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 조직분리안 윤곽…예산 떼고 ‘컨트롤타워’ 가능할까

2025-12-08 13:00:34 게재

재정경제부, 2차관·6실장 체계 … 혁신성장실 신설·국고국 확대

기획처는 예산·조정 등 ‘3실장’ … 예산 외 국가발전전략도 담당

내년 1월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분리되는 기획재정부가 조직 개편에 막판 속도를 내고 있다. 경제부총리 부처를 맡는 재경부는 ‘경제 컨트롤타워’ 기능에 방점을 찍는다. 예산편성권이란 ‘무기’를 내려놓고 어떻게 전체 경제부처와의 협업을 주도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예산편성 기능을 가져갈 기획처는 예산뿐 아니라 미래전략 기능을 강조하고 있다. 기재부의 분리로 고위직 자리가 늘지만 전반적인 위상은 낮아질 전망이다.

8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이르면 내주 열리는 국무회의에서 기재부 분리에 따른 실·국 단위 직제안이 확정될 예정이다.

재경부는 2차관·6실장, 기획처는 1차관·3실장 체제로 재편된다. 현행 기재부의 2차관·6실장(1급 대변인 별도) 체제와 비교하면 전체적으로 차관 한 자리, 실장 세 자리가 늘어나게 된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8차 관계부처 합동 재정집행 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기획재정부 제공

◆조직분리 어떤 방식으로 = 구윤철 부총리가 이끄는 재경부에는 기존 차관보실·국제경제관리관실·세제실·기획조정실 이외에 혁신성장실과 국고실이 신설된다.

혁신성장실에는 기존 기재부 정책조정국과 더불어 신설되는 전략산업국이 배치된다. 전략산업국은 인공지능(AI)과 대미 투자 펀드 업무를 총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략수출과 전략투자 등의 과를 소관으로 둔다. 국고실은 기존 국고국을 확대 개편한다. 차관보실에는 물가·고용 등 민생 현안을 총괄하는 민생경제국이 새로 만들어진다.

기획처는 국무총리 소속의 장관급 조직으로 예산편성, 재정정책·관리, 미래사회 변화 대응을 위한 중장기 국가발전전략 수립 등을 담당한다. 기재부의 예산 편성과 재정정책, 관리기능이 국무총리 소속 예산처로 넘어가게 되는 셈이다.

기획처에는 기존 기재부의 예산실·기조실에 미래전략기획실이 새롭게 들어선다. 미래전략기획실에는 현재 기재부의 미래국·재정정책국과 함께 국민 참여 예산 기능이 추가된 ‘국’이 생길 예정이다. 문재인정부 때 신설됐던 참여예산과가 윤석열정부에서 폐지됐는데 비슷한 조직이 부활하는 셈이다. 정부 관계자는 “기획처에 예산편성과 더불어 중장기 국가 전략을 그리는 ‘기획’ 기능까지 부여하겠다는 것”이라며 “재경부는 정책 컨트롤타워에서 ‘조정’ 기능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처 초대장관 누구? = 기획처 출범으로 누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될지도 관심사다. 기재부 안팎에서는 류덕현 대통령실 재정기획보좌관,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정치인 출신의 이름이 거론된다. 최근에는 임기근 기재부 2차관을 승진 발탁할 것이란 말도 나온다.

임 차관 발탁설의 근거는 조직분리에 따른 ‘부처 칸막이’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최근의 조직과 인력상황을 잘 모르는 정치인이 장관을 맡게 되면 ‘조직분리된 두 부처의 초기 협업’에 공백을 가져올 수 있어서다.

조직 분리가 되면 두 부처의 정책방향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부총리급 부처인 재경부는 경제정책을 주도하고 세법개정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비교적 공격적인 성장 목표와 세수 전망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예산을 쥔 기획처는 지출 관리와 재정건전성을 이유로 보다 보수적인 성장률·세수 추계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인선 발표는 오는 11일 ‘대통령 업무보고’ 직후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기획처는 기존에 사용하던 정부세종청사 중앙동에서 해양수산부 청사(5동)로 이전할 예정이다. 해수부가 부산으로 옮기는 대로 정보시스템 구축 등 정비작업을 거쳐 내년 4~5월쯤 입주할 것으로 보인다. 기획처 장관은 당분간 외부의 별도 공간을 임시로 사용할 전망이다.

한편 재경부가 예산처에 예산편성권을 내주면서 정책 동력을 잃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기재부는 지난달 경제성장 전략에서 임기 내 잠재성장률을 3%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인공지능(AI) 대전환과 초혁신경제 30대 선도 프로젝트를 가동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런 정책은 막대한 재정 투입을 전제로 하고 있는 만큼, 예산편성권이 사라지면 정책 추진력이 약화될 수 밖에 없다는 우려다. 예산과 정책 기능 분리로 업무 효율성이 저하될 것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11일부터 경제부처 업무보고 = 오는 11일부터는 기획재정부를 시작으로 주요 경제부처의 대통령 업무보고가 이어진다. 민생 경제 회복과 잠재성장률 성장을 위한 규제·금융·공공·연금·교육·노동 등 6대 핵심 분야의 구조개혁 등이 집중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업무보고는 부처별 주요 정책과 사업 추진 현황 계획을 정리·보고하는 절차다. 이를 토대로 대통령실은 신년 국정 운영을 준비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국가정보원(국정원)을 방문해 취임 이후 첫 개별 부처 업무보고를 받았다. 연내 각 부처 업무보고를 집중적으로 실시하겠다는 방침도 밝힌 바 있다.

이번 업무보고는 국무회의처럼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토론형 질의응답 방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이 대통령이 내년을 국가 대전환의 출발점으로 삼겠다고 한 만큼 이번 업무보고의 핵심 주제는 민생경제 회복과 구조개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대한민국이 당면한 최대 과제로 잠재성장률 반등을 꼽으면서 규제와 금융, 공공, 노동 등 6대 핵심 분야 구조개혁이 시급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경제부처 업무보고에서도 성장 동력 확충과 산업·인구구조 변화 대응을 위한 개혁안이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는 AI 대전환, 초혁신경제 15대 프로젝트 등 기존 국정과제 방향을 유지하되 경기 둔화와 외환시장 변동성에 대응한 보완책을 함께 보고할 전망이다. 지난 6월 국정기획위 보고에서도 기재부는 AI·반도체 등 전략산업 투자 확대, AI 데이터센터 세제지원, 벤처투자 활성화 등을 제시한 바 있다.

이와 함께 기재부나 공정위 업무보고에 금산분리 완화 내용이 담길지도 관심사다. 재계를 중심으로 AI를 국가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는 만큼 각 기업의 투자만으로는 이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어 금산분리 규제 완화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금산분리 원칙은 깨지 않고 기업들이 전략산업에 한해 한시적으로 대규모 정책자금 등을 수혈할 수 있는 특별법 제정 등을 논의 중이다.

산업부는 한미 관세협상 후속대책을 포함한 최근 통상 성과와 향후 계획을 주요 안건으로 올릴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부는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한 방안, ‘일하는 사람 기본법’, 청년고용 등 내년도 예산안 관련 내용이 업무보고에 담길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150조원 규모 국민성장펀드 운용 방안과 정책서민금융상품 금리 인하 및 지원 확대, 청년미래적금 등 청년·서민 금융지원,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근절 및 주식시장 활성화 등을 보고할 예정이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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