가 사전에 합의된 상태로 플랫폼을 같이 이용하는 상태”라며 이에 따른 결제정보 유출 피해가 있는지 적극 살펴보겠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전날 쿠팡페이의 결제정보 유출 여부와 정보 관리실태를 확인하기 위한 현장 점검에 나섰다. 앞서 쿠팡페이가 결제정보 유출 피해가 없다고 자체검사 결과를 당국에 보고했지만 사안의 심각성 등을 고려한 결정이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결제 정보는 유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