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우리 사회 ‘시스템 업데이트’는 언제

2025-12-08 13:00:46 게재

컴퓨터를 사용하다 보면 종종 ‘시스템 업데이트’ 요청이 뜬다. 귀찮기는 하지만 업데이트를 하지 않을 수 없다. PC 업데이트는 달라지는 기술환경에 맞춰 운영체제를 최적화하는 것이다. 만약 업데이트를 무한정 미룬 채 과거 버전으로 계속 사용하게 되면 오류가 발생하거나 보안이 뚫릴 수도 있고, 또 날이 갈수록 커지는 데이터 용량을 감당하지 못해 컴퓨터가 다운돼버릴 것이다.

컴퓨터는 기술 발달 속도에 맞춰 시스템을 수시로 최신·최적화하지만 정작 우리 사회는 수십년간 운영체제의 업데이트를 미루고 있다. 무려 38년 전 버전인 1987년 운영체제에 머물러 있는 헌법 얘기다.

1948년 제정된 우리 헌법은 1987년 9번째 개정 후 개헌하지 못했다. 헌법은 법의 법으로 불린다. 여러 하위법의 뿌리가 되는 헌법에 대한 수정은 신중해야 하지만 업데이트를 하지 않는 것 역시 문제가 된다.

특히나 우리나라처럼 수십년간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급변한 사회는 더욱 그렇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우리의 시민 의식은 더할 나위 없이 발전하고 성장했지만 그 의식과 문화, 시대상을 담아야 할 헌법은 약 40년 전 업데이트에 멈춰 있다. 이미 국민 생활 전반을 관통하고 있는 인공지능 등 디지털 기본권 등에 대한 규정도 마찬가지다.

1년 전 12.3 내란정국에서 응원봉을 들고 거리로 나온 성숙한 시민들의 힘 덕분에 K-민주주의는 무너지지 않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계엄을 가능케 한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커졌다.

1987년 개헌으로 ‘내 손으로 대통령을 직접 뽑게’ 됐지만 그 시스템에 안주하면서 지난 38년간 선거 때만 잠깐 ‘주권자’라는 인식을 하는 데 그쳤다. 대통령을 여전히 ‘왕’처럼 인식하는 사고방식 역시 시스템 업데이트가 늦어진 결과인지도 모른다.

두번의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우리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여실히 목격했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1인자와 비선실세의 등장, 그리고 정권교체 후 몰락이 반복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와 최순실씨,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그들이다. 이는 탄핵된 대통령에게서만 나타난 문제는 아니었다. 노무현 대통령 당시 그의 형 노건평씨, 이명박 대통령 때도 형 이상득 전 의원 등 권력을 나눈 ‘실세’ 논란은 꾸준히 이어져왔다. 이 문제는 현재도 진행형이다.

미국은 지난 1788년 헌법을 제정한 후 27번이나 헌법을 개정했다. 시대와 철학, 문화가 바뀌면서 이에 맞춰 꾸준하게 시스템을 업데이트해왔다는 얘기다.

시스템을 최신화하는 것은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기 위한 시대의 요청이다. 권력 집중 구조의 ‘낡은 운영체제’를 바꾸자는 시민들의 요구에 국회는 하루빨리 응답해야 한다.

박소원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