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사법개혁 성공의 전제는 신뢰다

2025-12-09 13:00:01 게재

12.3 내란사태가 발생한 지 1년, 지금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사법개혁 방안을 놓고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대법관 대폭 증원 등 사법(행정)개혁 추진과 법 왜곡죄 신설 및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특별법 제정에 속도를 내고 있어서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사법개혁안은 △대법관 증원(14명→26명) △대법관 추천위원회 구성 다양화 △법관평가제 도입 △하급심 판결문 공개 확대 △압수수색 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등이다. 법원의 재판에 의해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된 경우 헌법재판소에서 다시 심사를 할 수 있게 하는 ‘재판소원 도입’도 추진한다. 또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고, 퇴직대법관의 대법원 처리 사건 수임을 5년간 금지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법 왜곡죄’ 신설, 내란전담재판부도 위헌 소지

민주당은 이들 중 일부라도 연내 법제화하겠다며 밀어붙이고 있다. 이에 국민의힘 등 야권은 민주당의 사법개혁 법안이 사법부 독립을 침해하고 대한민국 헌법에 정면으로 충돌할 수 있다고 비판한다.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전국법원장, 전국법관대표들도 잇따라 모임을 갖고 민주당이 추진하는 사법개혁 방안에 대해 우려와 함께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헌법 제101조에서 규정한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하는 사법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는 법률은 위헌 시비가 일 가능성이 크다.

법조계에 따르면 민주당 추진 법안 중 우선 ‘법 왜곡죄’ 신설이 문제가 된다. 이 법률안은 ‘판사와 검사가 고의로 법리를 왜곡하거나 사실을 조작해 재판·수사에 반영하면 형사처벌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만약 판결 내용을 근거로 형사처벌을 할 수 있게 되면 법관은 두려움으로 소신 있는 판단을 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게 법조계 주장이다. 이는 법관이 어떠한 외부 간섭 없이 오직 헌법과 법률, 그리고 양심에만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천명한 헌법 제103조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게다가 법관의 신분을 엄격히 보장하고 있는 헌법(제106조 제1항) 규정을 우회·무력화할 수도 있어 사법부 독립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법률안 역시 첨예한 헌법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헌법 제110조 제1항은 ‘군사재판을 관할하기 위하여 특별법원으로서 군사법원을 둘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는 역으로 보면 군사법원 외 특별법원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대법원이 지난 8월 국회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특정 사건을 심판하기 위한 특별재판부 설치는 헌법이 예정하지 않는 위헌적 제도”라고 주장한 이유다. 대통령실도 7일 “위헌 소지를 최소화하는 범위 내에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를 추진하자는 공감대가 대통령실과 여당 간에 이뤄졌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위헌 여부가 문제가 돼 위헌법률심판 청구 등이 제기될 경우 오히려 여권 의도와 무관하게 내란 재판이 더 지연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사실 이런 사법개혁 방안이 제기되는 배경에는 사법부 수장인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일부 법관들에 대한 불신이 존재한다. 민주당의 주장이 아니라도 사법부가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은 국민이 신속히 재판 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사법서비스 개선보다는 사법부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것으로 비쳐질 여지가 충분하다. 또 사법부가 헌법 제103조에 규정된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는 규정을 얼마나 잘 지켰는지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법관들을 신뢰하지 않는 사법개혁은 성공 어려워

헌법 제27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국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현재의 사법서비스에서 개선할 점은 너무나 많다. 재판 기간이 지금보다 짧아져야 하고, 법정에서 변론권이 더 잘 보장돼야 하며, 하급심 강화와 국민참여재판 확대, 무죄추정의 원칙도 잘 지켜져야 한다. 그렇다고 정부 여당이 지금 밀어붙이는 사법개혁 방향과 방법에 무조건 동의하기도 어렵다. 민주당이 밀어붙이는 사법개혁의 배경에는 사법부를 압박해 조희대 대법원장을 사퇴하게 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처럼 느껴져서다.

헌법과 법률에 따라 임명된 법관들을 신뢰하지 않는 사법개혁 방안은 성공하기 어렵다. 특히 정치적 의도가 부각되면 설사 개혁법안이 만들어져도 절반의 국민이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민주당은 헌법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어떤 특별법이나 사법개혁 방안도 무용지물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이선우 기획특집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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