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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식 경제안보가 바꿔놓을 동맹의 미래

2026-02-27 13:00:02 게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압박 등 외교행태에 뒷말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런 행태의 배경으로 '경제안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경제안보의 내용은 고정적이지 않고 점차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노골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최근 미국이 ‘약탈적 헤게모니 국가’라는 비판적인 평가를 받는 것도 모두 이 경제안보 용어와 연관돼 있다.

트럼프는 두 번의 집권 시기인 2017년, 2025년에 각각 발간된 국가안보전략(NSS)에서 경제안보라는 용어를 이례적으로 도입하고, 상당한 분량을 할애해 강조했다. 경제안보는 주로 학계에서 확장된 안보 개념의 하나로 거론됐지만 안보 공식문서에 명시된 것이다. 이전 시기(2015년)와 중간 시기(2022년)의 국가안보전략에서는 경제안보라는 용어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트럼프 1기 행정부는 2017년 국가안보전략을 공개하면서 “경제안보는 국가 안보이다”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하면서 경제안보를 명시했다.

당시의 경제안보의 내용은 비교적 무난했다. 경제안보의 내용으로 ‘자유롭고 공정하며 호혜적인 경제 관계 증진’을 제시하기도 했다. ‘미국의 번영을 증진한다’는 경제안보는 이외에도 △국내 경제 활성화 △연구 기술 발명 및 혁신 분야 선도 △미 국가 안보 혁신 기반 강화 및 보호 △에너지 주도권 확보를 과제로 제시했다.

트럼프정부 2기부터 공격적인 내용 담아

그렇지만 트럼프 정부 2기인 2025년에 작성된 국가안보전략에서 경제안보는 보다 공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트럼프행정부는 경제적 이익을 최우선으로 두고 관세 무역협정 공급망을 안보 전략의 도구로 활용했다. 동맹국에도 무역협정 재협상을 요구하며, 경제적 압박을 통해 미국 이익의 극대화를 노렸다. 이 시기 경제안보는 단순한 생존 기반을 넘어 국제관계에서 힘을 행사하는 전략적 무기로 변모했다.

또 2기 국가안보전략에서는 그 표현에서 직설적인 내용들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총기를 사용한 대규모 검문 단속으로 미국 사회의 반발을 불러일으킨 이민자 관련 내용으로 “대규모 이민 시대는 반드시 끝나야 한다”라고 강경한 지침을 내리고 있다.

또 지구 환경 개선을 위해 세계 100여 국가가 참여하고 있는 ‘기후변화’와 ‘탄소중립’ 캠페인에 대해서도 “재앙적인 이념으로 유럽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고 미국을 위협하며 우리의 적대 세력을 지원하고 있다”고 단호히 거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안보 관련 최고의 문서인 국가안보전략은 하위문서에 지침을 내리는 관계로 구체적인 내용보다 추상적 표현을 선호하지만 2025년 국가안보전략은 이례적인 수사와 단어를 자주 사용했다.

트럼프의 새로운 경제안보에서 가장 먼저 강조하는 사항은 ‘균형잡힌 무역’이다. 경제안보는 여기서 “미국은 상호이익과 존중을 바탕으로 우리와 무역하기를 원하는 국가들과 공정하고 호혜적인 무역협정을 추구한다”라고 객관적인 원칙을 천명했다. 하지만 곧이어 경제안보는 “우리(미국)의 최우선 과제는 우리 노동자, 우리 산업, 그리고 우리 국가 안보여야 하며 그렇게 할 것이다”라고 주관적 강조점을 찍고 있다. 즉, 균형은 모두의 균형이 아니라 미국 관점의 균형을 말한 것이다.

오늘날 트럼프행정부의 상호관세 행정명령은 미 연방 대법원에서 불법으로 판정됐는데도, 미 행정부가 무역법 무역확장법 등 다른 법률을 동원해 관세인상을 강행하고 있는 것은 이런 경제 안보적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트럼프행정부는 무기화된 경제안보 개념을 실제 외교현장에서는 더욱 공격적인 행태로 적용했다. 스티븐 월트 미 하버드 교수는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즈의 최근호에서 이러한 행태의 미국을 논문 제목과 마찬가지로 ‘약탈적 패권국가’로 단정했다. 미국이 셰계 패권국가의 지위를 이용해 외교는 물론 경제 군사 분야의 힘을 타국에 착취적으로 사용하는 있다는 것이다.

