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노리는 여야 지도부…동시에 ‘리더십 위기’
정청래, ‘자기정치’ 의구심에 1인1표제 부결
장동혁, 강경 노선 고수에 당 내부 비판 직면
강성지지층에 편승해 양 극단으로 달리던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동시에 리더십 위기를 맞았다. 정 대표는 야심차게 추진한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가 무산되면서 치명상을 입었고, 장 대표는 계엄 사과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 입장을 정리하지 못하면서 역풍을 맞고 있는 상황이다. 두 대표가 현 위기 상황을 해소하고 상처 난 리더십을 회복해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민주, 최고위원 공석 누가 채울지가 관건 = 정 대표는 핵심 공약인 ‘1인1표제’ 개정 부결 위기를 극복하고 리더십을 바로세울 수 있을까. 1월 중순에 실시되는 최고위원 보궐선거에서 정 대표에 비판적인 친명계 인사들이 도전할 예정이어서 전망이어서 지도부 세력 구도가 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8일 최고위에서 지방선거 기획단이 마련한 공천룰 등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민주당은 당초 기초·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 선출 때 권리당원 투표 100%를 반영하는 내용의 당헌·당규 개정을 추진했다가 지난 5일 중앙위원회 투표에서 의결정족수 미달로 부결됐다. 기획단은 기초 비례대표 후보 선출 때 상무위원 투표를 50% 반영하기로 개정안을 마련해 이날 최고위에 보고했다. 다만 광역 비례대표 후보 선출 때는 권리당원 투표를 100% 반영하는 방안을 재차 추진하기로 했다.
정 대표가 사활을 걸고 추진한 권리당원 1인1표제 부결 여파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당의 기초가 되는 의결권과 관련한 개정안 투표에 중앙위원 596명 중 40%에 가까운 223명이 투표에 나서지 않은 것을 두고 ‘정 대표 리더십에 대한 반대’라는 해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당장 부결된 1인1표제 논의는 후순위로 미뤘지만 정 대표의 ‘자기정치’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하다. 친명계를 중심으로 정 대표가 대표직 연임을 위해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는 지적을 거두지 않고 있다.
특히 오는 1월 11일쯤으로 예정된 최고위원 보궐선거가 정 대표 리더십에 대한 견제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현희·한준호·김병주 의원이 지방선거 출마를 이유로 최고위원직에서 사퇴히면서 공석이 된 자리에 친명계 인사들이 도전장을 낼 것으로 보인다. 부산시당위원장 경선에서 컷오프되면서 정 대표 체제에 날을 세워온 유동철 부산 수영구 지역위원장이 도전장을 낼 것으로 보인다. 역시 친명계 인사인 강득구·이건태 의원의 도전 가능성도 거론된다. 강 의원은 1인1표제 부결 이후 “제대로 하라는 당원의 명령”이라며 비판적 입장을 드러냈고, 이건태 의원은 “당내 민주주의에 대한 성찰과 보완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 대표와 가까운 인사들 가운데서도 문정복 조직사무부총장, 임오경 당 대표 직속 민원정책실장. 이성윤 의원 등이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고위원 보궐선거가 이른바 ‘명청 대전’으로 치러질 경우 정 대표 리더십에 대한 논란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당 지도부는 ‘편가르기 방식’이라며 대립적 구도 분석에 선을 그었다. 조승래 사무총장은 7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매사 특정 인물을 중심으로 편 가르기 하는 방식은 자제될 필요가 있다”며 “누구랑 가깝고 멀고의 관점이 아니라 이재명정부 성공을 어떻게 뒷받침하고, 내란 세력과 어떻게 더 잘 싸울지 기준에서 중앙위원과 당원들이 선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페이스북에서 “친명(친이재명)과 친청(친정청래)의 대결이라는 규정이 등장하고 있다”며 “인디언식 기우제처럼 진짜 갈등과 분열이 생길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 민주당에 친청은 없고 친명만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장동혁 “제 타임라인대로”…‘실기 우려’ 비판 = 취임 100일을 맞은 장 대표는 기대와 달리 변화와 쇄신 행보를 보이지 않으면서 강한 내부 반발에 부딪친 모습이다. 장 대표는 자신의 계획한 ‘타임라인과 스케줄’대로 움직이겠다는 입장인 가운데 향후 변화된 행보로 내부 동요를 잠재울 수 있을지 관심이다.
지난 3일 장 대표 취임 100일을 기점으로 같은 당 의원들의 장 대표를 향한 작심 발언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5일 열린 ‘이재명정권 6개월 국정평가’ 회의에서 ‘원조 친윤’으로 불리는 윤한홍 의원은 장 대표 면전에서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비판하는 꼴이니 아무리 이재명 정부를 비판해도 국민 마음에 다가가지 못한다”고 직격했다. 그는 “우리가 이 계엄조차 벗어던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민주당이) 내란 딱지로 1년을 우려먹고 있다. 지금 이 상태로 가면 지방선거 지면 내란 딱지는 5년 내내 간다”면서 “계엄을 사과하고,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길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가 윤 전 대통령과 확실히 선을 긋고 계엄에 대해 사과 표명을 하지 않으면 정부여당에 대한 견제는 물론 내년 지방선거까지 위태로워진다는 인식은 점점 확산되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해 권영진 의원은 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2018년에 국민의힘이 광역단체장 2석 이겼다. 내일 투표하면 2018년의 악몽이 재현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든다”면서 “지금 변하지 않으면 우리는 타이밍을 놓칠 수 있다”고 밝혔다. 장 대표가 현재의 강성 노선을 유지한다면 지방선거 전에 지도부 교체 요구도 나올 수 있다는 의견에도 동의했다.
장 대표의 리더십 시험대는 공천룰 변경 문제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현재 당원투표 50%·국민 여론조사 50%인 경선 반영 비율을 당심 70%·민심 30%로 변경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도 공개 비판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
이성권 의원은 7일 페이스북에 “지금 국민은 국민의힘이 중원으로 나와 더 많은 민의를 반영하길 바라고 있다”며 “그런 국민 앞에 당원투표 비율을 높이는 결정을 하는 것은 민심에 역행하는 정치적 자해행위”라고 비판했다.
이러한 당내 비판 확산에도 불구하고 장 대표는 당분간 현재 노선을 유지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장 대표는 지난 6일 공개된 보수 유튜브 멸콩TV에 출연해 “제가 계획했던 타임라인과 스케줄이 있고 지금까지는 제가 생각했던 것에서 크게 이탈하지 않고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꿋꿋하게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다만 당내 분위기를 의식해 장 대표는 지난 5일 오후 4선 이상 중진 의원 5명과 개별적으로 만나 의견을 경청한 데 이어 이번 주에도 기존 일정을 취소하고 오찬, 만찬 또는 티타임을 통해 당내 여론을 수렴할 계획이다. 하지만 변화가 전제되지 않는 소통이 내부 결속에 얼마나 효과를 줄지는 미지수다.
박소원·이명환 기자 hope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