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정보유출 뒤 첫 제재…최소 3건 공정위 제재 임박
끼워팔기·최혜대우 요구 등도 전원회의 상정
판촉 비용 떠넘기기 동의의결 절차 진행 중
5월 초 김범석 동일인 지정 판단 가능성↑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이후 공정거래위원회가 진행한 첫 심의 결과가 나왔다. 27일 공정위에 따르면 목표 마진을 달성하기 위해 납품업체에 단가인하와 광고비 부담을 요구한 쿠팡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1억8500만원을 부과했다.
이미 공정위가 위원회에 상정했거나 동의의결 절차를 진행 중인 쿠팡 관련 안건은 최소 3건이 계류 중인 상태다. 앞으로도 쿠팡이 부담해야 할 과징금 규모가 적어도 수백억원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목표치 정한 뒤 밀어붙인 쿠팡 = 공정위 조사결과에 따르면 쿠팡의 위법 행위는 크게 네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쿠팡은 2020년 1월부터 약 3년간 PPM(순수상품판매이익률) 목표치를 납품업체와 협의해 정한 뒤, 이에 미달할 경우 납품가격 재협의나 인하를 요구했다. 또 GM(매출총이익률) 목표를 설정하고, 목표에 미치지 못할 경우 납품업체에 광고비, 쿠팡체험단 프로그램 수수료, 프리미엄 데이터 수수료 등을 부담하도록 했다. 공정위는 이 과정에서 쿠팡이 상품 발주 중단이나 축소를 암시·예고하며 납품업체를 압박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쿠팡이 다른 온라인 플랫폼과의 최저가 경쟁으로 줄어든 마진을 보전하기 위해 그 부담을 납품업체에 전가한 것으로 판단했다. 납품단가 인하나 광고비 부담을 수익률 달성을 위한 대체·보완 수단으로 활용했다는 것이다.
또 쿠팡은 2021년 10월 말부터 약 2년8개월간 2만5000여개 납품업체와 50만8000여건의 직매입 거래를 하면서 상품대금 2809억원을 상품 수령일 기준 60일을 초과해 지급했다. 최대 233일이 지난 뒤 대금을 지급하면서도 지연이자(연리 15.5%) 8억5000여만원을 지급하지 않았다.
이 밖에도 쿠팡은 2020년 9월부터 약 4년간 쿠팡체험단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소진되지 않은 상품 상당수를 납품업체에 반환하지 않았다. 납품업체들은 소진되지 않은 상품대금 약 5억3000여만원 상당을 돌려받지 못했다.
이번 제재는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이후 공정위가 쿠팡에 대해 내린 첫 판단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하지만 2024년 기준 쿠팡 매출이 36조원을 넘는 점을 고려하면 과징금 21억원은 ‘솜방망이’ 처분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납품단가 인하나 광고비 부담 규모를 정확히 산정하기 어려워 정률 방식이 아닌 정액 방식으로 과징금을 부과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납품단가 인하’와 ‘광고비·쿠팡체험단 프로그램 수수료·프리미엄 데이터 수수료’ 각각에 대해 정액 부과 한도(각 5억원)를 적용했다.
◆끼워팔기 등 3건 제재 앞둬 = 현재 공정위가 쿠팡과 관련해 결론을 내릴 안건은 최소 3건이다.
앞서 공정위는 쿠팡이츠 끼워팔기 혐의 안건을 전원회의에 상정했다. 심사관이 작성한 심사보고서는 위원회에 제출됐고 쿠팡에도 송부된 상태다. 현재는 피심인인 쿠팡의 의견을 받는 절차가 진행 중이다. 공정위는 쿠팡이 유료 멤버십인 와우멤버십을 통해 쿠팡이츠와 쿠팡플레이 등을 함께 제공한 행위가 끼워팔기에 해당한다고 보고 조사를 벌여왔다.
유튜브 뮤직 끼워팔기 의혹으로 공정위 조사를 받았던 구글 사례와 유사하다. 구글은 제재 대신 ‘유튜브 프리미엄 라이트’ 상품을 출시하고 300억원 규모의 상생 방안을 제시했다. 쿠팡이츠 끼워팔기 안건은 이르면 다음 달 전원회의에서 심의될 전망이다.
쿠팡이츠가 입점 점주들에게 다른 배달 앱에서 더 낮은 가격을 받거나 더 많은 판촉을 하지 말라고 요구한 ‘최혜 대우 요구’ 안건도 전원회의에 상정돼 있다. 쿠팡은 이를 따르지 않은 업체에 대해 노출 축소 등 불이익을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안건은 올해 상반기 중 심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쿠팡이 PB(자체브랜드) 상품 수급 사업자에게 계약에 없는 판촉 행사를 진행하도록 하고 비용을 전가했다는 의혹(하도급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지난해 8월 동의의결 절차에 착수한 상태다.
이와 별도로 공정위는 지난해 발생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탈퇴 과정에서 개인정보 확인·비밀번호 입력·설문 응답 등 복잡한 절차를 요구한 이른바 ‘다크패턴’이 전자상거래법을 위반했는지도 조사 중이다.
이와 함께 오는 5월 초 결론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김범석 쿠팡Inc 의장의 동일인(총수) 지정 여부에 대한 공정위 판단도 주목된다. 김 의장이 동일인으로 지정될 경우 지정자료 허위 제출·누락, 사익편취 규제 등 공정거래법상 직접 규제 대상이 되며, 위법 행위가 확인될 경우 제재로 이어질 수 있다. 앞서 공정위는 김 의장의 국적과 해외 거주 등을 이유로 쿠팡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한 바 있다.
한편 쿠팡Inc 김범석 의장은 이날 지난해 말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해 사과했다. 김 의장은 작년 실적 발표를 위해 개최한 ‘콘퍼런스 콜’에서 “이번 일로 심려와 불편을 끼쳐드린 점에 대해 다시 한번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이번 사태 발생 후 사과 입장문을 공개한 적은 있으나, 공식 석상에서 육성으로 입장을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