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공포에 SW주 1.6조달러 증발
골드만 “추가반등 가능” … 젠슨 황 “시장 판단 틀렸다” 일축에도 공매도 사상 최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현지시간) 보도에서 올해 들어 스테이트스트리트 SPDR S&P 소프트웨어·서비스 상장지수펀드(State Street SPDR S&P Software & Services ETF, 티커: XSW) 구성 종목들의 시가총액이 총 1조6000억달러 감소했다고 전했다. 이 상장지수펀드는 2026년 들어 20% 하락했고, 지난해 가을 고점 대비로는 30% 가까이 밀렸다.
개별 종목 낙폭도 크다. 세금신고 소프트웨어 터보택스를 만드는 인튜이트는 올해 들어 42% 하락했고, 인사관리 소프트웨어 업체 워크데이도 38% 떨어졌다. 마이크로소프트, 세일즈포스, 서비스나우 등 주요 기업들도 각각 500억달러 이상 시가총액이 줄었다.
밸류에이션도 급격히 낮아졌다. XSW 구성 종목들의 향후 12개월 예상 주가수익비율은 약 19배로 떨어졌다. 2022년 47배를 웃돌던 고점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 수준이다. 이는 S&P500 전체의 22배보다도 낮다. 한때 고성장·고수익 산업으로 평가받던 소프트웨어 업종이 이제는 시장의 부담으로 전락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그럼에도 월가 일각에서는 반등 가능성을 제기한다. 로이터는 26일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프라임브로커리지 보고서를 인용해 “최근 소프트웨어와 IT서비스 주식의 반등이 이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현재 이 업종은 골드만삭스 거래 데스크에서 가장 많이 공매도된 업종으로, 공매도 포지션은 2016년 집계 이후 사상 최고 수준이다. 반면 매수 포지션은 기록적으로 낮다. 공매도가 극단적으로 쏠린 만큼, 되돌림 매수에 따른 반등 여지가 있다는 해석이다.
업계 수장도 직접 나섰다.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를 이끄는 젠슨 황 CEO는 이날 CNBC 인터뷰에서 “나는 시장이 틀렸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최근 매도세는 내 직관에 반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AI 에이전트가 기존 소프트웨어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대신 이런 도구들을 사용하고 우리가 더 생산적으로 일하도록 도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시장의 우려는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WSJ는 최근 AI 개발사들의 발표가 나올 때마다 매도세가 강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투자자들은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AI 기반 경쟁자와의 경쟁을 견딜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문제는 단순한 주가 조정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소프트웨어 업종은 투기등급 기업대출 시장에서 약 13%를 차지하고 있으며, 사모대출 비중은 그보다 더 크다. 1월 중순 이후 소프트웨어 기업 대출 가격이 급락하고 있다는 점도 시장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주가 하락이 신용시장으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뜻이다.
결국 시장은 ‘사스포칼립스’로 불리는 구조적 변화 가능성과, 과도한 공포에 따른 기술적 반등 기대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다. 골드만삭스와 젠슨 황 CEO가 낙관론을 내놓았지만, 실제 주가 흐름은 여전히 약세다. AI가 소프트웨어 산업의 위기인지, 새로운 성장 동력인지에 대한 판단이 향후 시장 방향을 가를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