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호실적에도 시장은 냉혹…AI 불안 본격화

2026-02-27 13:00:02 게재

시총 1위, 지수 80% 흔들다

빅테크 현금흐름 악화 경고등

2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가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발표했음에도 주가가 5.5% 급락하며 지난해 4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화려한 숫자 뒤에 쌓인 시장의 피로감과 AI 투자 회수에 대한 의구심이 동시에 폭발한 결과라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이날 S&P 500 지수는 0.5% 하락한 6,908.86으로 마감했다. 나스닥은 1.2% 떨어졌고, 다우존스는 0.1% 미만 소폭 상승에 그쳤다. S&P 500 낙폭의 80% 이상이 엔비디아 한 종목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이날 하락장은 사실상 ‘엔비디아 충격’이었다.

젠슨 황 CEO는 “고객들이 AI 인프라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며 미래 성장을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투자자들의 시선은 달랐다. 구글, 오픈AI, 앤스로픽 등 AI 기술이 빠르게 고도화하면서 기존 소프트웨어 산업의 존폐가 위협받는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고, AI 인프라 구축에 막대한 자본을 쏟아붓는 빅테크들의 현금흐름 악화도 구조적 불안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올해 들어 17%, 아마존은 9% 하락했고, 아마존은 일시적으로 자유현금흐름(FCF)이 마이너스로 전환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아이러니하게도 엔비디아는 지난 회계연도에 967억달러의 자유현금흐름을 기록했고, 올해는 165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월스트리트저널은 전망했다. 고객사 재무를 흔드는 AI 투자 부담이 고스란히 엔비디아의 실적으로 쌓이는 구조인 셈이다. 이 구조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 시장은 이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기 시작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장 마감후 나온 델·인튜이트·코어위브의 실적은 AI 투자의 명암을 동시에 드러냈다. 델은 AI 서버 수요 급증으로 매출 기대를 높이며 인프라 투자 효과를 증명했지만, 코어위브는 데이터센터를 공격적으로 늘린 탓에 막대한 설비투자 비용이 발목을 잡으며 현금흐름 악화 우려를 키웠다. 인튜이트는 실적 자체는 선방했으나 AI 관련 마케팅·제품 투자 비용 증가로 이익 가이던스가 기대에 못 미쳐, 소프트웨어 업체도 비용 압박에서 자유롭지 않음을 보여줬다.

반면 이날 시장에서는 상승 종목이 하락 종목보다 많았다. 이날 세일즈포스는 예상치를 웃돈 분기 실적과 함께 최대 500억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배당 인상 계획을 발표하며 4% 상승했다.

마크 베니오프 CEO는 “에이전틱 AI는 우리 사업의 순풍”이라고 자신했지만, 주가는 연초 대비 여전히 25% 낮다.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는 4분기 2억5200만달러 손실에도 주가가 0.3% 하락에 그쳤다. 넷플릭스·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의 인수 제안이라는 변수에 시장의 관심이 쏠린 까닭이다. 대형 기술주는 애플 2.5%, 테슬라 3%, 알파벳 1.7%, 아마존 2%, 오라클 0.3% 하락했다.

원유시장은 미·이란 핵 협상 소식에 출렁였다. WTI는 장중 배럴당 63.60달러까지 밀렸다가 65.21달러로 0.3% 상승 마감했고, 브렌트유는 70.75달러로 0.1% 하락했다. 10년물 국채 금리는 4.05%에서 4.01%로 내렸다. 해외 증시는 엇갈렸다. 한국 코스피는 기술주 강세에 힘입어 3.7% 급등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 올해 누적 상승률이 50%에 육박했다. 홍콩 항셍지수는 1.4% 하락, 유럽 STOXX 600은 최고치 경신 후 0.05% 소폭 내렸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

이주영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