과거와 현재 미국의 패권 운영 방식은 다른 점이 있다. 과거 미국은 패권국이지만 민주주의와 자유 등 미국의 가치를 전세계에 공유하고 그것으로 우월성을 인정받았다. 그래서 과거 미국은 자유주의적 패권국가 또는 현실주의적 패권국가라는 용어로 지칭됐다.

자유주의적 패권국가는 주로 민주당 정부 시절에 이뤄졌다.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국제질서가 유지되도록 자유무역 다자주의 국제규범과 제도를 존중한다. 공화당 정부의 현실주의적 패권국가는 자국의 이익을 우선하는 점에서 약탈적 패권국가와 비슷한 방향이지만 힘의 과도한 사용을 자제하고 힘의 균형된 상태를 추구한다. 무역에서도 보호주의를 제한적으로 사용하며, 동맹도 힘의 균형 차원에서 유지하려 한다.

월트 교수는 약탈적 패권국가와 전형적인 패권국가의 행태를 구별 짓는 것은 동맹국과 적대국 모두에게서 양보와 비대칭적 이익을 얻어내려는 국가의 의지라고 말한다. 약탈적 패권국은 다른 나라와의 거래를 순전히 제로섬 방식으로 계산한다.

그 중심 목표는 미국의 패권 지위를 이용해 동맹국과 적대국 모두로부터 양보 조공 그리고 존경의 표시를 얻어내고, 단기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익은 항상 자신에게 가장 큰 몫으로 유리하게 분배된다는 것이다.

이와는 달리 온건한 패권국은 동맹국이 번영할 때 자신의 안보와 부가 증진된다고 믿기 때문에 필요한 경우에만 동맹국에 불공정한 부담을 안긴다는 것이다. 냉전시대의 양극체제에서 미국은 유럽과 아시아 동맹국들에게 우호적인 패권국 역할을 수행했다. 미국 지도자들은 동맹국의 안녕이 소련을 견제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미국은 또한 동맹국들이 제2차세계대전 이후 경제적으로 회복하도록 도왔고, 상호 번영을 증진하기 위한 규칙을 만들어 대부분 준수했으며, 통화위기 및 기타 경제적 혼란을 관리하기 위해 다른 국가들과 협력했다.

그리고 약소국들에게 공동 결정에 참여할 기회와 발언권을 주었다. 미국 관리들은 주도적인 역할을 했지만, 동시에 경청하기도 했으며, 파트너 국가들을 약화시키거나 이용하려 드는 경우는 드물었다.

미국은 현재 재정적자 1조8000억여달러, 연간 무역적자 1조2000억여달러에 시달리고 있다. 트럼프는 쇠락한 공업지역이 몰려있는 러스트벨트에서 선거의 승기를 잡았다. 트럼프로서는 산업부흥 고용 이민 등의 이슈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트럼프의 경제안보는 이러한 상황에서 그 내용을 변질시켜 내놓은 정책 전략이다.

그렇지만 경제안보는 많은 부작용을 드러내고 있다. 전통적인 동맹국들에게도 무역 또는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맹국에 불리한 무역정책, 미국 내 투자 등을 강요했다. 동맹국은 미국 시장 접근에 크게 의존하고 있거나, 다른 국가의 시장 접근에 불리한 조건이 있을 경우 이것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동맹국은 군사적 보호 또는 국내 정치적 여론에 밀리면 더욱 불리해진다.

심지어 트럼프정부는 오락가락하는 모습으로 강요를 하면서 가능한 한 많은 양보를 얻어내려는 의도도 보였다. 적대국가와 동맹국가를 가리지 않는 관세압박이지만, 오히려 동맹국가를 차별적으로 대우한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동맹들 중·러와 협력 모색으로 위험회피

이에 따라 여러 국가들은 위험회피전략으로 중국 러시아와 협력 등을 모색하고 있다. 최근 캐나다 독일 영국 총리와 프랑스 대통령이 연이어 중국을 방문하고,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인도를 방문해 경제협력을 증진시킨 것 등이 그 예이다.

이것은 미-중 간의 세계 전략경쟁이 심화되고 중국의 추격을 뿌리쳐야 하는 현실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미 뉴욕타임스가 ‘중국의 상징적인 승리’라고 분석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김성걸 동아시아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